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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달 주민세 인상법안을 입법예고하고, 오는 10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전국 평균 4620원인 주민세를 1만원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이 유력하다. 장기간 동결했던 주민세를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2배 이상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전시·낭비 행정으로 악화된 지자체의 재정난을 세금 인상으로 메우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특별시의 시민들이 읍면의 주민들보다 적은 주민세를 납부하고 있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어 세금인상을 고려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 특별시민이 군민보다 적게 납부 ‘불합리’… 세율 올려야

주민세는 과거 조선 초 군포(軍布)에서 유래된 것이다. 호포전 또는 호세로 불리다가 고종 때 호포(戶布)로 바뀌었고, 1912년 국세에서 지방세로 전환되었으며, 1961년 지방세에 부가가치세가 도입되면서 폐지됐다. 1973년 대도시 인구분산을 위해 서울·부산·대구 등 3대 도시의 가구에만 부과하는 목적세로 신설하였으나, 1972년 유신체제로 인해 결과적으로는 지방교부세 법정률 폐지에 따른 지방재원 확충수단으로 도입됐다. 2010년 세제개편 전까지 주민세는 균등분과 소득분으로 구분돼 주민세라고 하면 소득분에 대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컸다. 이후 주민세 소득분이 지방소득세로 전환됐고, 현재는 균등분과 사업소세가 통합되면서 재산분과 종업원분으로 과세대상의 성격이 다양해졌다.

주민세는 국세와 지방세를 망라해 유일한 인두세(poll tax)로, 국(주)민이라면 누구나 국가와 지방의 구성원으로서 납부하는 최소한의 기본회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이러한 성격이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왜냐하면 국세인 소득세와 법인세에 덧붙여 부가돼 왔던 주민세 소득분이 주민세수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했고, 결국 국세에 따라 세수가 자동적으로 증대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9년 8조원이던 세수가 세제개편 이후 지방세 전체의 1%에도 미달하는 30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더욱이 최근 국세수입 감소 등 전반적인 환경변화와 민선 6기에 따른 주민참여와 관심증대를 위한 기반조성의 필요에 따라, 그동안 소홀했던 주민세의 정체성 확보와 세율 현실화가 점차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세율인상은 적절한 세부담과 인상의 충분한 타당성과 필요성이 납득되어야 한다. 특히 그동안 정부가 소득세와 법인세, 취득세 등에 대한 지속적인 세율인하 정책을 펼쳐 더욱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세의 문제점을 보면 세율인상을 진지하게 고려할 때가 됐다.

첫째, 주민세 개인 균등분은 1973년 최저 300원에서 최고 2000원이던 것이 1995년 1000원과 4500원으로 인상하였고, 2000년 이후에는 제한세율 1만원이다. 이에 따라 현재 서울, 부산, 대구, 광주가 평균 4800원인 반면, 충북 보은, 음성군과 경남 거창군이 1만원으로 대도시의 2배 이상을 내고 있다. 물론 일부 읍면은 2000원에 불과하다. 지하철과 도로 및 병원과 학교, 각종 문화시설 등 대도시의 각종 인프라와 다양한 편익을 고려할 때, 특별시와 광역시민이 군민보다 적은 주민세를 납부하고 있는 현실은 대단히 부적절해 보인다.

둘째, 법인분 역시 자본금 또는 출자금 100억원을 초과하고, 종업원 수가 100명이 넘는 법인에 대해 50만원, 동시에 기타법인은 최저세율인 5만원인데, 이 역시 적절한지 따져 봐야 할 것이다. 대기업의 경우 여타의 세금을 내지만, 지방정부로부터의 다양한 서비스와 편익을 고려할 때 현재 세액은 지나치게 적은 것이 사실이다.

셋째, 현행 주민세가 지나치게 낮은 이유는 단체장과 지방의회가 주민들의 표를 의식해 가급적 세율인상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이는 자기부담에 의한 재정책임이라는 자치이념과도 배치되고 자칫 도덕적 해이 현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세율인상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읍·면에 거주하는 독거노인이라면 1년에 2000원도 결코 작지 않은 금액이다. 그러나 고지서를 발부해 징수하는 주민세가 등기우편 요금에도 못 미친다면 문제가 있고, 유명 커피숍의 커피 1잔 가격에도 못 미치는 세금이라면 재고할 필요는 충분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바람직한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정정당당하게 적정한 회비를 내려고 하는 회원들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손희준 | 청주대 행정학과 교수>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에 대한 여론 조사 (2012) (출처 : 경향DB)




■ 현 정부 재정난 타개 위한 고육책… 일괄 인상 비효율적

주민세 인상 논란이 뜨겁다. 최근 정부가 주민세를 대폭 상향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현행 1만원의 주민세 상한선이 하한선 1만원으로 개정되고, 이에 따라 현재 전국 평균 4620원인 주민세는 2배 이상 오르게 된다. 주민세 인상계획은 공약으로 ‘증세 없는 복지’를 내세웠던 현 정부가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내놓은 증세안이라는 점에서 ‘고육지책’의 성격이 강하다. 정부는 지난 15년간 주민세를 동결했기 때문에 물가인상, 소득수준 향상 등 여건 변화가 반영되지 않아 징수금액이 매우 적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주민세 인상으로 인한 세수 증가는 그 자체로 자치단체의 재정 운용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일면 수긍이 될 수도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주민세의 대폭 인상이 현재의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한 첫 번째 증세 카드가 되어야 할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관점에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과세형평성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주민세는 소득 또는 이와 유사한 세원에 대해 일정 비율로 과세하는 것이 아니라, 일률적으로 일정액을 과세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종의 인세(人稅)에 해당한다. 따라서 증세를 할 경우 그 부담이 중산층과 서민에 상대적으로 더 집중되는 의미를 갖는다. 재벌이나 고액 소득자 등에 대한 과세체계에 대한 보완 없이 지방세 인상이 이뤄지면 중산층과 서민의 반발이 예상되는 이유이다. 특히 양극화 문제가 심각한 우리나라에서 과세형평성 문제는 소홀히 하면서, 서민들에게 좀 더 용이하게 세금을 더 거두는 방식만을 우선 고려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할 수 있다.

지역 간의 편차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현재 주민세가 2000원인 자자체가 있는가 하면, 상한선인 1만원을 징수하는 자치단체도 있다. 따라서 주민세 하한선이 1만원으로 법개정이 이뤄지면 일부 자치단체는 인상폭이 5배를 넘을 수도 있다. 절대액이 상대적으로 적더라도 지역별로 ‘세금폭탄’이라는 반발이 야기될 수 있는 이유이다.

증세의 기본적인 목표는 세수증대라는 점에서, 이번 계획이 어느 정도의 효과를 가져올지도 고려해야 한다. 법 개정 후 주민세가 모든 자치단체에서 하한선인 1만원으로 책정될 경우를 가정하면, 예상되는 전체 주민세 수입은 2040억원 정도이다. 지난해 주민세 950여억원에 비해 1100억원 내외의 세수가 늘어나는 것이다. 물론 적지 않은 규모지만, 지방세 규모가 약 55조원 수준임을 고려할 때 약 0.2% 수준으로 미미한 편이다. 전체 지방재정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물론 이보다 훨씬 더 낮아진다. 이러한 미미한 세수증대 효과마저도 자치단체별 인구수에 따라 많은 편차를 보일 것이다. 이번 계획의 명분이 명확하지 않아 보이는 이유이다.

정부는 한편으로는 자치단체의 지출이 증가하면서 주민들이 받는 혜택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주민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자치단체 재정난의 상당 부분이 효율적이지 못한 재정운영에 기인한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여전히 자체 재정에 대한 고려 없이 개발에만 급급해 재정난이 더욱 악화되는 사례를 자주 목도하고 있다. 일괄적인 세금인상보다는 이러한 자치단체의 비효율을 시정하고, 자치단체별 세수증대 노력들을 유도하고 확산시키는 것이 중앙정부의 우선적인 역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재정의 확충은 필요하다, 그러나 주민세 인상이 첫 번째 수단으로 논의되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하다. 국민들의 조세저항만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주민세의 인상 문제는 좀 더 큰 틀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주상 |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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