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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정부에서는 서울 등 몇몇 지역을 투기과열지구 등으로 지정했다. 그러자 지정지역이 아닌 곳의 부동산들이 들썩이고 있다는 뉴스가 급하게 전해졌는데, 이런 현상을 풍선효과라고 부른다. 이것은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불거져 나오는 것처럼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문제가 생겨나는 현상을 말한다. 

사창가의 성매매를 강력하게 단속하자 주택가의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유사성매매 업소들이 늘어난다거나, 파견노동과 기간제 근로를 규제하자 도급이나 용역이 늘어나는 현상이 대표적인 풍선효과라고 할 수 있다.

풍선효과가 자주 나타나는 분야가 교육이다. 이전 정부에서 사교육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수능 영어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이 논의되자 사교육의 수요가 수학과목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실제로 나타나기도 했고, 선행학습 금지법이 국회에서 한창 논의될 때 ‘공교육만 선행학습을 금지하면 풍선효과로 사교육이 더 성행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전교조나 한국교총 등 교원단체들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요즘 들어 새로운 풍선효과에 대한 이야기가 무성하다. 대통령 공약이었던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에 대해 많은 학부모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그 대안으로 비평준화 지역 명문고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사고 등과 같이 일정수준의 학생들이 선발되어 학습 분위기가 좋았던 학교들이 배정방식의 일반고로 전환되면 대입에서 힘을 쓰지 못하게 된다는 걱정에 비평준화 명문고라는 탈출구를 찾게 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비평준화 지역의 학교 서열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온 현상이다. 더구나 중학교 성적을 평가하여 학생들을 선발하는 방식이라면 수시 전형 중심이라는 대입 변화의 물결에 쉽게 적응하기 어렵다. 일반고에서라면 상위권 내신성적의 학생들이나 받을 수 있는 높은 수능 등급을 받은 지역 명문고의 중위권 학생이 막상 그런 수능 성적으로도 원하는 대학에 도전하기 힘들다는 것을 학부모들이 알아가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을 상담하다보면 수능 고득점을 위한 선행학습의 실효성에 대해 고민하는 경우를 많이 만난다. 수능 고득점을 받는 것보다 내신성적을 잘 받는 것이 더 효율적인 입시 준비라는 것을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반고의 학습 분위기와 일반고 선생님들이 수시중심의 입시에 제대로 된 도움을 줄 수 있을까?’에 대한 믿음이 약하다는 것 때문에 고민을 하게 마련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어쩌면 우리 교육에 희망이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됐다. 과거 같으면 대학입시를 위해서는 선행학습이라는 학교 밖 사교육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학교가 조금만 더 신뢰를 얻으면 된다는 희망을 갖게 된 것이 아닌가?

학력의 수준에 상관없이 누구나 노력하면 얻을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더 늘어나기 전에는 지금의 과열 입시경쟁은 근원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 어떤 정책을 동원해봐야 끊임없는 풍선효과만 나타날 뿐이다. 우선 일선 학교의 선생님들이 힘을 내주기를 바란다. 그래야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로서의 학교 밖 교육도 제자리를 찾아갈 테니까 말이다.

한왕근 | 교육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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