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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마카다미아를 제공한 승무원이 미국 로펌을 선임해 뉴욕주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에 비해 정신적 피해 등에 대한 배상을 폭넓게 인정하는 미국 법원에 소를 제기한 의도는 이해할 만하나, 실제 이 사건을 뉴욕주 법원이 받아들일지를 두고 논란의 소지가 있다. 이 사건을 뉴욕주 법원이 다루기 위해서는 우선 관할지(Jurisdiction)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관할지란 법원이 해당 사건을 심리할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으로 법원은 우선적으로 피의자가 법원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지(Fair play and justice)를 본다. 또한 공정한 재판을 위해서는 소송 당사자들이 해당 주와 최소한도의 연관성(Minimal contacts)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해당 사건이 뉴욕주와 얼마나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다. 잘 알다시피 ‘땅콩 회항’은 한국 대표의 민항기인 대한항공 여객기 내에서 한국인 사이에 벌어진 사건이다. 조 전 부사장이 뉴욕에 장기간 거주하고 있거나 사업 혹은 부동산 소지 등으로 뉴욕과 연관성이 있는지, JFK공항 내 항공기에서 발생한 사건을 뉴욕주의 사건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또한 관할지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법원은 얼마든지 상황에 따라 이 재판을 뉴욕에서 진행하기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이 12일 조사를 받기 위해 국토교통부 항공안전감독관실로 들어가고 있다. (출처 : 경향DB)


만일 뉴욕주 법원이 이 소송을 진행하기로 결정한다면 승무원은 사적행위 소송(Tort)에 의해 다양한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폭행죄(Battery)이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폭행의 개념을 매우 넓게 잡고 있으며 단순한 신체 접촉만으로도 폭행죄가 성립될 수 있다. 또한 조 전 부사장이 승무원에게 폭행을 암시하는 말을 했다면 협박죄(Assault) 성립도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미국 법은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 책임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IIED). 만일 뉴욕주 법원이 조 전 부사장의 행동이 극단적이었고 이로 인해 승무원이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받았다고 판단한다면 별도의 신체적·금전적 피해가 없다 하더라도 조 전 부사장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조 전 부사장의 행위에 대한항공의 책임이 없는가도 따져봐야야 할 문제다. 미국 법에 의하면 고용주는 고용인의 업무상 과실 행위에 대해 연대 책임을 진다(Vicarious liability). 따라서 조 전 부사장의 행동을 대한항공의 업무를 수행하는 도중에 발생한 행위로 볼 수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회사인 대한항공이 해당 사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안광민 | 법무법인 천고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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