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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얼마나 가르쳐야 할까? 사람 구실 하는 데는 그다지 많은 배움이 필요하지 않다. 있다·없다, 좋다·나쁘다, 맞다·틀리다, 깨끗하다·더럽다, 이 정도만 알아도 모자람이 없다.

여태껏 살아보니 삶의 이치는 ‘있다·없다’의 이진법에 달려 있었다. ①좋다와 나쁘다. 어떤 게 좋고, 무엇이 나쁜 것인가. 있을 게 있어야 좋다. 없을 게 없어야 좋다. 있어야 할 게 없으면 탈이 난다. 없어야 하는데 있어도 문제다. ②맞다와 틀리다. 있는 것을 있다고, 없는 것을 없다고 하면 참이다. 있는데도 없다 하거나 없는데도 있다고 하면 거짓이다. ③깨끗하다와 더럽다. 깨끗한 것은 무엇이고, 더러운 것은 무엇인가. 없어야 하는 것을 다 치워 없애면 깨끗하다. 치우지 않았거나 치우다 말면 더럽다. 사람답게 사는 비결은 이렇게 단순하다.

있다와 없다를 알고, 있어야 할 것과 없어져야 할 것을 바로 알아 그대로만 처신하면 탈도 없고 걱정도 없다. 다음은 천하태평을 누리는 비결 세 가지.

첫째, 있어야 할 게 있어야 좋고, 없어야 할 게 없어야 좋다고 했다. 그렇다면 가져야 할 것은 반드시 가져야 한다. 빼앗겨도 안되고, 양보해도 안되며, 빌리려고 해서도 안된다. 이와 아울러 없어야 하는 것은 절대로 갖지 말아야 하고, 갖지 말아야 할 것은 냉큼 쫓아버려야 한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 역시 내보내는 게 좋다. 약으로 쓸 때가 있겠지 하고 곁에 두다 보면 태산만 한 개똥이 쌓이고 만다.

필요한 것을 필요한 만큼 들이는 간결한 삶이 좋다. 가질 것을 갖지 못하거나 없어야 할 것을 줄줄 매달고 살면 불쌍하고 초라해진다.


둘째, 있는 것은 있다고, 없는 것은 없다고 짤막하게 말하면 틀림이 없다. 그와 반대로 있는 것을 없다 하고, 없는 것을 있다고 하면 큰일이 난다. 구차하게시리 “있는 것 같다”거나 “없는 것 같다”고 하면서 말끝을 흐리는 일도 금물이다. 그게 쿠데타였는지 구국의 결단이었는지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오’ 할 것은 ‘아니오’라고만 하면 헛발 딛는 일이 없고, 꿀리거나 눌릴 일도 없다.

참말은 사람을 살리고 세상을 살린다. 거짓말은 자기도 죽이고 남도 죽인다. 그런데 된장이라는 것인지 똥이라는 것인지 우물쭈물 얼버무리는 말도 사람을 망치고 세상을 해치기는 마찬가지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4시간 비상국회 운영본부' 첫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전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노령연금 도입 공약 축소·수정에 대해 “박근혜 정권은 화장실 정권”이라고 말했다._박민규기자



셋째, 풍진 세상일수록 깨끗하게 살아야 한다. 오탁악세 가운데서도 청풍명월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있을 것만 있으면 푸를 청(靑), 치울 것을 다 치웠으면 맑을 청(淸)이다. 치우지 않았거나 치우다 말았으면 흐릴 탁(濁)이다. 본래 더러움이란 다 없어야 할 것이 ‘덜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니 치우려면 다 치워야지 조금이라도 남기면 덜 없고 더러운 것이 된다. 질척질척해도 안되고 구질구질해도 안된다.

다른 말은 몰라도 ‘더럽다’는 소리만은 듣지 말아야 한다. 짐승이나 다름없다는 치욕스러운 판결이니 말이다. 한편 ‘깨끗하다’는 말에는 ‘깨고 끝냈다’는 뜻도 들어 있다. 깨뜨릴 것을 깨버리고, 끝낼 것을 끝내면 비가 갠 하늘처럼 맑아지고 깨끗해진다.

‘지킬 것 지켜서 가져야 할 것을 가져야만 이룰 것을 이룰 수 있느니라’ 하시던 어느 어른의 지당한 말씀이 문득 떠올라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옛 경전들은 하나같이 사람은 태어날 때 늘 지키고 늘 지녀야 하는 그 ‘하나’를 받아 이 땅에 나왔다고 말한다. 불성이든 성령이든 어떤 이름으로 부르든 그것은 사람을 참되게 해주는 신성의 불꽃, 생명의 정수이다.

시련의 겨울이 닥쳐도 그것만 간직하고 있으면 기어코 봄을 맞는다. 그것을 잊거나 그래서 잃어버리면 봄이 와도 뿌릴 씨가 없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계절이 수상하다. 며칠 전 시골사람이 모처럼 서울 남산 아래서 하룻밤을 묵었는데 어찌나 모기들이 물어뜯는지 밤새 괴로웠다.

모레가 소설(小雪)인데 벌써 없어져야 했을 물것들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꼴을 보고 있으려니 기가 막혔다. 아니나 다를까 죄 없는 농민 한 분을 직사 물대포로 다 죽게 만들어놓고는 그 책임을 시위대에 돌리는 잡소리가 요란하다. 이러다가 “‘탁’ 하고 쳤더니 ‘억’ 하고 죽더라”는 말이 되돌아올 판이다.

때가 된 모양이다. 치울 것 치우고 없앨 것 없애느라 사람이란 사람마다 거리로 쏟아졌던, 그해 6월로 돌아가자.

11월 단비로 바닥을 드러냈던 강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니 우리도 모이자. 될 때까지 모이자.


김인국 | 옥천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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