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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이제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됐다. 수돗물처럼 꼭지를 틀면 언제나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인터넷 이용자들은 평상시 인터넷의 거버넌스 이슈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몇 년 전 한국의 네트워크가 대규모 디도스 공격을 당해 서비스가 중단됐던 것처럼, 인터넷에 문제가 생겼을 때에야 비로소 인터넷은 그냥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인터넷 거버넌스는 사이버공간에서 상호 간 인터넷을 통해 연결해 주는 기술 이슈에서부터 출발한다. 예컨대 세계 어느 곳에서라도 특정 웹 주소(예: www.icann.org)를 입력하면, 특정 IP주소(예: 192.0.32.7)를 가진 사이트로 연결된다. 이렇게 특정 IP주소와 웹 주소를 연결시키는 시스템을 ‘도메인 네임 시스템’(DNS)이라 부르는데, 이는 현재 미국 정부와의 계약하에 국제인터넷주소기구인 ICANN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 계약을 통해 그간 미국 정부는 인터넷의 유일한 식별자인 DNS를 관리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1년 전 미국 정부가 이 관리권한을 전 세계의 커뮤니티에 이양하겠다고 했다. 이 발표후 많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자발적으로 인터넷이 계속 개방적이고 안정적이며, 통일을 기할 수 있으려면 DNS에 대한 관리권한을 어디로, 어떻게 이양해야 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토론하며 제안서 방향을 만들어갔다.
1년 이상의 토론과 협업 이후에 하나의 통합된 제안서가 지난 7월31일 전 세계에 공개됐다. 이 제안서는 오는 9월8일까지 약 40일 동안 전 세계로부터 공개적인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 정리된 것이 미국 정부에 제출된다. 미국 정부는 이를 검토해 타당성을 확인한 후 자신들의 권한을 전 세계 커뮤니티에 이양하는 데 최종 승인하게 될 것이다. 2016년 9월, 우리는 인터넷이 더 이상 정부에 의해 관리되지 않고, ‘민영화’되는 역사적 순간을 마무리 짓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인터넷 거버넌스 논의에서 우리가 고려해야 할 이슈와 주제는 무엇일까. 첫째, 인터넷은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그로 인한 혜택 또한 커져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인터넷과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는 정부건 개인이건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상호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우리는 모두 인터넷의 미래에 대해 발언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거버넌스에 관련된 논의들은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도록 민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 인터넷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이 논의에 얼마나 많이 참여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우리 지역의 이해관계자들은 대체로 한국을 포함한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이 인터넷 거버넌스 논의에 활발히 참여하지 않고 결정된 정책에 따르기만 하는 ‘가격 수용자’(price taker)의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가 거버넌스 정책 결정에 관심도 없고 참여하지도 않는다면, 미래의 인터넷이 여전히 개방적이고 안전할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한국은 10명 중 9명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거의 모든 휴대전화 가입자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주요한 인터넷 이용 국가이다. 한국이 인터넷 거버넌스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이유인 셈이다. ICANN 아·태 지역 허브사무소는 이러한 거버넌스 논의에 아·태 지역의 활발한 참여를 돕기 위해 다양한 웨비나(Webinar: 웹과 세미나의 합성어)와 워크숍을 지속적으로 전개하는 동시에, 여러 나라의 각각 다른 이해관계자들과 교류하며 협업하고 있다.
인터넷 거버넌스의 본질은 작은 당신의 목소리 하나하나를 듣는 것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인터넷의 미래에 아·태 지역의 이해관계를 반영하려면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인터넷 거버넌스 논의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기여해야 한다.
지아롱 | 아이칸 싱가포르사무소 정책협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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