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한국인 평균연령은 42.1세, 근로자 가구 가장은 49.5세이다.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하는 시기는 43.3세이다. 보통 취업 후 점차 증가하는 소득은 40대 후반에 정점을 찍는다. 소득 수준이 중간인 2·3분위 가구 가구주 평균연령은 40대 후반이다. 40대는 내집마련과 자녀 학자금 등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시기이다. 생애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기는 40대이다. 그들이 흔들리고 있다.

 40대 취업자 수가 지난 10월 기준 48개월 연속 감소했다. 2017년 11월부터 만 4년간 지속돼온 현상이다. 4년 새 40대 고용률은 1.3%포인트 하락한 78.5%였다.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기는 하지만, 40대 고용률만 마이너스였다. 같은 기간 40대 취업자는 43만6300명 줄었다. 20만2600명 감소한 30대의 두 배를 웃돈다. 반면 60세 이상은 121만1000명, 20대는 15만6600명 늘었다.

최근의 고용불안에 대해 정부는 “인구·산업구조 변화에서 오는 진통”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인구 감소는 국가경쟁력 약화를 의미한다. 일하는 국민이 줄어들면 국내총생산(GDP)이 쪼그라드는 건 당연하다. 세금 내는 시민도 감소할 테니, 온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고 있는 국민연금 고갈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

그러나 인구 감소 탓만 할 수 없다. 4년간 40대 인구가 4.7% 줄어들었지만 취업자 감소율은 6.3%로 훨씬 더 컸다. 60세 이상과 20대는 인구가 늘었는데, 그 증가 속도보다 취업자 증가 속도가 더 빨랐다. 정부가 20대 청년층과 60세 이상 고령층에 고용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입증한다.

최근 4년간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한국지엠 군산공장에서 2000명이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 130여개 협력사에서도 1만명 넘는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추산된다. 한진해운 파산으로 연관산업을 포함해 1만명 넘는 노동자가 새 직장을 찾아 전전해야 했다. 긴 불황을 겪고 있는 조선업에서도 수많은 하청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실직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0대 고용률 하락은) 40대 취업비중이 높은 제조업과 도소매업 업황둔화의 영향과 관련된 것”이라고 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도 40대는 이미 찬밥 신세다. 환경 변화와 발전 속도가 워낙 거세 새 기술을 장착한 20~30대에 밀려나기 일쑤다.

일자리를 잃은 40대가 갈 곳은 많지 않다. 재취업 문을 두드릴 여건이 여의치 않은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 자료를 보면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등에서 고용서비스 제공기관을 운영한다. 40대를 위한 서비스는 노동부의 중장년일자리 희망센터 한 곳뿐인데 그나마 40세부터 노인까지 대상이 다양하다. 나머지는 청년과 여성, 고령자를 위한 것들이다.

밀려난 40대 상당수는 ‘레드오션’인 줄 알면서도 자영업을 기웃거린다. 또다시 벼랑 끝이다. 지난해 신규 등록한 40대 자영업자(개인사업자)는 35만2868명이었다.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 사업소득이 1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자영업 불황 여파였다. 중하위권에서 버티던 자영업자가 대거 최하위 소득 계층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저소득 자영업자가 편입된 영향으로 1분위 소득이 늘어나 상위 계층과의 격차가 줄어드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

40대가 사회의 중심임에도 홀대받는 것은 정치권의 관심을 끌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청년층과 고령층을 위한 공약이 쏟아지고 있지만 40대는 소외돼 있다. 이는 40대 대부분을 직장에서 중간관리자 역할을 하는 안정적인 계층으로 인식한 탓이다. 청년과 노인의 문제는 그 계층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다고 여긴다. 반면 밀려난 40대는 ‘일부’로 치부해 배려하지 않는 것이다.

정부 인식도 한가하다. 홍남기 부총리는 취업자 감소에 대해 “30~40대 고용 부진은 최근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소득격차 해소와 관련해서는 “소득주도성장, 포용성장의 효과가 3분기에는 본격화되고 있다”고 했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최고위직 공무원의 해석이다. 안드로메다에서 온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대통령에게 제대로 된 보고를 올릴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라도 40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48개월 연속 취업자 수 감소세를 멈춰야 한다. 당장 재취업을 늘릴 수 있는 고용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 청년과 노인에게 집중된 일자리 예산을 40대에도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 창업을 준비하는 중년을 돕는 프로그램도 절실하다. 인구가 줄고 있지만 40대는 여전히 전체 유권자의 20%를 웃돈다. 40대 스스로 정치세력화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안호기 경제에디터>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