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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과 점이 만나면 선이 된다. 점 한 개는 자신만 있는 것이다. 한 점은 자기 위치이고 다른 점은 또 다른 자기 위치이다.

점과 점이 만나면 점들의 관계인 선이 생긴다. 세 개의 점이 만나면 영역이 생긴다.

곧 본격적인 방학이다. 학급담임을 맡으면, 방학 되기 전 학생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방학 한 달 동안이라도 한 가지에 몰입하는 경험을 해보라는 것. 책 읽기라도 좋고, 영화 보기라도 좋고, 친구와 밤새워 이야기하고 여행하는 것도 좋고, 운동하는 것도 좋고, 시골 할머니댁에 가서 지내는 것도 좋다. 그 경험이 자신의 새로운 점이 된다. 아이들이 3개의 경험의 점들을 모으면 자신의 영역을 구축할 수 있다.

그럼 공부는 어떡하냐는 걱정은 참된 학력에 대해 생각을 나눠보는 계기로 삼아보자. 지식 습득만이 학력의 기준이라는 관점에서 참된 학력이라는 관점으로 전환되고 있다. 참된 학력은 삶 속에서 만나는 다양한 텍스트를 비판적으로 읽어내고 자신의 생각을 키우는 것, 타인과 원만히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 이전과 지금과 이후의 학습경험을 연결해서 자신의 경험으로 맥락화하는 능력, 협력할 수 있는 능력, 자기관리를 하고 권리와 이익의 한계를 알고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능력 등을 포함한다.

참된 학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학습경험의 연결을 통한 자신만의 맥락을 형성하고 큰 맥락 속에서 사고하고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아이들이 흠뻑 빠져들어 몰입하는 경험이라는 점을 많이 만들어 그 점을 연결해서 자신만의 네트워킹을 형성하는 것이다.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는 것이다. 지난해 촛불집회에서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광장에 나온 경험도 민주주의를 체험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민들이 많았다. 이 또한 민주주의에 대해 자녀의 세계를 확장시키는 하나의 경험이다.

내 아이는 어떤 점을 찍고 있을까? 내 아이가 하나의 점만 갖고 있으면 자기만 홀로 있는 것이다. 방학은 아이가 가질 점들이 많이 만들어질 수 있는 시간이다. 영화 <키쿠지로의 여름>에서 엄마가 없는 세상이 버거웠던 아홉살 소년 마사오는 이웃집 아저씨와 함께 엄마를 찾아 떠나는 긴 여정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이 있는 세계를 만나고 헤어짐을 겪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엄마를 찾는 원래 목적보다 여행을 통한 만남과 이별의 순간들을 통해서 자신의 점을 만든다.

학부모나 교사 입장에서 방학은 학생들이 학기 중 일과가 무너져서, 개학 후 다시 일상으로 복귀해 수업에 집중하도록 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방학 중 안전사고나 일탈을 염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름방학에 자신만의 계획을 갖고 오롯이 집중해서 보내고 온 학생은 일상으로의 복귀도 빠르다. 몇 해 전, 한 고등학생 친구는 여름 방학 동안 친구 대여섯명이 모여 남도 반무전여행을 일주일 동안 했노라며 빛나는 얼굴을 하고 돌아왔다. 체육교사를 꿈꾸지만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다던 그 친구는 작은 성공의 경험에 자신의 도전과 인내의 증거로 여행의 경험을 얘기하는 목소리에 힘이 넘쳤다.

자신의 진로희망이나 성취동기가 확실한 중학교나 고등학교 학생은 많지 않다. 방학 동안이라도 다양한 만남을 통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는 경험을 하면서, 자신의 점을 늘리면 자신만의 사람이나 경험의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자신의 세계가 확장될 것이다. 부모님이나 아이가 함께 하나의 점을 찍는 여름이 되길 희망한다.

손민아 | 경기 전곡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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