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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 초록교육연대 상임대표, 호서대 교수
요즘 카이스트에서 일어난 학생들과 교수의 연속 자살로 대학의 무한경쟁과 기업화 분위기에 제동이 걸렸다. 명문대는 세계 최고수준의 대학에 진입하기위해, 지방대는 살아남기 위한 골육지책이라며 무한경쟁에 매몰되어왔다. 그러나 우수한 저명교수들의 자살도 줄을 잇는 등 승자도 패자도 불행한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 지금부터라도 무한경쟁을 멈추고 황폐화되어가는 세상을 되살리기 위해 공감과 협력을 바탕으로 상생의 문화를 만드는 인간교육을 시작하자. 카이스트 서남표 총장 (출처: 경향신문 웹DB)
북극의 툰드라지역에는 레밍스란 들쥐들이 집단으로 서식하는데 설원을 떠돌아다니며 살아 나그네쥐라고도 불린다. 레밍스는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먹이가 빨리 고갈되면 집단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제일 빨리 뛰는 1등 쥐가 한쪽으로 뛰면 다른 쥐들도 그 뒤를 따라 쫒는 독특한 습성이 있다. 그런데 점차 서로 빨리 뛰는 경쟁에만 몰두해 한치 앞도 제대로 못보고 떼로 질주하다가 해안가 절벽이나 호수에서 다 함께 떨어져 빠져죽는다고 한다.
현대인류문명도 돈과 권력을 독차지하기 위한 무한경쟁으로 자원고갈과 지구온난화, 화학물질과 방사능 축적을 초래해 언제 떼죽음을 당할지도 모르면서, 너도 나도 1등만 따라 달리는 레밍스 들쥐 떼처럼 자살문명이 되어가고 있다.
독일 프라이브르그 대학의 세계적인 신경생물학자인 요아힘 바우어는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원칙’(Prinzip Menschlichkeit)이란 저서에서 인간은 원래 경쟁보다는 상호협력을 통한 관심과 공감의 동물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공생(symbiosis)을 통해 단세포 미생물에서 다세포로, 또 고등 동식물로 진화해온 생태계의 특성에 바탕을 둔 학설로 동양철학자인 맹자가 주창한 성선설과 통한다.
자연속에서는 모든 개체들이 서로 공감과 협력으로 조화와 상생을 이루는 온화한 모습(어질인)이 있는데 사람도 지나친 권력의 의지를 버리고 자연의 모습처럼 살아야 한다는 가치가 바로 동양의 자연철학이다. 그는 일에 대한 의욕을 북돋워주고 행복감을 주는 체내분비물질인 도파민이나 옥시토신은 경쟁력의 원천인 동기부여체계를 유지해주는데 사람들이 서로 인정, 존중, 관심, 애정을 주고받을 때 많이 분비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계는 무한경쟁으로 사람들 사이의 소통과 공감을 박탈해버려 소외시킨다. 오히려 동기부여물질은 줄어들고 아드레날린이나 노르아드레날린 같은 스트레스호르몬이 다량으로 분비되면서 마음과 몸이 모두 아파 병들게 만든다. 다른 동물들도 원치않는 상태에서 오랫동안 격리되어 지내면 삶의 의욕을 잃어버리고 병들어 죽게 된다. 요아힘 바우어는 진화론을 주장한 다윈을 근시안적으로 잘못 해석한 우생학자들과 이기적 유전자설을 지지하는 학자들이 인류의 역사를 피로 물들였다고 반박하였다.
무한경쟁은 단기적 반짝 비교성과는 낼지 몰라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게 돼 부도덕과 상호불신을 키워 사람들 사이의 소통과 공감을 막아 오히려 일의 다양성과 질을 떨어뜨린다. 뿐만 아니라 불신과 불안을 일상화시켜 일등도 꼴등도 불행한 삶을 초래하고 궁극적으로 삶의 질도 크게 저하시킨다. 미국주도의 신자유주의가 스스로 부패하면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초래해 전 세계 경제를 불안하게 만들고 경제 양극화로 지구촌 사람들 대다수를 극빈층으로 내몬 요즘 세계화의 모습이 이를 증명한다.
특히 교육은 영리를 위해 경쟁력을 추구하는 기업과는 달리 인간으로서의 양심과 사회적 책임을 갖는 바른 사람을 만드는 목표를 우선해야한다. 단지 돈을 많이 벌기위한 경쟁보다는 자기의 나태와 무능과 경쟁하며 스스로 주어진 책무에 충실하고 서로를 존중해 상생을 통한 조화를 이루는 것이 바로 우리의 전통가치관인 홍익인간의 대동사회를 실현하는 길이다.
공자 (출처: 경향신문 웹DB)
공자는 이러한 일을 선도하는 사람을 군자라 일컬었고 泰而不驕(태이불교), 즉 태연하되 교만하지 않은 이라고 표현했다. 항상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다른 모든 이들을 존중해 서로 비교하지 않으므로 교만하거니 비굴할 필요가 없이 담담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돈과 권력이 된다면 대량살인전쟁까지 일으키는 인간들과 달리, 호랑이는 아무리 힘이 세도 그저 자신과 새끼들이 굶지 않을 정도로, 생태계의 먹이사슬에 전혀 해가되지 않도록 다른 동물들을 먹이로 취한다. 노장사상의 핵심중 하나인 生而不有(생이불유)는 생태계 구성원들은 서로 소유하지 않고 힘이세도 표시내지도 않으며 없는 듯이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소유로 권력이 생기며 이는 파괴적 에너지의 집중을 가져와 생명의 순환에 큰 장해가 된다. 우리의 마음 한가운데 있는 자연의 순리를 따라 성실하게 살아야(忠誠) 지속가능한 아름다운 자연문명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오세영은 시 ‘한강은 흐른다’에서 ‘저마다 생의 등불 환하게 밝히면서 오늘도 은하수로 묵묵히 흐른다’로 우리민족의 전통적 자연철학적 가치를 함축해 표현하였다. 자연철학은 종주국인 중국보다도 우리나라에서 학문적으로도 더 심화되었고 생활속에 뿌리를 내리고 발효되어 전통문화의 향기를 풍긴다. 자연스럽냐 그렇지 못하냐가 바로 우리 한민족의 가치판단의 중심이었던 것이다.
미국의 포춘(Fortune) 지가 매년 선정해 발표하는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 중 2011년 1, 2, 3위를 차지한 기업, SAS, 보스톤 컨설팅그룹(BCG), 웨그맨푸드마켓의 몇 가지 주요 공통적인 특징을 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사원들이 단기적 경쟁에 매몰되기보다는 지적으로 깊이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이 잘 되어 있어 자신의 일을 즐기는 직원들이 많고 임시직이 없다는 점이다. 또한 직원들은 실제로 겸손하고 친절하며 남을 돕는 일에 적극적이다. 더불어 고객으로 하여금 제품 개발과 개선에 참여하도록 허용한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지나친 경쟁보다는 상호협력과 진정성을 바탕으로 한 고객봉사와 사랑의 정신이 살아있는 기업들이다. 학생들을 이런 기업이 원하는 인재로 키우려면 상생의 우리 전통자연철학을 바탕으로 한 인문학 교육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교육의 목적은 경쟁에서 1등하는 한명의 인간과 다수의 패자들을 양산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각자의 직무에 충실하면서도 협력적인 다수의 선한 인간을 만드는 데 있다. 또한 스승은 학생들을 영어·수학만 잘하는 기능인으로 키우기 위해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줄 세울 것이 아니라 학생들 각자 숨어있는 다양한 재주를 스스로 발견하고 관심과 열정을 갖고 이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학생들과 독서 토론을 하고 있는 동지장학회 교사들 (출처: 경향신문 웹DB)
이를 위해서는 주입식 교육보다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주제를 던져주고 발표와 토론을 통해 서로 다양한 의견과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또한 학생들이 자신의 뜻을 담은 글을 많이 쓰도록 유도하고 이를 발표하고 토론하면서 자연스럽게 소통의 능력을 키워주자.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최근 경희대 휴마니타스 칼리지의 개교는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신입생들에게 철학과 역사, 문학, 물리, 예술 등의 인문학교육을 확대해 세상을 바라보는 큰 눈을 키워줘야 통섭교육이 가능해진다.
지나친 경쟁은 서로간의 신뢰를 없애 자발성과 의욕을 떨어뜨리고 구성원들끼리 서로 불신하게 만들어 시너지 효과마저 없애버린다. 또한 일등을 하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등 한 이에게 힘이 집중되면서 필연적으로 부도덕과 부패와 독재를 초래한다. 영어몰입교육과 취업기술에만 매달리는 다수의 다른 많은 대학들과 달리 인문학 심화교육를 통해 인간성을 키우는 외로운 실험에 나선 경희대의 선구자적 교육실험에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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