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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근형·백승찬기자 ssun@kyunghyang.com

ㆍ이명박 자기 주장만 펼치는 라디오 연설  
ㆍ노무현 폄훼·모욕 등 직설화법으로 구설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은 국민과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정책 효과를 극대화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스벨트는 ‘대공황’이라는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유효수요 창출을 뼈대로 하는 ‘뉴딜정책’을 실시하면서 수시로 국민의 동의를 구했으며 정책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대중을 설득했다. 또 공공부문 개혁이나 노사갈등 등 이해당사자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우에도 루스벨트는 국민들의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하며 소통을 강조했다.

대통령의 소통은 국가의 흥망성쇠와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는 것은 정설이다.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최진 소장은 “국민과의 쌍방향 의사소통을 소홀히 하는 대통령은 외면당할 뿐만 아니라 리더십의 부재와 국정운영의 미숙함으로 연결돼 국가 위기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등 우리나라 전·현직 대통령들 화법의 공통점은 ‘일방향 대화’라는 게 대다수 평가다. 상대방의 의견을 주의 깊게 경청하기보다는 자신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펼치면서 ‘남의 탓’만 앞세우는 책임전가 방식의 일방향 화법은 대통령이 가져서는 안 될 가장 부적절한 언어유형이라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루스벨트의 ‘노변정담’을 모델로 삼은 라디오 연설을 하고 있지만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다보니 오히려 ‘불통’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4대강 사업 등 논란이 일고 있는 주요 정책에 대해 이 대통령은 자신의 의지 및 정책의 장점만을 알리는 수단으로 라디오를 활용하고 있을 뿐, 루스벨트의 쌍방향 소통 방식에는 관심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일방적 소통’은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파동에서 촉발된 촛불정국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미국산 쇠고기가 마음에 안 들면 적게 사면 된다. 개방하면 (구매 여부는) 민간이 알아서 하는 것이다” “촛불은 누구 돈으로 샀고, 누가 주도했는지 파악해 보고하라” “그때(노무현 정부 때) 처리했으면 이런 말썽이 안 났을 것” 등의 발언은 국민들의 인식과 180도 다른 이 대통령 본인의 생각이었을 뿐이었다.

“나는 대한민국 주식회사의 CEO”라고 스스로를 지칭한 이 대통령이 기업 최고경영자 시절 자신의 지시를 무조건적으로 떠받들던 부하 직원과 우리 국민들을 동일시하고 있다는 비판은 설득력을 갖기에 충분하다. 이 대통령은 자서전 <신화는 없다>에서 “나는 나를 내리누르는 어떠한 힘 앞에서도 굴복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최진 소장은 “ ‘나만 옳다’는 불도저식 정면돌파 방식은 국가경영에서 엄청난 부작용을 불러온다”고 비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언어도 이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노 전 대통령도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본인의 생각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화법을 구사했다. “합리적 보수니, 따뜻한 보수니, 별놈의 보수를 갖다놔도 보수는 바꾸지 말자는 것”(2004년 5월) “내가 뭘 잘못했는지 꼽아보라”(2006년 8월) “자기들 나라, 자기 군대 작전통제 한 개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군대를 만들어 놓고 나 국방장관이오, 참모총장이오, 그렇게 별들 달고 거들먹거리고”(2006년 12월) 등의 식으로 상대방을 폄훼하고 모욕하는 식의 발언이 대표적인 예다. 최진 소장은 “노 전 대통령의 일방향 소통은 국정운영의 미숙함으로 치부되면서 참여정부 전체를 공격하는 최대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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