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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빅데이터가 마법처럼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서비스를 개선하며,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빅데이터 1.0의 시대는 크기, 속도, 다양성 등 데이터 속성에 열광한 시기라면, 빅데이터 2.0의 시대는 의사결정에 빅데이터를 사용한 모델을 적용하는 분석의 보편화 시대라 할 수 있다. 금을 만들려는 연금술사들의 노력이 과학의 발전을 낳았듯, 빅데이터는 산업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다.

빅데이터 2.0의 미래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난 곳이 독일의 인더스트리 4.0(Industry 4.0)이다. 생산장비에 설치된 사물인터넷(센서)에서 수집된 자료를 분석, 모델화해 공장을 자동화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불량률을 낮춘다. 이것을 하나의 공장이 아니라 전 제조업에 적용한다면 독일의 산업 경쟁력을 넘볼 수 있는 국가는 없어진다.

우리나라는 독일과 비슷하게 제조업 중심 수출 국가다. 우리나라도 1980년대 후반 잠시 탈공업화를 추진한 적이 있다. 그러나 제조업이야말로 물가안정과 국제수지 개선의 관건이라는 점이 부각되어 1990년대 초반 ‘제조업 경쟁력 강화대책’이 시행되고 그 핵심은 공장 자동화였다. 이후 공장 자동화를 위한 수치제어(NC) 머신 등의 개발을 위해 연구조합을 구성하게 하여 부족한 기술과 자본을 마련하도록 했다.

현 정부에서도 지난해 10월 ‘제조업 혁신 3.0 전략’ 스마트 공장 사업설명회를 가졌다. 스마트 공장이 적용되면 신입사원도 기능장 능력의 전문가 판단력을 빌릴 수 있다. 노동생산성의 코페르니쿠스적 제고가 가능하다. 불량은 줄어든다. 불량이 아닌 것을 불량이라고 조사하거나 폐기하는 비용도 당연히 준다.

이러한 빅데이터가 일상의 도구가 되기 위한 길은 꽤 험하다. 기업에서는 데이터를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장비 자체의 기술과 아울러 센서와 네트워크 기술이 제고되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센서들의 이야기를 듣고 해석하고 모델로 만드는 일이다.

서적 '빅데이터 인문학' (출처 : 경향DB)


지금까지 우리나라 빅데이터 시장은 센서 및 장비 등의 하드웨어 회사, 빅데이터 솔루션 회사,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구성된 컨설팅 회사가 각자의 영역에서 독립적으로 빅데이터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에 따라 솔루션 회사에서는 고객의 비즈니스적 문제 해결책을 명괘하게 제시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컨설팅 회사는 분석 자체는 가능하나 그 구현의 모습을 실제로 검증해줄 수 없었다.

사물인터넷으로 심화되는 빅데이터 2.0 시대에는 심지어 물건들끼리도 이야기를 해야 문제가 해결된다. 장비 생산자, 솔루션 회사,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이 자율적으로 협력하는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기업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긴다. 요즘 1990년대 복고 문화가 유행하고 있다. 1990년대에 공장 자동화 생태계 육성을 위해 연구조합을 설립한 것처럼, 정부에서는 각 산업별, 기능별로 빅데이터 적용을 위한 조합 구성을 지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홍영식 |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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