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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올해 들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였다.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최저점 기준 60% 미만으로 떨어진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지만, 대체로 한 달 남짓한 기간 동안 긍정평가는 약 10%포인트 줄었고 부정평가는 약 10%포인트 늘었다는 것은 공통적이다. 아직도 역대 정부에 비하면 높은 편이지만, 워낙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온 까닭에 그 배경에 대한 관심이 높다.

언론의 진단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 규제를 둘러싼 정책 혼선으로 인해 2030세대가 지지를 철회했다는 것, 다른 하나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불거진 북한 관련 이슈들이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데이터를 보면 가상통화와 관련한 해석은 어느 정도 과장되었거나 착시현상이라 보인다. 가장 큰 반발을 불러왔던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강경 대응 발표가 1월11일이었는데, 그 직후인 1월 셋째주 조사에서 비교적 큰 폭으로 지지율이 빠지기는 했지만(갤럽 기준 6%포인트. 이하 같은 기관 자료) 2030세대에서 두드러지게 많이 빠진 것은 아니었고,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모든 세대에서 골고루 지지율이 하락했다. 2030세대는 이 기간에 6~7%포인트 하락했다가 2월 들어서는 약간의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이 기간에 오히려 주목할 것은 13%포인트 하락 후(58%→45%) 보합세도 거의 없는 대구·경북, 26%포인트 하락 후(67%→41%) 미세하게나마 추가 하락하고 있는 바른정당 지지층, 10%포인트 하락 후(52%→42%) 추가 하락을 이어가고 있는 보수층 등이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부정평가를 내린 응답자들이 제시한 이유를 보아도 가상통화 규제 때문이라는 응답은 고작 1%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다른 해석은 역시 북한 관련 이슈이다. 가장 큰 논란이었던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이 결정된 것이 1월17일, 북한 측 사전 점검단이 방남한 것이 1월21일, 마식령 스키장 남북 공동훈련이 1월31일이었다. 따라서 북한 관련 이슈는 1월 둘째 주에서 넷째 주 사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그 후 2월 첫 주 정도까지 여파가 미쳤을 것이다.

1월 셋째 주에서 넷째 주로 가면서 전체 지지율은 67%에서 64%로 3%포인트 하락했는데, 같은 기간 60대 이상 지지율은 6%포인트(50%→44%), 대전·세종·충청 지지율은 10%포인트(66%→56%), 자유한국당 지지층 9%포인트(25%→16%), 경제적 중하층 15%포인트(76%→61%), 바른정당 지지층 전주 21%포인트에 이어 5%포인트 추가 하락(41%→36%), 보수층 전주 10%포인트에 이어 5%포인트 추가 하락(42%→37%), 중도층은 7%포인트(75%→68%) 하락했다.

실제로 1월 넷째 주에 국정수행 부정평가를 한 응답자들이 제시한 이유를 보면 단일팀 등 북한 관련 이유가 압도적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보면 심상치 않은 지지율 변동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역시 북한이다.

70%대의 지지율은 이념적으로는 중도보수, 지지정당별로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다른 야당 지지층, 지역적으로는 대구·경북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고른 지지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지지율이 크게 빠진 집단을 보면 거의 정확하게 이 세 집단에 해당한다. 문재인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촛불이 만든 정부임을 강조해왔고, 촛불민심을 떠안고 간다고 설명해왔다. 그런데 70%대 지지율을 가능하게 한 촛불민심에는 이 세 집단이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랬던 세 집단이 떠나기 시작했고, 그들은 촛불광장의 ‘계약’이 깨졌다고 느끼는 것 같다.

데이터를 보면 그렇게 느끼는 공통된 이유는 ‘북한’, 다른 말로 ‘안보’이다. 그들은 ‘안보는 보수’라는 암묵적 계약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그런 계약이 있었는지는 애매하다.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집에는 한반도 평화가 가장 중요한 기조로 되어 있지만 동시에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도 약속하고 있고, 대선 기간 중 문 대통령은 안보와 관련해서 보수층을 안심시키는 발언도 여러 차례 했다. 그러니 그들이 암묵적 계약이 있었다고 생각할 근거는 존재하는 것이다.

평창 이후 이 질문은 더 첨예해질 가능성이 높다. 올림픽이라는 특수 상황이 끝나고 나면 미국과 국제사회의 강경 제재 기조는 더욱 첨예해질 것이고, 이미 방북 초청장을 보낸 북한은 최대한 남한을 전면에 내세우려 할 것이다. 참으로 어려운 선택이 될 텐데, 선택이 늦어질수록 중도보수는 이탈할 것이다. 적어도 중도보수를 포용하지 않고는 국정동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안보와 성장은 보수의 어젠다이다. 두 영역에서 무엇을 합의할 수 있고 무엇은 양보할 수 없는지, 무엇은 가능하고 무엇은 불가능한지, 합의를 한다면 누구와 어떻게 합의할지 결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장덕진 |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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