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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는 3가지 선택을 해야 한다. 먼저, 통합이냐 혁신이냐 하는 것이다. 짧게 반추하더라도 새정치연합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통합노선으로 치렀으나 패배했다. 그럼에도 계속 통합노선을 견지할 것인지, 아니면 혁신노선으로 터닝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정당모델이냐 운동모델이냐 하는 것이다. 당명은 바뀌었지만 새정치연합은 2002년 국민경선부터 정당보다는 운동모델을 지향해왔다. 지구당을 없앴고, 당원보다는 시민의 참여를 더 강조했다. 지역대결 구도와 그로 인한 핵심 지지층의 구조적 열세 탓에 소수파로선 불가피한 선택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운동노선 때문에 정당의 풀뿌리 조직이 약화된 건 사실이다. 지금 새정치연합은 어정쩡한 스탠스다. 둘 중에 어느 모델로 갈지 결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표인지 후보인지 그 롤 모델을 선택해야 한다. 새정치연합이 유효한 수권정당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대표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 당은 너무 오랫동안 대표 리더십의 공백으로 인해 지리멸렬했다. 당 대표는 갈등을 회피하지 않고, 악역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이 때문에 대중적으로 나쁜 이미지를 낳을 수 있다. 혁신을 이뤄내면 전보다 훨씬 큰 도약이 뒤따르겠지만 일시적 손해는 감수해야 한다. 게다가 혁신이 꼭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으니 다음 대선에 나설 후보로서는 맞닥뜨리기 싫은 게 당연하다. 하나의 길을 선택한다고 해서 다른 길을 100% 배제하는 건 아니나 큰 방향은 정해야 한다. 절충은 어렵다.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에서 이기려면 문 대표가 대표로서 리더십을 발휘해 당을 일대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이 일은 혼자 해내기 벅차다. 하긴 해야 하나 힘은 달리고….

그러나 방법이 있다.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 그리고 박원순 시장이 연대하는 것이다. 이들은 새정치연합에서 새로움을 상징한다. 낡은 체제나 기득권으로부터 자유롭다. 대중적 지지가 강한 차기 대선주자들이다. 이들 셋이 힘을 합치면 새정치연합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참신한’ 정당이 된다.

문·안·박(MAP) 혁신연대는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에 필요하다. 먼저 당내 기득권의 맹렬한 저항이다. 새정치연합은 혁신 없이 회생할 수 없다. 혁신이 성공을 반드시 담보하는 건 아니지만 혁신이 없으면 무조건 실패한다. 그런데 혁신을 하려면 기성질서 또는 기득권의 저항을 극복해야 한다. 이들의 저항은 집요하고 격렬할 것이다. 혁신연대를 통해 수구 대 혁신의 대결로 가야 돌파할 수 있다.

다음으로 제로섬 경쟁의 위험성이다. 당 대표가 혁신을 하려 해도 대선주자 간의 경쟁 프레임이 작동한다면 혁신은 혁신이 아니라 패권주의, 권력욕으로 오해된다. 계파 갈등 또는 대선경쟁의 전초전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얘기다. 셋이 연대하면 이런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 문·안·박 혁신연대는 당도 살고, 대선주자들도 살고, 지지층도 사는 삼생(三生)의 길이다.

정치적 흐름이나 여론지형상 새정치연합에 2016년과 2017년은 좋은 기회다.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보수정권 10년에 대한 평가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에서도 야권이 앞서고 있다. 관건은 야권이 내부 싸움 때문에 분열하고, 그 때문에 혁신에 실패할지 여부다. 야권이 내분에 발목이 잡히고, 여권에선 개혁파가 대세를 장악할 때 2016년과 2017년은 새정치연합에 ‘어게인 2012’가 될 수도 있다. 분열을 방지하고 혁신을 이뤄내는 가장 좋은 방안이 바로 문·안·박 혁신연대다. 이 연대로 총선에서 승리한 다음부터 셋 간의 경쟁이 펼쳐진다면 그때는 제로섬이 아니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 지금 만약 셋이 견제·경쟁하거나 방관·외면한다면 그건 공멸하는 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왼쪽)과 박영선 의원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박영선·안철수가 말하는 경제성장을 위한 공정한 시장경쟁 좌담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_ 연합뉴스


한 왕조를 창업한 유방은 위험을 무릅쓰고 한신에게 독자세력화의 길을 열어줬기에 성공했다. 천하를 움켜쥐기 직전까지 갔던 항우는 독패하다 망했다. 문재인 대표는 권력을 나눠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당 혁신이 성공해야 안철수 의원과 박원순 시장에게도 기회가 온다. 안 의원은 새로움을 더해야 하고, 박 시장은 시민을 움직여야 한다. 이들은 아직 독자적으로 집권하기엔 힘이 부족하다. 따로 움직이면 공격에도 취약하다. 대의를 위해 돕고 거들면서 동반성장하는 혁신연대는 재집권으로 가는 지도(map)가 될 것이다.


이철희 |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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