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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국내 원자력발전소 내부 문서가 해커에 의해 6번째로 공개됐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데 달라도 너무 달라, 지켜보는 국민이 어리둥절해할 지경이다.

해커가 지난해 처음 문서를 공개했을 때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초긴장 상태에서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했다.

이번에 당국은 ‘차분한 대응’에 무게를 뒀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간부들에게 “공개된 자료가 어떤 내용인지 명확히 밝히되 사이버 공격자의 심리전에 흔들리지 말자”고 말했단다.

한수원도 “원전은 물론 업무용 네트워크에 영향을 주는 어떠한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실제 해커 목적이 불안감 조성 정도라면 ‘차분한 대응’이 적절할 수 있다. 다만 첫 자료 공개 이후 100일이 되었지만 당국은 유출 경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검찰 수사에만 의지하고 있다. “공개된 자료는 별것 아니다”라고만 되뇌일 뿐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반면 청와대는 “북한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목청만 높인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 중 단어 두어 개가 북한에서 많이 쓰는 용어라는 점을 이유로 든다. 과거 디도스(분산서비스거부) 공격 등 해킹 사건만 나오면 북한에 책임을 돌리는 것과 같은 양태다. 해커가 혼선을 주기 위해 그랬을 가능성은 아예 배제하는 듯하다.

이 때문에 김기종씨의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을 갖고 ‘공안몰이’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자칭 ‘원전반대그룹’이 2차 파괴를 공언하면서 24일까지 가동 중단을 요구한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1호기가 25일 별다른 이상 징후 없이 가동되고 있다. _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에서 봤듯 원전 사고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큰 피해를 불러온다. 원전 관련 정책이 극도의 안전 조처가 전제돼야 하고, 국민적 신뢰가 뒷받침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데 이처럼 한쪽은 무심해 보이고, 한쪽은 호들갑을 떤다면 국민적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안일함과 무능도 문제이지만, 호들갑과 엉뚱한 몰이도 철저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유희곤 산업부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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