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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지망월(見指忘月)이라는 말이 있다. 가리키는 달은 등한시하고, 손가락만 본다는 뜻으로 본질을 외면한 채 지엽적인 것에만 집착하는 근시안적 행태를 지칭하는 말이다. 최근 국내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관련해서 발전차액지원제도(FIT)와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에 대한 제도적 논란을 접하면서 필자는 견지망월의 우를 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두 제도는 각각의 특징을 갖고 있다. FIT는 기준가격을 정해 장기간(15년 또는 20년) 고정된 보조금을 지원하기 때문에 수익구조가 안정적이어서 신규 사업자를 빠르게 유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1년부터 FIT를 시행하면서 신재생 발전이라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도입했고, 이를 계기로 관련 산업이 확대되었다.

그러나 FIT는 정해진 기준가격으로 운영하므로 경쟁요인이 없어 생산가격을 낮추기 위한 동기 부여가 부족하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재정부담을 늘려야 하는 제도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비교적 성공적으로 FIT를 운영하고 있는 독일이 최근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기요금 부담으로 FIT 보조금을 축소하고, 에너지원 간 경쟁유도 등의 정책을 도입하는 재생에너지법(EEG) 개정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FIT를 재도입한 일본도 태양광 분야에 발전소 설치가 집중되어 기형적인 시장을 조성하는 한계점을 드러냈으며, 사업허가만 받고 투자는 미루는 사례가 빈번하자 허가 취소 및 매입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RPS는 신재생 발전의 가격이 민간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결정되므로 생산비용 절감이 가능하며, 신재생에너지 산업 및 인프라를 기반으로 의무량을 설정함으로써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조속히 달성하는 데 유리하다.

신재생에너지 활성화 방안 주요 내용 (출처 : 경향DB)


우리는 10년간 FIT 운영을 통해 태양광을 비롯해 풍력, 바이오에너지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 기반을 다져왔고, 그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12년 RPS로 전환했다. RPS를 도입하면서, 정부와 전문가 그룹은 FIT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제도화해 우리 실정에 맞게 정착되도록 추진했다.

대표적으로 태양광에너지 별도 의무량 설정과 ‘판매사업자 선정제도’를 들 수 있다. 태양광은 FIT 10년간 설치된 497MW의 3배 수준인 1500MW를 2015년까지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별도 목표가 주어져 있고, 올해 9월까지 1203MW가 설치되어 국내 태양광 산업의 보호 육성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한 ‘판매사업자 선정제도’는 12년 장기간 고정가격을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로 FIT의 장점을 RPS에 접목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FIT 전체 기간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소 수준에 버금가는 2300곳(488MW)이 이 제도의 혜택을 받고 있다. 비태양광 분야 또한 수력에 집중되던 FIT 시기에 비해 풍력과 바이오 등 다양한 에너지원에서 신규 투자가 일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비태양광 발전소 설치도 FIT의 3.6배 수준인 1963MW에 이르렀다.

RPS와 FIT 중 어느 것이 맞느냐 하는 이분법적 주장은 자칫 성장과정에 있는 우리의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산업 육성에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 핵심은 그간의 FIT 시행 경험을 바탕으로 얼마나 우리의 현실에 맞는 제도를 이어 나가느냐에 있다. 최근 RPS 시장이 확대되고 참여자가 늘어나면서 입지규제나 이해관계의 갈등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균형적 발전에 필요한 이슈들이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므로 당장 보이는 이러한 소소한 문제에 집착해 큰 그림을 놓쳐서는 안된다. 시장친화적인 신재생에너지 보급 방안을 RPS 내에서 다듬어 가는 지혜를 모으는 데 보다 집중해야 할 것이다.


남기웅 |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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