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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달 30일 전·월세자 보호를 위해 ‘서민 주거비 부담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통해 전세 보호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은 제외됐다. 단기적으로 전셋값을 폭등시키고 전세수요를 자극할 우려가 있어 세입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야당은 전세 보호기간 연장이 세입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정책이라고 맞서고 있다. 아울러 세입자가 전세 계약을 1~2회 연장할 수 있도록 집주인에게 청구할 수 있는 권한도 주고, 전세가격 상승폭도 일정 비율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전세가격만 폭등시킬 우려… 세입자에게 도움 안돼

전세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올해 전세가격 상승률은 지난 몇 년간에 비해 높은 편은 아니다.

2011년 전세가격이 12.3% 상승한 이후 2012년 3.5%, 2013년 5.7% 올랐고, 올해 10월까지 3.2% 상승했다. 최근 가을 이사철이 지나면서 월별 전세가격 상승률도 소폭 낮아지고 있다.

과거 전세가격 상승의 원인은 일반적으로 신규 아파트 공급 부족에서 비롯됐다. 그러나 2000년 이후에는 아파트 공급 부족 요인 외에도 몇 가지 요인이 추가됐다. 우선 2000년대 이후 ‘뉴타운’이란 이름으로 확대된 도심재생 사업에 따른 이주 수요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재개발, 재건축에 따른 이주 수요는 저렴한 임대주택을 멸실시키면서 이주 수요를 유발한다. 재고는 줄이면서 이주 수요는 늘려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배가 된다.

다음으로 저금리의 영향을 들 수 있다. 금리가 낮아지면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전세금을 올리거나 가격 상승분을 월세로 돌려야 금리인하 이전과 동일한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다. 저금리로 인해 전세가격 상승과 함께 전세의 월세 전환이 촉진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8월 이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차례에 걸쳐 0.5%포인트 인하했다. 전세가격 상승과 전세의 월세 전환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전세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전세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는 쪽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현재 2년 전세 임대기간을 3년으로 연장해 세입자가 1년 정도는 추가 전세금 없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세기간 연장은 세입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전세가격을 폭등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된다.

첫째, 내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여 전세 3년 연장은 전세가격 상승분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지방은 2010년 이후 분양시장 호조로 올해부터 아파트 입주물량이 크게 증가했지만, 수도권은 2008년 이후 부동산시장 장기 침체로 일부 선호도가 높은 신도시를 제외하고는 신규분양이 저조했다. 분양물량 감소의 여파로 아파트 입주물량이 내년에는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임대차 시장에 대한 통계가 별로 없다. 사업자등록을 한 사업자는 실제 임대인의 18.3%에 불과하다. 임대차등록사업자 이외의 임대인이 가격을 어느 정도로 올릴지 알 수 없다.

둘째, 내년에는 강남지역에 재건축 이주 수요가 크게 증가한다. 전·월세 가격 안정을 위해 이주시기 조절을 한다고는 하지만 강남지역 재건축 이주 수요는 2만가구 이상이기 때문에 주변 지역 전세가격에 커다란 상승요인이 될 것은 분명하다. 저금리에 따른 월세 전환이 이뤄지고, 아파트 입주물량이 감소하고 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급증하는 상황에서 전세기간 2년을 3년으로 연장하면 ‘불에다 기름을 붙는 격’이 될 것이다.

저금리 시대에 전세가격 안정을 위한 취지는 이해하지만 전세가격 상승이라는 부작용만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앞선다. 인위적으로 가격을 통제하거나 계약기간을 연장하려는 유혹에 빠지기보다는 전세용 임대주택을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임대주택 사업자에게 과감한 금융지원과 세제 혜택이 뒤따라야 한다. 과거 월세가격 상승 시기에 인센티브를 통해 원룸형 도시형 생활 주택을 많이 공급해 이제 월세가격 안정에 큰 도움을 준 것처럼 전세용 규모라 할 수 있는 투룸형 임대주택 공급을 촉진하기 위한 금융과 세제 지원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

<김선덕 |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


2일 서울 송파구 잠실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벽면에 붙어 있는 아파트 매매 및 전세 시세표를 주민이 살펴보고 있다. (출처 : 경향DB)




■ 임차인 보호에 실질적 도움… 집값 거품도 걷어내야

당신은 평범한 대졸 신입사원이다. 부푼 꿈을 안고 평균 32세에 결혼을 할 것이다. 신혼의 단꿈도 잠시. 당신이 배우자와 월 평균 425만원의 소득으로 서울과 수도권의 중간가격 아파트 전세를 얻기 위해서는 각각 29년과 21년이 소요된다. 경실련이 통계청과 노동부, 국민은행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이다. 이처럼 집값은 말할 것도 없고 전세가격조차 매우 높아 일평생 보금자리 마련의 꿈을 접은 청년층이 적지 않다. 다행히 최근 일부 부처와 정치권에서 임차인 보호를 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법무부는 현행 2년인 임대차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며, 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는 일관되게 반대하는 정부와 다르게 최근 정치권에서는 합의점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물론 임대차기간을 3년으로 늘린다고 해서 지금의 전세가격 상승을 막을 수는 없다. 되도록 한 곳에서 주거안정을 누리고 싶은 세입자 입장에서는 2년이든 3년이든 재계약 시 집주인이 제시하는 급격한 전세금 상향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평균 민간임대 거주기간이 이미 3.1년인 바, 3년으로 하는 것만으로 서민주거안정을 크게 개선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수년간 논의되고 있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여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가장 강하게 전월세상한제를 반대했던 나성린 의원조차 전월세상한제가 필요하다고 말할 정도다. 본인 집의 전셋값이 1억원 올라 생각이 바뀐 것인지, 아니면 정치적 움직임인지는 모르겠으나 전세가격 상승에 지친 세입자들에게는 그 어떤 소식보다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세입자에게 한번(혹은 두번)의 계약을 갱신청구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계약 갱신 시 상승률(5%)을 제한해 상대적으로 약자인 세입자를 보호하자는 취지이다. 집주인에게도 계약갱신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은 물론이다.

이 제도로 인해 가격이 급등하고, 월세전환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월세전환은 전세보증금을 통해 이자수익이 줄어든 집주인 입장에서는 상한제를 도입하지 않더라도 수익 보존을 위해 당연한 움직임으로 이를 통제할 방법은 거의 없다. 또한 전세제도는 우리나라만의 유일한 제도로 오히려 투기꾼과 부동산 부자들에게 유리하고 청년층들에게는 해가 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무작정 이를 늘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어찌됐건 지금의 상황은 많은 세입자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가격 상승 우려 또한 마찬가지다. 전국의 모든 전셋집이 동시에 재계약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시에 모든 전세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법의 시행 여부를 떠나 전세가격이 급등하고 있고 방치할 경우 더욱 크게 상승할 수밖에 없는 바, 이러한 핑계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다는 변명에 불과하다. 경실련이 국민은행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9년 이후 수도권의 전셋 값은 약 40% 상승했다. 법 개정 후 시행을 최대한 빨리하는 것도 중요한 방안이다. 상한제 이외에도 전세보증금에 대한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해 세입자들이 깡통전세 걱정 없이 집을 구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한 수단이다.

물론 이 같은 비정상적인 상황 해결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과표·보유세 정상화와 저렴한 공공아파트 공급 등을 통해 주택가격 거품을 제거하는 것이다. 경실련의 또 다른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 특히 서울의 소득대비 집값은 런던, 도쿄, 뉴욕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를 해소해야 하는 정부는 자신의 임기 동안 경제활성화를 위해 부동산거품 폭탄을 더욱 키워 청년층들에게 폭탄을 돌리는 파렴치한 행동을 하고 있다. 과연 그들은 누구를 위한 정부일까.

<최승섭 | 경실련 부동산감시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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