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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경제팀이 기업의 사내유보금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기업소득 환류세제’ 도입 방침을 밝히면서 재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사내유보금 과세에 찬성하는 쪽은 “국내 기업들이 유보금을 임금인상이나 설비투자에 쓰지 않고 사내에 쌓아두고 있어 과세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반면 재계는 “기업 사내유보금에 대해 과세를 하면 법인세 인상 효과가 나타나 기업 경영을 더욱 어렵게 하는 등 부작용이 클 것”이라며 ‘기업소득 환류세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 유보금 과세·근로소득 증대세제 묶어 실효성 높여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2년 국내 기업들의 사내유보율은 95.2%로 세계 1위 수준이다. 지난 10년간 10대 그룹의 사내유보율은 500%대에서 1500%대로 3배나 급증했다. 과세를 통해 지나치게 많이 축적된 사내유보금을 임금이나 투자, 배당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얼마 전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일부 야당 의원들이 제안했던 사내유보금 과세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연간 당기순이익 중에서 30~40%를 공제하고, 추가로 연간 투자분, 배당분, 임금 상승분을 공제해서 과표를 만들고, 이에 대해서만 과세하겠다는 것이다. 제대로만 과세한다면 연간 2조원 안팎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감가상각분’을 투자로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황당한 소식이다. 감가상각분을 투자로 인정해줄 경우 사내유보금 과세대상은 극소수로 줄어들고, 총세수도 수백억원에 그치게 된다. 과세대상이 줄어들고 총세수가 감소하면 사내유보금을 임금이나 투자, 배당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한다는 원래 목표도 물거품이 된다.

중요한 것은 논리다. 사내유보금에 과세를 하면서 감가상각분을 투자로 인정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한가. 전혀 타당하지 않다. 사내유보금 과세는 ‘재무상태표상의 사내유보금 연간 증가분’ 중에서 많은 부분을 공제하고 과표를 만들어 이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다. 따라서 투자분을 공제할 때도 ‘재무상태표상의 투자자산 연간 증가분’을 공제해야 한다. 감가상각분은 고려할 필요가 없다. 감가상각분은 더 이상 투자자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논리로 따져보면 사내유보금 과세가 재무상태표상의 사내유보금 연간 증가분 중의 일부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라면, 투자도 재무상태표상의 투자자산 연간 증가분만을 인정해야 타당하다. 반대로 정부가 감가상각분을 투자로 인정하는 순간 이들의 사내유보금 과세안은 뼈대만 앙상하게 남게 된다.

재계는 정부의 눈치를 살피며 이것이 형해화(形骸化)되기를 은근히 바라는 눈치다. 재계가 사내유보금 과세에 반대하며 내세우는 주요 논거는 이것이 이중과세라는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이중과세가 곧 위헌이라는 오해를 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의 오해를 최대한 활용하는 듯하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중과세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위헌이라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담세력을 넘어서는 이중과세만이 위헌이라는 것이다. 국세·지방세 조정법도 이중과세를 확대할 수 있는 입법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재계는 또 대기업들의 현금성 자산 비율이 선진국에 비해 낮기 때문에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궁색하다. 일본 기업들의 사내유보율은 한국의 절반도 안되고, 일본 제조업체의 사내유보율은 한국의 6분의 1 수준이다. 순자산이 넘쳐나다 보니 유동성 위기 위험이 줄어들고 그러다 보니 단기금융상품보다는 중장기 금융상품에 더 많이 투자한 까닭이다.

재계의 반발을 최소화하며 사내유보금 과세의 실효성을 최대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비법은 있다. 사내유보금 과세제도와 근로소득 증대세제를 패키지로 묶어 활용하면 된다. 즉 사내유보금에 대해 원칙대로 과세해서 약 2조원을 확보하고, 근로소득 증대세제를 통해 비정규직 비중을 많이 줄인 기업에 인센티브로 2조원을 지원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일석삼조다. 첫째, 두 제도 실행 과정에서 기업들의 평균 세 부담이 늘지 않기 때문에 재계의 반발을 무마할 수 있다. 둘째, 사내유보금 과세를 통해 사내유보금이 임금, 투자, 배당으로 분배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셋째, 근로소득 증대세제를 통해 비정규직 비중을 많이 줄일 수 있다. 단, 근로소득 증대세제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이 제도가 대기업 정규직 임금 인상보다 비정규직 비중을 줄이는 데 기여하도록 적절한 유인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홍헌호 |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장도리]2013년 11월22일 (출처 : 경향DB)


■ 기업소득 환류세제 실효성 의문… 기업 위축 부작용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이 최근 ‘소득증대를 통한 경제활성화’라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그 정책의 일환으로 ‘기업소득 환류세제’라는 명칭으로 사내유보금에 대해 과세하는 방안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기업이 향후 발생하는 이익 중 임금 인상분, 투자, 배당 등의 재원으로 사용하고 남은 부분이 일정 수준 이상일 경우 과세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기업이 현금을 쌓아놓고 투자나 재생산을 게을리하고 있다는 부정적 시각이 반영된 것이다. 이런 과세정책이 임금, 투자, 배당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세제 도입의 당위성과 논의 방향이 실제 사실과 괴리된 채 진행되고 있어 전문가들과 경제주체들이 우려하고 있다. 먼저 개념적으로 투자와 유보금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사내유보금이란, 세금과 배당을 제외한 기업 내부에 잔존하는 잉여금을 의미한다. 이는 투자나 재생산과 관련 없이 쌓아 놓고만 있는 현금을 뜻하지는 않는다. 이 잉여금에는 설비투자, 건물, 토지 등 투자금액이 포함되기 때문에 투자가 늘어나면 유보금도 증가한다. 따라서 매년 투자활동과 수익창출을 지속하는 정상적인 기업의 경우, 사내유보금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많은 기존 연구들이 한국 기업들의 유보율은 설비투자 규모와 더불어 성장해왔음을 통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잉여금과 투자 간의 이러한 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학계에서는 사내유보금이란 용어를 ‘잉여금 누계액’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또 배당에 대한 기업소득 환류과세의 효과는 미약할 것이며 오히려 부작용이 우려된다. 정부는 1991년 사내유보를 통한 배당소득 과세 회피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적정유보 초과과세 제도를 도입한 경험이 있다. 이 과세제도는 적정유보금 기준을 일률적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조세 불공평의 문제를 양산했고, 과세 목표였던 배당 촉진에도 실효성이 없었다. 이에 따라 적정유보 초과과세제도는 2001년에 폐지됐다.

현재 도입하려는 기업소득 환류세제도 과거의 문제점을 답습하려 하고 있어 부작용이 우려된다. 더구나 정부가 배당을 통한 소득증가를 소비증진 방안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배당이 이뤄지면 이른바 ‘배당락’이라는 주가 하락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주주 입장에서 배당으로 소득은 증가하겠지만 주식이라는 재산이 줄어들었는데 소비를 늘리려 할 것인지 의문이다.

정부는 임금 인상분을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적용에서 제외시킬 것을 고려하고 있으나 이 또한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임금인상은 기업의 직접비용을 상승시켜 당기순이익을 악화시키는 반면, 기업소득 환류세제에 따른 혜택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임금상승으로 연결되는 효과가 나타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즉, 기업으로서는 적은 혜택을 얻기 위해 큰 손실을 감수하려 하지 않을 것은 자명하다.

기업의 본성은 투자활동을 통해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데 있다. 그럼에도 기업이 현금성 자산을 증가시키는 목적은 미래의 불확실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통계에 따르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많은 현금을 쌓아놓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능력이 더 부족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이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면서 경기활성화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기업소득 환류세제처럼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정책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반영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정책이 취지와 달리 실질적인 법인세 인상 효과로 작용함으로써 오히려 기업경영을 위축시키는 오류를 사전에 방지해야 할 것이다.


<김현종 |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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