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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건복지부는 ‘감사원 리베이트 관련 조사 통보사항에 대한 자료 제출 요청’이란 제목으로 대학병원에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이번에 ‘조사 대상자’로 지목된 교수들은 2011~2012년 2년 동안 제약회사 주최의 세미나, 심포지엄 등에서 강의를 한 후 강의료 명목으로 1000만원 이상을 받은 사람들이다. 2년에 1000만원 이상의 강의료는 너무 많은 것 같으니, 사실상의 리베이트로 간주하고 소명 자료를 제출하라는 것이다.

한국제약협회와 한국다국적의학산업협회의 규약은 40분 이상의 강의에 1회당 50만원 미만의 강의료 지급을 규정하고 있다. 이 규약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승인한 것이다. 그런데 이 규약에 따라 집행된 강의료를 마치 불법 리베이트인 양 소명 자료 제출을 요청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미 해당 교수들은 이 강의료 부분에 대해 세금을 충실히 냈고, 종합소득세까지 다 납부한 상태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 내용을 다시 소명하라니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라고 생각된다.

다른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가장 큰 문제는 본인도 모르게 당국이 개인정보를 열람하고 회람하는 일이다.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61조에 근거를 두고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의료법 61조는 의료기관과 의료인의 보고와 업무검사에 관한 것이다. 그 어느 곳에도 의료인의 개인 금융거래 내역을 열람하고 회람할 수 있다는 내용은 없다. 개개인의 금융 거래내역을 열람하고 임의대로 골라 각 병원과 기관에 공문을 보냄으로써 해당 교수들은 개인정보가 노출되면서 심각한 명예훼손을 당했고, 정확한 내용을 모르는 일부 병원에서는 의사들이 마치 불법 리베이트를 수령한 것으로 매도되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모든 의료인들은 상시로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개인정보가 정부에 의해 열람되고 회람되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각계각층에 유사한 일이 얼마만큼 자행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 지경이면 우리 국민들에 대한 감시는 어떨지 궁금하다. 개인정보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현 상황에서 정부의 이러한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생각된다.

검찰이 원전해커를 수사중인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 사이버상황실을 공개 중이다. (출처 : 경향DB)


의사와 제약회사 간에 처방을 조건으로 리베이트가 오가는 행위는 비난받고 뿌리뽑아야 하지만 정상적인 규정을 준수하는 활동은 사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만약 이런 활동이 조금이라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명확한 규정을 만들고 그 규정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무작위적이면서 불명확한 근거를 앞세워 보호받아야 할 국민의 개인정보를 들추는 횡포를 정부가 앞장서 한다면, 그 누가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김성래 | 가톨릭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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