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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100세 시대가 왔다. 건강하기만 하면 퇴직 후에도 30년 이상의 시간이 남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퇴직 이후에 대한 고민보다는 지금 당장의 현실에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문가에게는 정년이 따로 없다. 퇴직 이후에도 자신이 가진 전문성을 활용해서 사회와 행복한 소통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 집필을 한다거나, 예비 소방인들을 위해 강단에 설 수도 있고,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시니어 단원으로 해외에 나가 자신이 가진 경험과 지식을 전수할 수도 있으니 퇴직 후에도 쉴 틈이 없는 것이다.

캐나다의 작가이며 저널리스트이자 강연자이기도 한 말콤 글래드웰이 쓴 <아웃라이어>란 책에서는 어느 한 분야에 진정한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시간으로 일만 시간을 제시한다. 일만 시간이라고 하면 하루에 세 시간씩, 일주일에 스무 시간을 10년 동안 꾸준히 노력해야 하는 시간이다. 어떻게 보면 10년 동안은 어느 한 분야에 흠뻑 빠져있는 상태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소방관으로 일하면서 좋은 점은 이론뿐만이 아니라 누구보다도 많이 다양한 현장을 경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스스로가 하루하루를 어떻게 준비하고 그 노력을 10년이란 시간동안 꾸준히 이어나가느냐에 따라서 자신만의 분명한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요즈음에는 어느 한 분야에 단순히 오래 있었다는 것만으로 그 사람을 전문가라고 부르지 않는다. 관련 분야의 학력, 경력 그리고 자격증 이 세 가지가 일치할 때 우리는 비로소 그를 전문가라고 인정하는 것이다.

요즈음 입사하는 소방관들은 학력이나 스펙의 관점에서 보면 예전에 비해 월등하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흐르면 예전의 예리함과 열정은 찾아볼 수 없고 이리저리 흔들려 목표를 잃어버리고 갈팡질팡 하게 된다. 작은 것에 집착해 인생이라는 큰 그림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도 범한다. 꿈은 사라진지 오래전이고 늘어가는 것은 불평과 뱃살뿐이다.

하지만 한 가지 명심해야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지금 우리가 헛되이 보내는 시간들은 은퇴 이후에 부메랑이 되어서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때는 정말로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 될 것이다.



가끔 보면 소방관으로 퇴직 후 경치 좋은 곳에서 펜션을 운영하면서 여유로운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것은 모두에게 허락된 삶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소방공무원으로 퇴직 후 자신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길을 찾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관내 업체에 취직해서 소방후배들에게 무턱대고 전관예우를 요구하는 것은 더더욱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또한 재직 중에 이해관계가 있었던 업체에 취업하는 것은 공직자 윤리법에도 어긋난다.

세상에 아무리 전문가가 많다고 해도 전문가는 항상 필요한 법이다. 지금부터 진정한 전문가가 되기 위해 10년을 투자해보자. 10년 이란 시간동안 꾸준하게 자신을 갈고 닦으면 비로소 순금과 같이 정제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우리가 10대와 20대에 했던 공부로 30대와 40대를 살았다면, 40대의 공부로 은퇴 이후를 살아가는 것이다. 물론 10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10년 동안 오로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온 마음과 정성을 쏟아 부어야 한다. 그렇게 쌓은 전문성을 이 사회와 공유한다는 것은 얼마나 가치 있고 보람된 일인가.

만약 10년을 꾸준히 노력했지만 자신에게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필자를 찾아와도 좋다. 그러면 필자의 생각이 틀렸음을 인정하는 정중한 사과와 함께 식사도 대접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의 이메일(kon.yi.kor@gmail.com)을 약속의 표시로 공개한다.

누구나 노력하면 전문가가 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퇴직 이후 왕성한 활동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소방인으로 살면서 꿈꾸었던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서라도 그동안 게으르고 나태했던 모습을 다시 정비해야 한다.


이 건 | 주한 미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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