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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열 / 서울시교육청 기능직공무원


"그게... 가능해요?" 눈을 크게 뜨고 되물어 본다. 교육시설공사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나오는 반응이다.
교육활동이라는 소프트웨어를 담는 그릇이 교육시설이다. 과거에는 소프트웨어가 부족해서 교육시설의 필요를 못 느끼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 교육활동의 질은 높아졌으나 교육시설의 질이 따라주지 못해 교육활동의 질까지 낮추는 경우가 많다. 주로 교육시설공사의 근본적인 부실 때문이다.
 
시설의 계획과정이 중요하다. 과다 대충 계획한 프로젝트는 업자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고 예산이 새는 통로가 된다.
시설의 생애 과정에서 계획과정이 제일 중요하며, 시공보다 중요하다. 학교시설에 학교에서 감당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기면 교육청 기술직에게 연락한다. 문제는 이들이 눈으로 몇 번 보고 계획을 정하고 설계의 방향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주로 상급자의 의견이 절대시된다. 문제의 원인과 땅속의 실제 상황 진단에 천착하지 않다보니 과다 계획을 할 위험이 상존한다. 이걸 토목진단업체가 들으면 "그게... 가능해요?" 할 이야기이다.
엉터리 계획도 한다. 체육관은 대규모 체육활동으로 무거운 먼지가 많이 발생한다. 그런데 10미터 이상의 높은 천정의 대공간을 낮은 공간처럼 천정의 기계환기로 먼지를 끌어올려 뽑아내는 계획을 한다. 먼지는 거의 그대로이다. 거기에다 기계소음으로 고통을 더한다. 


 
 
설계과정에서도 교육청 기술직의 검토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장상황과 맞지 않는 수 십 년 전의 전형적인 도면을 든 설계업체 담당자를 학교로 보내 기관장의 승인받기만을 기다린다.
그걸로 끝이다. 학교 화장실의 동력이 가스인지 전기인지도 모르고 현재의 건축구조를 바꾸는 도면을 가지고 온다.  체육관 같은 천정이 높은 대공간에서 천정 한쪽에 난방 기구를 설치하니 추운 겨울 몇 시간씩 난방을 해도 안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더운 공기는 위로 간다. 놀이터는 지하의 배수는 고려하지 않고 주위 연석도 없어서 비만 오면 질퍽거리고 모래는 날이 갈수록 새어 나간다.
다중이용시설이어서 쉬운 유지관리를 고려한 설계를 요구하는 것이 호사스러울 정도다.
 
학교시설의 시공과정도 놀라움 그 자체다.
시공은 과정이다. 결과물 가지고는 능력 있는 기술자라 할지라도 시설의 내구성과 품질을 평가하기 어렵다. 그런데 아무도 감독하는 사람이 없다. 중요 공정인데도 말이다. 시공순서를 바꿔서 품질을 떨어뜨리며 쉽게 이익을 취하는 데도 제지하는 사람이 없다.
수주만 하면 시공업자에게는 땅 집고 헤엄치기다. 물론 그 결과는 기관장과 행정실장이 이 공공시설을 떠난 뒤에 나타날 것이다. 주인이 없는 시설의 특성인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주먹구구이거나 방치되고 있는 학교시설의 계획, 설계, 시공에 대한 인적, 물적 수술이 필요하다. 교육활동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교육시설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 금이 간 그릇을 들고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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