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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해 말 수립한 우주개발 기본계획에서 2017년 달 주변을 돌며 달을 탐사하는 궤도선을 시험발사하고, 2020년 한국형 발사체를 이용해 달 표면에 탐사선을 보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정부가 기존에 수립한 달 탐사 일정을 5년 이상 앞당기면서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달 탐사는 불요불급한 과제일까, 아니면 우주개발을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일까. 정부와 국회가 달 탐사 예산을 배정하는 데 진통을 겪으면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 대선에 맞춘 ‘박근혜표’ 달 탐사… 서두르면 체한다

‘로봇물고기.’ 할 수 있으면 좋았다. 그러나 ‘MB표 로봇물고기’는 과시용 사업으로 시간에 쫓겨 만들다보니 9대 중 7대는 고장났고 1초에 2.5m가 아닌 23㎝만 가는 ‘57억원 예산 먹튀 로봇물고기’가 되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공약에 쫓기듯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는 검찰의 수사로 이어지고 있다.

‘한식세계화.’ 할 수 있으면 좋았다. 그러나 ‘MB표 한식세계화’도 시간에 쫓겨 900억원의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지 못했다. 부당 전용한 50억원은 물론 해외 다과체험에 1인당 474만원이라는 황당한 비용을 사용한 ‘예산 먹튀 한식세계화’가 되었다. 이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졸속 추진되다보니 ‘한식세계화 정책은 당초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감사원의 지적을 받아야 했다.

‘달 탐사.’ 할 수 있으면 좋다. 2007년 1차 우주개발진흥계획은 우리 기술로 달 궤도선은 2020년, 달 탐사선은 2020년이 목표였다. 2011년 2차 계획을 수립하면서 달 궤도선은 2023년으로 3년 연기됐다. 그렇게 차분하게 계획대로 진행되던 사업이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달 궤도선은 6년이나 앞당겨 2017년, 달 탐사선은 5년을 앞당겨 2020년으로 변경됐다.

급하게 먹는 밥은 체하게 마련이다. 정작 정부 예산안에 달 궤도선 사업은 아예 없었다. 달 궤도선의 예비타당성 검토는 예산안 제출기한을 넘겨 만들어졌고 미래창조과학부도 달랑 한 장짜리 보고서에 수치만 2줄 표로 기재된 결과만 받았다. 황당하게도 최종 결과 보고서는 아직도 작성 중이다.

정부 예산에 포함되지도 않다가 정부 청부예산으로, 새누리당 의원들을 동원한 정부의 쪽지예산으로 2줄만 믿고 불쑥 410억원을 들이민 것이다. 급하다. 급해도 너무 급하다. 대통령 한마디에 또 국민의 혈세가 얼마나 낭비될지 걱정이 태산이다. 그러니 이런 예산은 막아야 된다.

그럼 2017년까지 달 궤도선은 가능한가? 아니다. 미래부 장관도 본의원의 예결위 질의에 2017년은 어렵다고 답했다. 예비타당성 조사 실무를 맡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도 중간 보고서를 통해 “위험요인이 많은 2017년 발사 일정에 얽매이지 말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미래부는 “국정운영자의 정책적 판단에 대한 고려가 사업 추진의 적절성 판단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라고 회신했다. 국정운영자 운운하면서 정부가 강행하고 있지만 기획재정부의 최종 결과 역시 시간에 얽매이지 말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정부는 쪽지예산으로 2015년 410억원으로 시작해 2017년까지 국민 혈세 1978억원을 요청하고 있다. 우리 기술로 하겠다던 이 계획은 우리 기술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미래부와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런데 왜 2017년에 집착하는 것일까? 2017년 대선을 앞두고 “2017년 우주 달 궤도선 이벤트”가 계획되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 정치적 의도의 급한 계획 변경! 정부의 청부예산이 안되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최근 혜성에 탐사로봇 ‘필레’를 착륙시킨 쾌거가 우주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필레’가 햇볕을 못 받아 움직이지 못하는 뜻밖의 상황이 발생했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도 대비해야 된다. 며칠 전 항공우주연구원의 달 탐사 분야 대표 연구원들을 만났다. 그들의 얼굴에서 과학자의 열정을 읽을 수 있었다. 그동안 차분하게 잘 준비해오셨듯이 앞으로도 시간에 쫓기고 권력의 압박에 쫓겨 우리의 꿈이 사라지는 일이 없도록 ‘진짜 달 탐사’를 꼭 성공시켜달라는 당부를 남겼다.

달 탐사는 우리의 꿈이다. 그 꿈이 로봇물고기와 한식세계화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국회에서 꼼꼼히 심의해야 할 것이다.

<서영교 |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유럽우주국과 영국 기업 ‘포스터+파트너스’가 구상한 달 우주기지의 가상도. _ CNET



■ NASA와의 협력 고려한 일정일 뿐… 정치와는 무관

올해는 복지 예산과 관련된 정치권의 논쟁이 유난히 치열해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달 탐사 예산이 정부 원안에 없던 ‘쪽지예산’이며 2017년 달 궤도선 발사는 박근혜 정부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벌이려는 달 탐사 우주 쇼 계획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과학 연구개발이 정치적 이벤트를 위한 도구로 활용된다는 오해를 받고 있다. 그러나 2017년에 시험용 달 궤도선을 발사하는 계획은 정치적 일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탐사 계획이다. 한국의 달 탐사계획은 2007년 국가우주개발중장기계획에서 언급된 이후로 여러가지 핵심기술 연구가 진행되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로 포함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현재 달 탐사 계획은 미항공우주국(NASA)과 공동개발한 시험용 달 궤도선을 2017년에 발사하는 1단계 사업과 한국형 우주발사체(KSLV-II)로 궤도선, 착륙선을 2020년까지 발사하는 2단계 사업으로 나뉜다. 1단계 계획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기술적 타당성과 경제성을 인정받아 국가 우주개발사업으로 확정됐으나 2단계 계획은 1단계 계획의 진척도와 우주발사체 개발진도를 종합하여 예비타당성 재심의를 받을 예정이다.

달 탐사선은 인공위성과 매우 비슷하므로 몇 가지 핵심기술을 제외하면 우리 기술로 대부분 개발이 가능하다. 그러나 달이 지구에서 38만㎞ 떨어져 있어 정확하게 달에 접근하기 위한 심우주 항행기술, 우주추진 기술, 심우주 통신기술 등의 핵심 기술이 추가로 필요하다. 특히 지구 전역에 설치된 심우주 통신망(DSN·Deep Space Network)은 달 탐사선과 원활한 통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우리나라가 단독으로 이런 시설을 구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행히 NASA는 지구 전역에 대형 전파안테나들로 구성된 DSN을 갖추고 있어 적절한 사용료를 지불하면 탐사선과의 통신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으며 NASA와 공동탐사를 하는 경우에는 무료로 지원받는다. 이번에 성공한 유럽의 로제타 탐사, 인도의 달과 화성 탐사, 일본의 하야부사 혜성 탐사 등도 NASA와 공동탐사를 진행함으로써 DSN 지원을 받았다. 우리나라도 2017년에 달 궤도선을 발사하는 1단계 계획은 NASA와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2018년 달에 착륙예정인 NASA 탐사선의 통신 중계기능을 담당하는 조건으로 우주핵심기술에 대한 협력과 DSN 지원을 받기로 하였다. 또한 NASA의 착륙선에 우리의 과학기기를 탑재하여 미리 달 탐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안받았다. 따라서 1단계 달 탐사가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위성기술과 심우주 통신, 항행, 우주추진 기술 등의 우주핵심기술과 독자적 우주탐사 능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볼 때, 1단계 달 탐사 목표인 2017년 시험용 달 궤도선 발사는 정치적 일정과는 전혀 무관하며 NASA와의 협력을 고려한 탐사 일정임을 알 수 있다.

한편 올해 2월로 예정된 미국과의 달 탐사 공동 연구협약이 국내 상황으로 지난 7월에야 체결됐다. 예비타당성 조사에 필요한 탐사계획의 경제성 분석도 보다 신뢰성 높은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예상보다 늦은 9월 말에 종료됐고 이 때문에 달 탐사 1단계 예산은 정부 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했다. 그러나 NASA와의 공동연구를 위한 2017년 달 궤도선 발사계획을 고려할 때 내년도 달 탐사 예산 확보는 1단계 달 탐사 성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우주개발은 국민의 관심과 성원이 없다면 지속적인 우주개발은 불가능하다. 달 탐사 예산이 불요불급하며 2017년 궤도선 발사가 졸속으로 결정돼 정치적 목적을 갖고 있다는 오해는 우리나라 달 탐사 계획을 국민들께 적극적으로 설명 드리지 못한 홍보부족 때문이라 생각된다. 달 탐사 계획은 미래기술 확보를 위한 순수한 과학기술 연구사업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이창진 |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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