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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십년간 전자 및 정보통신 산업의 눈부신 발전은 현대의 경제뿐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에도 큰 변혁을 가져왔다. 지하철을 타면 책이나 신문을 보는 사람보다 휴대폰을 보는 사람들이 많아진 지 오래고, 잠들기 직전까지 휴대폰이나 태블릿을 보느라 잠을 설치기도 한다. 초등학생부터 노인까지 모두 휴대폰 중독 상황이라고 할 만큼 우리는 전자기기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어떻게 통계를 잡느냐에 따라, 조사업체에 따라 추정량이 크게 다르기는 하지만, 글로벌 전자폐기물 모니터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전 세계적으로 나온 전자폐기물은 4470만t에 달한다. 이 중에서 43만5000t은 폐휴대폰이다.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무게가 36만5000t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전자폐기물의 양이 얼마나 많은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생산-소비-폐기라는 선형경제의 전형적인 예라고 하겠다. 그러면 어떻게 생산-소비-회수-재활용의 순환경제로 바꿀 수 있을까?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폐휴대폰 하나에서 회수할 수 있는 부품과 금속 등의 값어치가 최소 10만원은 넘는다. 금속만 봐도 금, 은, 팔라듐, 니켈 등 다양한 것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불과 20% 남짓한 폐휴대폰만 수집·재활용되고 있다는 통계는 한정된 자원의 지구에서 정상적인 경제활동이라 볼 수 없다. 현재 전 세계 1년 휴대폰 판매 대수는 약 15억대이다. 이론적으로 한 해 동안 생산된 휴대폰의 폐기 후 재활용 가치만 150조원이나 된다. 우리나라만 봐도 연간 2000만대 정도의 휴대폰이 폐기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만 잘 회수해 재활용해도 연간 2조원 이상의 가치 창출이 가능한 것이다.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 전기전자 제품 및 자동차의 자원순환에 관한 법률도 있고, 전자정보통신 강국답게 재활용률도 높은 편이라는 점이다. 

재활용을 제대로 하는 것은 단지 자원 순환에서만 좋은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폐전자제품은 인체 유독성 물질을 다수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재활용해 유해물질로 인한 환경 오염을 방지해야 한다.

전자제품이 비싸고 귀했던 옛날에는 마을에 한 대 있는 흑백TV 앞에 온 동네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함께 시청했던 적도 있다. 그 귀한 TV가 고장이라도 나면 수리하는 사람을 불러 부품을 교체하여 고쳐서 사용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고치는 값보다 새로 사는 값이 더 싸다라는 말을 하게 되었다. 이는 엄청난 양의 전자제품 폐기물 생성과 축적이라는 문제를 가져온다. 지구에는 모든 자원이 한정되어 있으니, 그 자원들로 만든 물건들은 우선 아껴 쓰고 폐기 시에는 회수 및 재활용을 잘해야 한다. 

신기술이 집약된 새 제품을 보면 사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도 있고, 구형을 가지고 다니면 체면이 안서 신제품으로 바꾸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고장이 났는데 고칠 수 없거나 고치는 비용보다 새로 사는 것이 비용 최적화를 위해 더 좋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새로운 기능이 다수 들어가고 빨라지고 더 멋있는 새로운 휴대폰을 가지고 싶은 욕구를 나쁘다고 할 수만은 없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구형 휴대폰을 버리지 않고도 신형 휴대폰처럼 좋게 할 수는 없을까? 초기의 휴대폰들은 대부분 배터리 분리형이었다. 배터리의 성능이 저하되거나 문제가 생기면 배터리만 새것으로 교체하면 되었다. 지금은 일체형이다 보니 배터리만의 문제인데도 멀쩡한 휴대폰을 통째로 바꿔야 한다. 

소비자가 원하면 5년 전, 10년 전 판매한 휴대폰이라도 회수하여 부품 교체 등을 통한 기능 및 성능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면 어떨까? 다양한 프로그램의 구동 속도 문제도 클라우드와 연계하여 실제 휴대폰 성능에만 의존하지 않고도 고성능을 낼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재활용의 경우에도 폐기 시 회수된 휴대폰에서 어떠한 부속과 부품들을 재활용할 것인지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하고 제조하면 재활용률을 훨씬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두를 가능하게 할 휴대폰 제조사 입장에서는 이렇게 할 경우 오히려 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제조사가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 제조 및 서비스사의 형태로 변신하면 어떨까? 제품을 판매한 후 지속적으로 소비자가 원하면 가능한 범위 내에서 비용을 받고 서비스를 해주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최소화하면서도 소비자의 기능 및 성능 향상 욕구는 어느 정도 맞춰줄 수 있을 것이다. 매 1~3년마다 바꾸는 휴대폰보다 더 오래 사용하는 세탁기, 냉장고와 같은 가전제품들도 마찬가지로 순환경제의 틀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 제조, 소비, 재활용을 해야 한다.

그러면 전자제품들의 순환경제를 위해 어떠한 것들이 고려되어야 할까? 

우선은 디자인 전략이 바뀌어야 한다. 제품의 수리 및 업그레이드가 용이하게 디자인하고 제조해야 한다. 전자제품의 향상된 기능과 성능에 대한 욕구는 나날이 더욱 증대될 것이므로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과 서비스의 향상이 필요하다. 수많은 휴대폰 하나하나의 성능만을 극대화할 것이 아니라 일정 성능의 휴대폰을 가지고 있더라도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로 성능과 기능 향상을 선사할 수 있어야겠다. 전 세계적으로 제조사별로 다른 부품들의 표준화를 더욱 강화하여 폐전자기기 부품 등의 재활용률을 높일 필요도 있다. 기술 개발을 통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소중한 금속 등의 회수율도 높여야 한다. 서비스가 강조된 비즈니스 모델로의 전환도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공유경제의 틀에서 전자제품은 회사 소유로 하고 회사는 제품의 질에 대한 책임을 지며, 소비자는 소유하는 대신 비용을 지불하고 빌려 쓰는 모델도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 

한정된 자원의 지구. 우리뿐 아니라 미래세대도 살아갈 지구의 환경과 지속 가능성을 생각하며 순환경제 시대로의 빠른 전환을 기대해본다.

<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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