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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교육 전문성에 교과교육 외에 비교과교육인 생활교육도 있다. 하지만 교사로서 생활교육을 할 때 위축감과 주저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교사의 교육적 지도를 주저하게 하는 법 중 하나는 학교폭력예방법이다. 가장 힘든 생활교육 사안은 학교폭력이다. 지속성·고의성·심각성 등의 요소를 갖춘 학교폭력 사안은 엄밀한 조사를 거쳐 잘못을 가리고 피해 학생의 상처가 최소화되도록 하고 재발 방지에 힘써야 한다. 학교에서는 일상적으로 학생 간 갈등이 일어나고 모든 갈등은 학교폭력에 포함될 수 있다.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교사는 학교폭력의 예비·음모 등을 감지하고 인지했을 경우 신고의무가 있으나 적절히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올해 한 학생이 친구관계에서 갈등이 생겼다. 학생이 한 말이 왜곡돼 다른 학생들에게 전달되었고, 그것을 듣고 화가 난 학생들이 해당 학생에게 욕설 메시지를 보냈다. 학교에서 할 일은 학생들이 갈등을 해결하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게 교육적 경험을 주는 것이다. 학년부와 학생부가 협의해 보호자, 학생들과 함께 자리를 만들어 잘못 인정하기, 감정 나누기, 사과하기, 다짐하기 등을 했다. 학생들은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상처 받은 학생은 자신의 상처를 말할 기회를 가졌다. 힘들어 하던 학생은 사과를 받아들이고 이후 밝은 표정으로 학교생활을 했다.

교사는 갈등 해소 모임 후 해결사안보고서를 작성해 학교폭력전담기구에 보고해야 한다. 저녁에 2시간 이상 이어진 모임이었지만 일이 잘 해결되어 안심했다. 만약 피해 학생 보호자에게 이 모임에 대해 언급했을 때 교사가 화해를 종용한다고 문제제기를 하면 그때부터 교사는 난감해진다. 위 경우에도 학생(학부모)이 자치위원회 개최를 요청하면 반드시 위원회를 개최해야 한다.

이런 갈등 해소 모임 없이 바로 학교폭력 처리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위험은 적고 업무담당자 외에는 편한 방법이다. 학교폭력 담당자는 바빠진다. 학교폭력전담기구 회의를 개최하고, 교사들은 경찰처럼 조사를 다시 하고 학교장과 교육청에 보고한다. 그리고 자치위원회를 열어 가해 학생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심의한다.

교육부가 올 9월 보급한 학교폭력 사안 처리 가이드북 유의사항에는 학교폭력 사안을 축소·은폐하거나 성급하게 화해를 종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학교폭력 처리 과정에서 피해 학생이나 가해 학생 측에 불만이 생길 수 있다. 민원이 생기면 학교폭력 은폐 여부를 가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사소한 폭력이라도 신고한 것은 접수해야 한다.

관계중심 생활교육을 강조하지만 학교폭력이라고 인지되는 순간 학교에서 자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거의 없다. 교사가 중재할 권한은 없다. 중재를 해서 잘 해결되면 괜찮으나 중재가 잘 안되면 책임이 따른다. 자치위원회에 분쟁조정 절차가 있다. 그러나 자치위원회로 넘어가면 화해하기 어렵다. 경미한 사안과 심각한 사안을 구분하고 교육적 지도와 폭력에 대한 단호한 조치가 구분되어야 한다. 이에 대해 현장의 의견을 들어 법 개정을 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권력구조 안에서 혼자 고통받는 학생을 그냥 두면 물론 안된다. 그 미묘한 고통의 징후를 감지해 사전에 개입할 수 있는 것은 교사와 또래 친구들이다. 결국 평화로운 공동체의 회복이 학교폭력을 줄일 수 있는 지속적이고 힘 있는 방법이다.

<손민아 | 경기 전곡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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