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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21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개관하자 건축계는 십자포화를 쏘아댔다. 한양 도성의 성곽을 제대로 복원하지 못했으며 동대문운동장의 역사성을 살리지 못한 실패한 건축물이라는 비판이었다. DDP는 ‘기억의 장소에 기억을 지워버리는 건축의 폭력’(월간 ‘공간’)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주변 경관과의 부조화도 도마에 올랐다. 3차원으로 설계된 대형 건축물을 뒤덮은 4만5000여장의 알루미늄 패널은 외계건축물을 연상시킨다는 의견이 많았다. 전시장, 쇼핑시설, 광장 등이 어우러진 건물 용도에 대한 정체성 논란도 이어졌다. 5000여억원의 천문학적 건축비도 비판을 받았다.

17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마련된 남북정상회담 메인 프레스센터에서 내외신 기자들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정상회담 취재에 여념이 없다.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DDP는 이라크 출신 영국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설계 작품이다. 비정형 건축 설계로 유명한 하디드는 2012 런던 올림픽 해양관, 구겐하임 공연예술센터, 2022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을 설계했다. 2004년에는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했다. 하디드의 설계가 DDP 당선작으로 선정되자, 유명 해외 건축가의 프리미엄이 작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 건축의 위기를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한 건축 잡지가 DDP를 ‘해방 후 최악의 건축물 20선’ 가운데 5위로 선정한 데에는 복합적 이유가 깔려 있었다.

시간이 흐르자 낯선 건축물에 점점 익숙해졌다. DDP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사그라들었다. 매년 ‘간송문화전’이 열리고 ‘스포츠디자인전’ ‘자하 하디드전’ 등 전시와 패션쇼 등이 계속되면서 서울의 대표적 복합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해 갔다. ‘기괴한 건축물’을 보려는 관광객도 줄을 잇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DDP를 ‘2015년 꼭 가봐야 할 명소 52’에 선정했다. 오명을 벗은 DDP는 서울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개관 4년을 맞은 DDP가 다시 변신 중이다. 정부와 서울시는 DDP 지하 2층 알림터에 평양 남북정상회담 프레스센터를 마련했다. 정상회담이 열리는 18~20일, 2000명이 넘는 내외신 기자들이 이곳에서 평양에서 보내온 영상과 뉴스를 세계로 전하게 된다. 뉴스를 중계하는 과정에서 DDP도 해외에 소개될 것이다. 서울의 명소 DDP가 세계인들에게는 어떻게 비칠지 궁금하다.

<조운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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