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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가 이달 말 전체 회의를 열고 ‘2018년 전자카드 전면 시행(안)과 2015년 전자카드 확대 시행 권고(안)’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를 앞두고 찬성과 반대 혹은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사감위는 출범 초기부터 중독 문제를 비롯한 사행산업의 폐해를 줄이고 건전한 사행 환경을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전자카드제 활용을 검토해 왔고 1차와 2차 사행산업 건전발전 종합계획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내용이다. 사감위는 또 전자카드제의 시범운영과 이에 따른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전자카드제 실시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및 정보를 모으고, 이해관계자들과의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수렴을 해 왔다. 그리고 이제 전자카드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할 시기가 되었다고 보는 듯하다.

전자카드제 시행을 반대하거나 우려하는 측은 사행산업의 건전화라는 명분으로 다수를 차지하는 건전한 소비자의 행복추구권과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또한 사감위 자료처럼 도박중독 유병률이 실제로 그렇게 높거나 심각하지 않고, 지정맥 정보를 활용하는 생체인식 기술이 안전장치와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공적으로 관리되는 합법 사행산업의 매출과 이익이 급감하고 불법 사행산업 시장으로 소비자들이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풍선효과도 이야기한다.

이에 반해 찬성하거나 기대하는 측은 전자카드제를 통해 위험한 사행 행동을 실시간으로 막고 어느 장소에서나 이용자를 효율적으로 보호할 수 있어 건전한 사행문화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용자 보호는 중독자보다 도박 문제를 일으킬 잠재적 위험이 있는 이용자들에게 더욱 필요하기에 전자카드제를 통해 이를 선제적으로 예방해야 한다고 말한다.

찬반 양측이 서로 상반되는 주장을 하지만 내면에는 건전한 사행문화를 지향하려는 공동의 목표가 있다. 최근 사행산업은 한국뿐만 아니라 거의 전 세계에 걸쳐 빠르게 확산되고 이로 인한 부작용이나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IT의 발달과 스마트폰과 같이 어디서나 지니고 다닐 수 있는 소통수단으로 인해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 사행산업 시장 역시 매우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종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생태계에 어떻게 잘 적응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가느냐는 국가적 과제다.


전자카드제도의 활용은 한국에서 건전한 사행문화를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많은 잠재력을 지녔다. 당장의 불편이나 부작용만을 보고 제도 자체의 시행을 반대한다면 어떤 잠재력이 있는 제도도 자리 잡기 힘들 것이다.

그러면 사행산업 폐해로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늘어나고 종국에는 특정 사행산업의 존폐 위기까지 이를 수도 있다. IT를 활용하는 사행 환경과 새로운 사행문화를 만들 수 있다면 지금 세계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오프라인의 경주류 시장을 보완하는 온라인 시장을 개척할 수도 있고, 총량제와 환급금 비율 조정 등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사행산업으로 인한 피해는 저소득층을 비롯한 취약계층에서 더 현저하다. 사행산업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인 인식이나 제도개선 여론에 비해 사행업체의 의견과 이해관계가 언론과 정치권에 더 조직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어 국민의 인식과 정책 사이에 괴리가 생긴다는 캐나다 연구결과도 있다.

전자카드제가 2018년 전면 시행된다면 부작용과 문제를 보완해 갈 시간적 여유도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김영란법이나 담배상자 표지에 흡연 폐해 경고사진 넣기, 유치원 CCTV 설치 의무화 등 여러 부작용이 예상되고 반발 또한 적지 않지만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하는 것처럼 ‘전자카드제’도 대의와 장기적 이익을 위해 그렇다.


김교헌 |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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