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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SKY캐슬>이 주목한 입시 학생부종합전형이 주는 부담은 그야말로 종합적이다. 최대 4종류의 시험, 수많은 학교활동, 자소서, 면접…,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학종이 초래한 교육 윤리의 타락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다. 작은 위선에서 심각한 거짓까지…, 그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종 주창자들은 어떤 이유로 학종을 옹호하는 것일까? 가장 자주 접하는 그들의 주장 3개를 살펴보자.

첫째, 학종이 강북이나 지방의 평범한 인문계고에 유리하다는 주장. 과연 그럴까? 현존 입시 중 평범한 일반고에 유리하다고 할 만한 전형은 사실상 학생부교과전형(교과전형) 하나뿐이다. 그 정도가 다른 전형에 비해 현저히 크다. 할당제 입시를 제외한다면 이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혹자는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지균) 같은 예외적 사례를 들어 반박하고 싶을 수 있겠다. 하지만 서울대 지균은 학종으로 보기 어려운 입시다. 서울대 지균의 본질은 학종이 아닌 할당제에 있다. 그리고 지균은 학교에 할당된 두 장의 추천티켓을 대부분 내신 1·2등(또는 문과 1등, 이과 1등)이 갖는다는 점에서 교과전형 성격이 강하다. 서울대는 왜 교과전형 성격의 할당제 입시를 굳이 학종으로 분류할까? 주류 학종인 일반전형이 평범한 일반고에 현저히 불리한 입시란 사실을 물타기 하려는 속셈이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배우 김서형, 염정아가 출연한 JTBC 드라마 'SKY캐슬'의 한 장면. 화면캡쳐

그런데 평범한 일반고에 유리해야만 바람직한 입시일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상위권 대학이 그런 입시를 다소 확대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어떻게? 수능전형과 논술전형에서 내신 비중을 높이는 방법도 있지만 현재로선 교과전형의 확대가 가장 확실하다.

둘째, 학종을 확대해야 객관식 시험과 암기식 공부를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 정말 그럴까? 극복은커녕 오히려 더 크게 조장할 수도 있다. 학종의 핵심요소인 학교시험(내신)은 대부분 철저한 객관식 시험이다. 그 폐해를 줄이려 도입된 서술형 문제조차도 실제로는 객관식이나 마찬가지다. 오히려 서술형 문제가 암기식 공부를 더 심하게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교사만 탓할 일이 아니다. 현 학교내신제도의 필연적 귀결이다. 객관식 시험과 암기 위주 공부를 정말로 극복하고 싶다면 논술전형의 대폭 확대를 주장해야 마땅하다.

셋째, 수능의 문제가 심각하니까 학종이 정당하다는 주장. 즉 수능의 대항마로 학종을 내세우는 주장. 누워서 침 뱉는 격이다. 그 수능이 바로 학종의 구성요소 중 하나다. 또 그들이 말하는 수능의 문제는 대부분 학종의 문제이기도 하다. 어떻게 학생을 냉혹하게 줄 세울 수 있냐고? 어떻게 1점 차이로 당락을 결정할 수 있냐고? 문제의식엔 공감하지만 그것은 수능뿐만 아니라 학종과 그 밖의 다른 입시 모두가 하는 일이다.

그리고 수능에 아무리 문제가 많아도 학종은 수능의 장점 하나만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 우리 국민이 입시 운영의 원칙으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바로 공정성이다. 대다수 국민은 수능을 가장 공정한 입시라 생각한다. 그것은 문재인 대통령도 인정한 바 있다. “수능이 가장 공정하다는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이다.”

학종은 단점의 화려함에 비해 장점이 너무 빈약하다. 교과전형만큼 일반고에 유리하지 못하고, 논술전형만큼 객관식 시험을 극복하지 못하고, 수능전형만큼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 학종은 이도 저도 아닌 입시다.

<이기정 | 서울 미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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