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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밤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이 임상 3상시험에서 90%의 유효성을 보였다는 발표에 이어 16일 밤 모더나의 백신도 94.5%의 유효성을 보였다는 발표로 코로나19를 통제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커졌다. 반면 걱정스러운 결과도 있다. 국제 연구팀은 5일 발표한 논문에서 12개국에서 발견된 N439K 변이 바이러스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청에 있는 다클론항체들과 개발 중인 중화항체들을 회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변이체들에 대응하기 위해선 신속 정확한 진단과 그에 맞는 백신, 중화항체, 치료항체, 치료제의 개발이 필요한데 이는 의학, 생물학에 공학이 융합돼야만 가능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카이스트 코로나19 대응 과학기술 뉴딜사업에서는 감염병 등 국가재난 극복을 위한 과학기술 기반의 솔루션 개발을 목표로 하여 항감염 전주기 요구기술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변종 바이러스 혹은 또 다른 감염 바이러스 출현 시 치료제와 백신을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는 원천기술들을 개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바이러스 핵심 단백질들의 구조를 기반으로 컴퓨터를 이용한 정밀한 분자 동적시뮬레이션과 도킹시뮬레이션, 수많은 합성화합물과 천연물들을 대상으로 한 인공지능 기반 후보물질 도출 및 바이러스 단백질과의 상호작용 시뮬레이션 등 공학적 기법을 동원한 신속한 치료제 개발 플랫폼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백신의 보관 및 유통에 있어서도 획기적인 공학적 접근법이 필요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독감 예방 백신이 지역별로 배분되는 과정에서 일부가 상온에 노출돼 약효 저하와 안전성 문제 가능성이 대두된 바 있다. 또한 화이자의 RNA백신은 영하 70~80도에서 보관 유통해야 하는데 세계적으로 이런 백신은 처음인지라 난감한 상황이다. 실험실에서 미생물 등을 보관하는 영하 80도의 딥프리저를 쓰면 되는데, 이동 및 보관 시 이런 극저온 냉동을 어떻게 구현할지 좋은 아이디어가 요구된다.
화이자는 내년부터 백신을 파우더 형태로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발표했다. 좋은 항체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했어도 대량 생산과 유통이 돼야 치료와 예방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25%를 점유할 만큼 생산 및 분리 정제 공정을 포함한 공학 기술이 탁월하다. 따라서 코로나바이러스, 그 변이체들, 그리고 유사 감염질환에의 신속한 대응을 위해 치료제와 백신 개발, 생산, 그리고 약의 제형, 유통 및 저장에 이르기까지 의학-생물학-공학 융합에 의한 원천기술들의 개발은 매우 중요하다.
치료제와 백신 개발 외에도 코로나19 등 감염질환의 폭발적 증가 시 의료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이동형 감염병원 모듈이 개발되고 있다. 신속 정확한 진단 시스템, 상시 감염재난 대비 방역물품들의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이 중 카이스트 연구원의 나노융합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마스크는 기존의 정전기 방식 마스크와 다른 나노필터 기반인 것이 특징이다. 월 1290억개씩 버려지는 일회용 마스크는 대부분 폴리프로필렌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썩지 않아 환경을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다. 생물공학 기술을 이용하면 완전 생분해성 미생물 플라스틱을 생산해 생분해성 마스크를 제조할 수 있다.
미국 MIT 화학공학과 연구진은 마스크로 바이러스를 필터링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죽이는 마스크를 개발했다. 0.1㎜ 두께의 구리선들로 짜인 메시에 9V짜리 배터리로 전기를 통해 약 90도까지 가열해 죽이는 방식이다. 얼굴 접촉 시 뜨거우면 안 되므로 네오프렌이라는 물질로 구리메시를 싸 주었다. 또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때 공기의 흐름을 거꾸로 해주는 공학기술을 접목해 바이러스들이 고온의 구리메시에 반복 접촉돼 사멸되도록 하였다. 아직 무게·착용감 등 개선할 점들이 있지만 버리지 않고 반복 사용이 가능하다.
이처럼 공학은 그 자체, 그리고 의학 및 과학과의 융합을 통해 감염질환에의 대응 등 인류 건강에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다.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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