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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기자 youme@kyunghyang.com


ㆍ이념·정파·지역·세대 초월해 민주주의 갈망

불통의 시대에 한국은 소통을 갈구한다. 그 간절함은 이념과 정파, 지역과 세대를 넘는다.

보수인사들 모임인 시민사회포럼(대표 박재창 숙명여대 교수)은 지난 6월 ‘격랑의 한국사회, 소통의 길은 있는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었다. 대표적 보수인사인 안병직 시대정신 이사장이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함께 발제자로 참석, 토론을 했다.

시대정신은 지난해부터 진보·보수 양 진영의 논객들을 초청, ‘선진화를 위한 좌우 공생모델’ 토론회를 연이어 개최하며 ‘대한민국 공동체’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일부 보수·진보 성향의 학자들이 지난해 가을 실험적으로 결성한 ‘소통포럼’도 지금까지 ‘한국사회 소통 왜 안되나’ ‘포털은 사회적 소통에 어떤 역할을 하나’ 등을 주제로 상호탐색 마당을 마련했다.

집권세력도 ‘소통’을 강조한다. 지난해 촛불민심을 체험한 청와대는 김철균 전 다음커뮤니케이션 부사장을 신설된 국민소통비서관에 임명했고 한나라당은 지난해 11월 국민소통위원회(위원장 정두언 의원)를 설치했다. 한나라당 국민소통위는 대표적인 인터넷 토론장인 다음 아고라에 정 위원장의 ‘우리는 왜 소통이 안되는가’ 등 소속 의원들 명의의 글을 잇달아 올려 네티즌들의 찬반 공방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4월에는 신자유주의 비판론자인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부 교수를 한나라당 강연회에 초청, “한나라당이 진짜 보수라고 한다면 사회통합에 앞장서야 한다”는 쓴소리를 듣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국민 소통·화합을 위한 사회통합위원회를 구성해 ‘소통과 화합’의 정치를 펴나가겠다고 밝혔다.

각계각층에서 쏟아지고 있는 ‘시국선언’도 화두는 소통이다. 교수들이 시작한 시국선언은 예술, 종교, 문화, 법조, 교육, 의료, 철학계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까지 공식 집계로 교수·교사·종교인 등 3만3000여명이 시국선언 대열에 합류했지만 개인과 가족, 지역, 직장, 길거리 시국선언까지 합하면 10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의 시국선언문에서도 ‘소통’은 핵심 단어이다. 경향신문이 최근까지 공식 발표된 46개 그룹의 시국선언문 전문을 분석한 결과, ‘소통’이란 단어가 50여차례나 나왔다. 시국선언문을 발표할 때마다 ‘소통’이라는 단어를 최소 한 번 이상은 쓴 셈이다.

인터넷 세상도 소통 욕구로 넘쳐나고 있다. 다음 아고라의 경우 지난 4월 ‘자유토론’ 코너의 하루 평균 게시물은 2720건에 불과했으나 6월에는 2배가 넘는 5369건을 기록했다. ‘정치토론’도 2720건에서 5369건으로 증가했다. “말하고 싶다” “내 얘기를 들어달라”는 소통욕구의 폭발을 입증하는 수치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소통은 인간의 본래적 속성이며 민주주의의 원칙이기도 하다. 이렇게 높은 소통 욕구는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이기도 하고, 그 만큼 민주주의가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며, 서로를 좀더 이해하고 싶다는 의미이자,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의 증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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