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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언 | 서울대 교수·정신분석


 

요새 밤잠을 설치며 런던올림픽 게임 중계를 보며 환호하기도, 낙담하기도 하지만 올해 대한민국 최대의 이슈는 차기 대통령을 잘 뽑는 일이다. 그 일이야말로 국민 모두가 밤잠을 설치며 현명한 선택을 위해 애간장을 녹여야 할, 후손들의 장래가 걸린 최대 고민거리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도 나라의 힘이 아주 강하지 않고는 공정한 경쟁이라는 스포츠 정신을 강조하는 올림픽에서조차 정당한 대접을 받을 수 없다는 현실이 자꾸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들의 자질과 능력을 판단하는 기준 중 모든 사람이 합의할 수 있는 전제조건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대한민국의 승리를 이끌 진정한 프로를 뽑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후보들 중에서 프로정신이 부족한 사람을 솎아내는 일을 대선 과정에서 우리 모두가 꼭 해야 한다.


새누리 대통령 후보들, 처음 한자리에... (경향신문DB)


교수를 뽑는 일은 인성 외에 학력, 학위, 논문 실적을 보면 되니 비교적 간단하다. 정치인들의 주장은 현란해서 판단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들 모두 다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를 잘 안다고 강하게 말한다. 잘 안다고 하는 것의 실체는 무엇일까?


누구나 어떤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아는 바가 있다. 우리나라가 지금 겪고 있는, 앞으로 겪을 문제들이 무엇인지를 열거하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개념적으로 아는 것과 실제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 사이에는 쉽게 넘볼 수 없는 큰 격차가 있다. 진정으로 안다는 것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시간에 맞는 적절한 조치를 행동으로 옮기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뜻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일을 잘 알고 있다고 하지만, 흔히 그저 알고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알고 있다는 믿음은 매우 위험하다. 알고 있다고 믿으면 더 이상 그 일에 대해 애써 더 알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경향신문DB)


전문가는 특정 분야만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모든 분야를 다 잘 안다면 전문가라고 하기 어렵다. 자신들이 공부하고 활동해 온 특정 분야를 잘 아는 것은 좋은 일이고 당연한 일이다. 거기에서 멈추면 문제가 없는데, 성공한 전문가들이 흔히 빠지는 함정은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생각이 전문적이라는 착각에 빠지는 것이다. 세상이 그리 단순하지 않은데도 자신들의 영역에서 써오던 틀로 다른 영역을 제대로 파악하고 움직일 수 있다고 믿어버리는 것이다. 사실 전문 분야조차도 전문가가 100% 꿰뚫고 있다고 말하기는 불가능한데 전문이 아닌 다른 분야를 어떻게 제대로 이해하고 다룰 수 있을까? 가르치는 직업에 종사해보니 전공과 관심 분야를 혼동하는 학생들이 가장 도와주기 힘들었다. 그런 학생들은 자신은 물론이고 주위 사람들도 어렵게 한다.


(경향신문DB)


“세련된 한국 축구”가 런던올림픽 축구 예선에서 스위스를 이겼다. 올해 대통령 선거에서 정치적으로 세련된 분이 당선될까? 여기서 “정치적으로 세련되었다”는 것은 생각의 폭과 깊이를 충분히 넓고 깊게 유지하는 능력이 있음을 말한다. 세련된 정치인은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고 그들에게 공감할 수 있다. 세련된 정치인은 자신에게 익숙하거나 편안한 것만을 되풀이하거나 고집하지 않으며 호기심이 많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 자신의 것과 다르다고 불편해하면서 자신만이 옳고 다른 사람은 틀렸다고 착각하지 않는다. 세련된 정치인은 다른 사람들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현장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참여적 관찰자로서 자신의 생각을 검증하고 개선하려 한다. 자신의 생각을 바꾸거나 버릴 수 있는 중립적인 자세 없이 진정한 의미의 소통은 일어날 수 없다. 잘못된 우월감은 다른 사람에 대한 편견을 만들어 낸다.


올해 대선에 나서는 분들 중에서 누가 진정한 프로이고, 누가 그저 프로처럼 보이려는 아마추어일까? 오해가 없으시길 바란다. 현재 정치권 안에 있다고 무조건 프로이고, 밖에 있다고 무조건 아마추어라는 말은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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