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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대구에서는 소방인들을 위한 잔치가 마련된다. 올 해로 12회째를 맞는 <대한민국 국제소방안전박람회>는 우리 소방시장의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꿋꿋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어려움 속에서도 성장을 거듭하던 소방안전박람회가 올 해는 국제전시협회(UFI)로부터 인증을 받아 국제적 인지도까지 확보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괄목할 만한 성과가 아닌가 싶다.

2003년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소방안전박람회는 소방방재청(현재 국민안전처)과 대구시의 지원을 받아 치르고 있는 국내 유일의 소방안전 전문박람회다.

이제는 지구촌이 일일 생활권으로 바뀌면서 많은 사람들이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중국, 두바이 등에서 개최하는 소방엑스포에도 참가하고 있다. 혹자는 “우리의 소방안전박람회는 미국보다 못하다”라고 말하거나 또는 “우리의 것이 일본보다 낫다”라고들 말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쉽게 단정 지을 사안이 아니다. 왜냐하면 소방안전박람회는 한 나라의 소방시장 규모 및 수요, 관련 법규, 안전문화, 안전관련 정책, 관련 산업의 유통구조, 건설경기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되어 나타나기 때문이다.

조만간 개최될 대한민국 국제소방안전박람회가 올 해도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를 희망하며 몇 가지 당부사항을 적어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대한민국 국제소방안전박람회는 단순히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전시회의 성격을 넘어 재난 및 안전관련 산업에 비전을 제시하고 대한민국의 안전문화를 선도해 나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동안 소방안전박람회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윤을 창출하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한 공공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해왔다. 예를 들면, 소방안전박람회를 통해서 ‘생명존중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생명을 구하는 사람들’이란 포럼을 진행하는가 하면, 산·관·학이 힘을 모아 청년층 일자리 마련을 위해 ‘소방·안전 전문 인력 취업설명회’도 개최했다. 이렇게 쌓아올린 좋은 성과를 발판으로 삼아 앞으로도 어떻게 하면 비즈니스와 공공성을 적절하게 조화시킬 수 있을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는 소방관련 업체들은 소방안전박람회에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접근해야 한다. 소방안전박람회 기간 동안에 기대했던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그렇게 실망할 일은 아니다.

2014년 대한민국 국제소방안전박람회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그동안 소방안전박람회는 다양한 나라로부터 해외바이어들을 초청해 국내업체가 개별적으로 홍보를 하고 판매를 해야 하는 노력과 시간을 절약해 준 순기능도 있으며, 이런 노력을 통해서 실제로 해외바이어들과 계약으로 연결된 사례도 많다고 한다.

또한, 국민안전처의 협조를 얻어 일선 소방관서의 장비구매담당자를 초청해서 국내구매상담회도 계획하고 있다고 하니 결국 관련 업체로써는 국내든 해외든 구분할 것 없이 오로지 자신만의 기술력을 가지고 승부해야 할 일이다.

전시회 중심인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은 세미나 중심이다. 미국에서는 소방엑스포를 통해 관련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인적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소방엑스포 기간 동안 약 120여개의 세미나를 개최해 관련 분야의 사람들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특별한 상황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받는 등 소방인들이 한데 어우러진 축제의 장으로 이미 자리매김했다.

그러니 지금 당장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손해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소방안전박람회를 통해서 다양한 인적네트워크를 구축하면 언젠가 그들이 미래의 구매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는 보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해서 소방안전박람회를 그야말로 살아있는 학습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일반시민이나 예비 소방인들을 위한 아주 쉬운 주제에서부터 재난 및 안전관련 분야 공무원 및 학자 등을 위한 전문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비자의 관심과 목적을 충족시켜 줄 수 있도록 세미나의 내용을 폭넓게 구성하면 좋을 것이다.

이 건 _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미국방화협회(NFPA)는 소방엑스포가 시작되기 6개월 전부터 세미나에서 강의할 역량이 있는 전문가를 모집하기 시작한다. 50개의 주에서 참여한 전문가들의 열띤 토론의 장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아주 값진 선물인 셈이다. 그것을 위해 우리 돈으로 100만원이 넘는 참가비용을 지불하는데 인색하지 않는 것이다.

네 번째로, 대한민국 국제소방안전박람회가 대한민국의 소방안전문화를 선도해 나가고 전 세계적으로도 그 위상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는 국민안전처, 대구시, 한국소방산업기술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소방관련 언론사 등 관계기관의 보다 큰 관심과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소방안전박람회는 모든 소방인들이 모여 한 해를 결산하고 또 다른 한 해를 계획하는 자리이며, 대한민국의 안전전문가들을 한데 아우르고 대한민국 소방의 미래비전도 제시하는 아주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에 관계 부처에서도 힘을 실어주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 나라의 소방안전박람회는 단순히 전시회의 규모로만 그 성과를 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앞에서 제시한 문제점들에 대한 검토와 노력을 통해서 대한민국 소방인들, 나아가 전 세계 소방인들의 축제의 한마당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추가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 온 대한민국 소방안전박람회 사무국 관계자들에게도 따뜻한 응원의 박수를 보내드린다.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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