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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하나. 전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하늘길은? 서울~제주노선이다. 지난 4월 영국의 항공교통시장 조사기관 OAG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올 2월까지 이 구간 운항 횟수는 7만9460회였다. 매일 219편이 이 구간을 오간 셈인데, 심야와 새벽을 제외하면 5~10분마다 비행기들이 두 공항에서 뜨고 내렸다. 2위인 호주의 멜버른~시드니 구간이 5만400회인 것에 비교하면 그 빈도를 짐작할 만하다. 실제 오산 공군작전사령부의 레이더 화면을 보면 서울과 제주 상공에 점으로 표시되는 비행기들이 착륙하기 위해 꼬리를 문 채 선회하는 모습이 확인된다. 이륙 풍경 역시 다를 게 없다. 지난해 설을 쇠고 귀경할 때 비행기가 뜨는 데만 40분 넘게 걸렸다. 앞뒤로 비행기 7대가 줄지어 기다리다 활주로로 들어서는 진풍경이 연출돼 동영상에 담은 적이 있다. 공항에 도착한 뒤 청사를 한 바퀴를 빙 돌아 밖으로 나가노라면 여행지에 도착한 흥분은 이미 반감된다. 최근 방문한 공항 중 가장 번잡한 곳이 바로 내 고향 제주 공항이다. 

포화에 따른 불편은 차치하고 안전 문제도 심각하다. 비바람이 강하게 분다 싶으면 결항에 연발착이 이어진다. 해안에 접해 있는 데다 동서 방향으로 이착륙하는 비행기 옆에서 직각으로 부는 바람이 위험도를 높인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정부 안에서도 현 제주공항을 확대하는 안과 새로운 공항을 짓는 안이 팽팽하게 맞섰다. 그러나 이내 신공항 건설로 방침이 기운 것은 이런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결과였다. 그리고 2015년 11월 사전타당성 용역 결과 성산이 신공항 예정지로 발표되었다. 제주공항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에 공항을 추가로 확보해 위험과 불편을 분산하자는 뜻이다. 제주도의 균형 발전을 꾀한다는 취지도 들어 있다.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 직후, 서울에서 열린 한 시민단체의 제2공항건설 토론회에 참석했다. 혹시 신공항 사업도 제주 해군기지 건설처럼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였다. 본류가 아닌 이유로 신공항 건설에 반대한다는 결론을 내려 약간 놀랐지만 합리적 토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는 빗나갔고, 이 단체는 신공항 반대의 중심이 되었다. 

가장 동의하기 어려운 것은 반대론자들의 닫힌 자세였다. 신공항 반대론의 초점은 끊임없이 옮아갔다. 최근에는 프랑스의 한 기업이 낸 보고서가 왜 타당성 검토에 반영되지 않았느냐는 데로 가 있다. 내용은 현 제주공항의 활주로를 동서 방향에 이어 남북으로 교차해 이용하면 새로 공항을 짓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고도의 관제 능력 확보 등 19개의 조건을 충족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 조건을 현실적으로 충족하기 어렵다고 보고 국토부가 보고서를 배제하자 맹비난하고 있다. 2년 전에는 신공항이 공군 기지가 된다는 주장으로 시끄러웠다. 정경두 당시 합참의장이 신공항에 공군 탐색구조대를 두겠다고 언급한 것이 발단이었다. 국토부와 제주도가 협의되지 않은 안이라고 확인해 넘어갔지만, 반대론자들은 틈만 나면 이 문제를 거론한다. 이런 의문을 제기했다 해소되면 곧이어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상대방의 설명이 타당하면 받아들이겠다는 열린 태도가 아니다. 

최근 주변에서 신공항 건설에 부정적인 사람들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외국인 관광객으로 인한 피로감이 커진 탓이다. 새로 공항을 지으면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한다고 걱정한다. 하지만 이런 논리도 맞지 않는다. 2017년 이후 중국인 관광객이 오지 않아도 제주 관광객은 큰 변동이 없다. 국내 관광객들이 그 공백을 메운 덕분이다. 결국 미래의 항공 수요자가 외국인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 외국인 관광객으로 발생하는 불편을 공항건설을 막아 해결하려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그리고 제주 난개발의 주범은 신공항이 아니라 주민들의 개발 욕망이다. 주민들이 개발 이익을 위해 자연을 훼손하는 것은 방치하면서 신공항을 막으면 제주를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다. 무엇보다 관광으로 먹고사는 제주도민들이 새 관문에 반대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발상이다. 

지난 19일 국토교통부가 제2공항 기본계획 수립 용역 최종보고서를 발표했다. 반대론자들의 주장대로 신공항 건설 입지를 처음부터 재검토한 끝에 그래도 (성산에 새 공항을 짓는) 원안이 가장 적합하다고 결론지었다. 반대론자들은 이번에도 주민설명회를 막아섰다. 최종보고서 내용을 설명하러 온 용역진에게 밀가루를 뿌려 쫓아냈다. 이대로 가면 결론은 뻔하다. 제2의 강정기지처럼 정부는 안대로 추진하고, 반대론자들은 막아서게 돼 있다. 신공항은 강정기지가 아니다. 폐쇄적인 군사 기지가 아닌 데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지도 않다. 반대론자들은 열린 자세로 신공항의 필요성에 대해 토론한 후 찬반을 결정해야 한다. 침묵하는 사람들은 반대론자들 편이 아니다. 이게 지난 10년간 관찰해온 결론이다.

<이중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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