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적 보수와 결집한 이대남이라는 최대 변수 두 개를 제대로 이해한 유일한 정치인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이다. 그의 정치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이준석이 옳으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자신이 없다. 옳으냐 그르냐는 도의적 기준이다. 이준석이 맞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맞냐 틀리냐는 전략적 기준이다.
정권교체를 위해 필사적인 유권자는 윤석열 지지자의 3분의 1 정도로 보인다.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뭐든 하겠다는 사람들이다. 선거운동 초기 윤 후보의 잇따른 실언과 선거대책위원회 갈등이 불거지자 어쩌면 정권교체를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이들은 즉시 대안을 찾기 시작했고, 윤 지지자의 3분의 1인 10~12%포인트 정도가 안철수 후보로 옮겨갔다. 윤석열로 정권교체를 못한다면 안철수로라도 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선대위 갈등 수습과 함께 선거 캠페인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자 “그렇다면 윤석열로 정권교체를 하는 게 더 확실하지”라는 판단을 내리고 상당수가 다시 윤석열 지지로 복귀했다. 그래서 윤석열 지지율은 변동폭이 크다. 안 될 것 같으면 크게 떨어지고 될 것 같으면 크게 오른다.
이대남의 결집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는데, 정치판의 주류인 86세대 정치인 중에 이것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본인이 30대이면서 제1야당 대표가 됨으로써 86세대가 만든 제도권 정치를 점령한 이준석이 대체 불가능하게 된 이유이다.
2019년에 시사IN에 연재되어 큰 주목을 받았던 20대 남자 기획기사는 20대 남성의 무려 25.9%가 안티 페미니즘 전사(戰士)에 가깝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안티 페미니즘 성향이 25.9%라는 게 아니라 페미니즘 비슷한 것은 어느 것 하나 용납할 수 없다는 똘똘 뭉친 투사들이 25.9%라는 것이니, 20대 남성에서 그 외연은 훨씬 넓을 것이다. 분위기 파악 못하는 86세대 정치인들은 청년에게 수당을 지급하고 임대주택을 제공한다 하고 선대위 자리를 나눠주고 장관을 시켜준다고 약속하면 될 줄 알았지만, 그걸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평창 동계올림픽과 조국 사태 때 이들이 공정을 외쳤다고 해서 너도나도 공정이 시대정신이라 했지만 게으르기 짝이 없는 현실 인식이었다. 대통령 선거가 한 달 남은 지금 과연 누가 공정을 말하나.
최대 변수 두 개를 합치면? ‘세대포위론’이라는 논리적 귀결이 얻어진다. 여야를 막론하고 아무도 비슷한 수준의 큰 전략을 내놓은 바 없다. 선대위 자리를 내던진 이준석이 궁지에 몰릴 때조차 “그렇다면 대전략을 내놓으라”고 큰소리칠 수 있었던 이유이다. 같은 논리의 연장선에서 단일화 협상의 전략이 나온다. 필사적인 보수들이 정권교체를 위해 안철수에게 옮겨갔을 때가 그의 협상력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이 복귀하면서 안철수의 카드는 줄어들고 있다. 그는 두 자릿수 득표율 유지에 사력을 다하든가 아니면 별로 얻는 것 없는 단일화에 응해야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은 오를 때도 내릴 때도 미세하게 움직일 뿐이다. 가장 낮았던 조사에서도 30% 밑으로 간 적은 없고, 가장 높았던 결과도 40% 턱걸이를 했다. 윤석열 지지율이 최저 20%대 중반, 최고 40%대 중반을 찍은 것과는 큰 대조를 보인다. 그의 고민은 지지층 결집이냐 과감한 중도 확장이냐이다. 지금까지의 데이터는 지지층 결집의 최대치가 40% 전후일 가능성을 말해준다. 흔히 당선 가능한 변곡점이 43%라고 예측하는 것을 감안하면 부족한 수치이다. 과감한 중도 확장은 진정성을 인정받아야 할 텐데, 선대위 해체 수준의 후보의 결단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부터 떠오를 변수는 오미크론이다. 상대적으로 접종률이 낮은 20대에서 확진으로 인해 투표를 못하는 유권자가 많아질 경우, 방역지침 변화와 확진자 폭증으로 정부 책임론이 커질 경우, 투표 못하게 되는 유권자가 너무 많아져서 선거 무효 논란으로 번질 경우 등에 따라 대선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