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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무진 |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차기정부를 이끌 대선 주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그러나 주자들의 대북정책 방향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시대에 역행하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대선 주자들의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은 포용정책이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은 고립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냈다. 뱃길과 하늘길, 땅 길을 열었다. 북·미간 특사 교환방문과 북·일정상회담 개최에도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대화와 교류협력 과정에서 관광객 억류사건과 서해교전이 발생했고, 대북 퍼주기론이 대두되어 남남갈등이 확산되기도 했다.
(경향신문DB)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포용정책을 계승한 평화번영정책이었다. 남북관계의 면을 경제사회분야에서 정치군사분야에까지 확대시켰다. 남북대화와 6자회담의 병행전략을 통해 9·19 공동성명 채택에 기여했다. 그러나 반세기가 넘게 해결하지 못한 분단과 냉전과정의 해체를 단 5년 만에 해결하려 하다 보니 북한의 비합리적인 태도와 요구에 직면해야만 했다. 강경한 미 부시 행정부와의 마찰로 한·미갈등이 야기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반포용정책인 비핵·개방·3000 정책이다. 대화와 교류를 단절하고, 제재와 압박으로 일관했다는 점에서 반포용의 기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북한의 핵억제력은 강화됐고, 개방은커녕 대외고립에 의한 폐쇄성이 더욱 심화됐다는 점에서 반포용에 의한 비핵·개방·3000 정책은 실패했다.
2000년 6·15 공동선언 채택 이후 12년간 대북정책을 추진해 오면서 남북관계의 전기도 마련했고, 화해협력도 해봤으며, 남북간 신뢰가 무너지면 남북관계가 일거에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도 경험했다.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 체결 이후 1990년 통독까지 18년의 시간이 걸렸음에 비추어 볼 때 차기정부 5년의 대북정책이 중요하다.
차기정부의 대북정책 추진 방향은 첫째, 대북정책 목표와 북한을 보는 시각에 대한 국민적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인가 대북정책을 둘러싸고, 또한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가 국론을 분열시키고 갈등을 야기시켜 왔다. 분단을 극복하고 한반도 평화를 증진시키는 데 정치·이념·정략적인 접근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분법적인 시각으로 미래지향적이고 건설적인 남북관계 비전이 나오기는 어렵다. 정권을 잡는 위정자의 정견과 이념성향에 따라 대북정책이 좌지우지된다면 지난 12년의 굴곡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둘째, 당국간 신뢰구축이 시급하다. 상시적 대화채널을 구축하고 진지하게 합의점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신뢰의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 대화를 위해 일방적인 보상을 해서도 안되지만, 이명박 정부처럼 남북대화의 조건에 엄격해서도 안된다. 다방면의 대화를 통해 상호 의존성을 확대하여 성숙한 남북관계의 토대를 마련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창의적인 대북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남북차원의 접근과 미국·중국 등 국제사회와 북한과의 관계 변수를 종합·포괄하는 대북정책을 입안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 정상화가 매우 현실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미국, 중국 또한 권력교체기에 새로운 진용이 갖춰지는 만큼 북한과의 관계 설정을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어떤 식으로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지에 따라 주변국들의 대북정책 폭과 범위가 결정될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등 각종 대화채널을 복원하여 기존 합의의 이행문제, 정치·군사적인 문제와 경제협력·인도지원을 포괄적으로 연계하는 틀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해법 제시 없이 폐쇄적인 북한의 태도에 흔들리거나 주변국들의 이해관계에 휘둘리면서, 현안에 급급하여 적당히 대응해 나간다면 한반도의 분단체제는 결코 극복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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