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김종목·이청솔기자

ㆍ“진보도 개방정책을 인정할 필요 있습니다” 김상조
ㆍ공병호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가 바람직하죠”


공병호 경영연구소장(이하 공병호) =
한국 사람들은 자기 주장이 강합니다. 그러다보니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데 비용히 굉장히 많이 듭니다. 이렇게 소통 부재나 갈등 해소 능력 부족의 문제들이 선진화 사회로 나가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보통 사람들의 행복지수에도 영향을 많이 줍니다.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사회 같아요. 



 공병호 소장(왼쪽)과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지난달 21일 오전 경향신문에서 대담을 갖기에 앞서 환담을 하고 있다.
| 김세구기자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이하 김상조) = 공 박사님이나 저나 대중적으로 낙인된 이미지가 있어요. 외부에서 주어진 이미지에 의해 자기검열을 한다고 할까요. 기존 이미지대로 양극단의 얘기만을 하는 소통 불능의 토론을 계속 해왔던 게 아닌가라는 느낌이 들어요. 진보든 보수든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는데, 중간 영역으로 모으기보다는 양극단만 제시하는 우리 사회의 토론 구조에 대해 책임을 좀더 느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공병호 = 외연을 확대하면 공감대를 훨씬 더 많이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필요한 것은, 대통령도 그렇지만 ‘공감능력’이에요. ‘저 양반 입장이면 이 정책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 정도의 배려가 조금 더 있으면 소통 능력을 강화할 여지가 얼마든지 있습니다.


김상조 = 소통 불능의 책임을 정치 지도자들의 책임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아요. 노무현 정부도 이명박 정부도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그것입니다. 정치구조·권력구조가 5년 단임제로 돼 있으니까, 딱 한번 주어진 기회에 원하는 바를 이루려는 조급증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도 조급한 것은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어요. 리더도 팔로도 인내심을 가지고 좀더 멀리 보면서 조급증을 누그러뜨려야 공감할 수 있을 겁니다.



공병호 = 이명박 대통령은 화려했던 날들 대부분을 ‘돌격 앞으로’로 살아 왔을 것입니다. 그때는 다 따라왔잖습니까. 그런데 이제 그런 게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된 거죠. CEO와 대통령, 수직적 리더십과 수평적 리더십은 다르니까요.


김상조 = 해방 이후 발전을 압축비약의 역사라고 하지 않습니까. 서구사회가 수백년 경험한 것을 경제적으로 보면 30년 안에 했지요. 이렇게 경제적 압축비약 성장을 하다보니 다른 사회제도의 동반 성숙을 못한 것이 개인적·사회적 차원에서 괴리가 발생한 거죠.


공병호 =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경제권력은 굉장히 힘이 세다는 겁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세상은 기업국가로 갑니다. 그러면 경제권력이 합리적인 순기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균형감각을 유지하면서 정책조율을 해나갈 필요가 있거든요. 예를 들면, 사기업의 논리는 이익이 되면 밀어붙이는 거죠. 정권교체가 되면 사기업들은 단체나 협회를 통해 바라는 바를 마음껏 개진할 수 있죠. 그러나 이익단체 주장 가운데 독소 조항이 뭔지, 장단기 파급효과가 뭔지를 변별하고 판단하는 능력은 관료와 정치인의 몫입니다. 그런데 관료, 정치인은 물론 학자도 자칫 잘못하면 재계에 포획될 가능성이 높아요.




김상조 = 공 소장님이 경제권력 과잉 우려나 기업사회, 기업국가라는 표현을 쓰시니 반가운데요.(웃음) 사회는 상호연관성을 맺으면서 돌아가는 건데, 어떤 시스템의 다른 부분과 보완성이 갖춰지지 않으면 매우 엉뚱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포이즌필이 대표적인 예인데, 미국식 포이즌필의 특징은 이사회 결의로 발동할 수 있다는 거예요. 독립적인 사외이사 중심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기존 주주나 경영진의 이익에 경도되지 않는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기관투자자들도 굉장히 적극적인 의사 표시를 해요. 미국처럼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조건이 있느냐라는 현실적 판단이 전제돼야 되는데, 미국도 도입했고 일본도 도입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도입하자고 하면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요. 진보 쪽도 마찬가진데, 비정규직이나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여러 주장들은 내용만 보면 너무나 바람직해요. 그런데 그 주장들을 다 모아놨을 때 과연 지속가능한 시스템이 될 거냐는 거죠.


공병호 = 각 단체나 개인은 자신의 이익에 충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각자 합리적인 주장을 얼마든지 내놓을 수가 있어요. 문제는 이런 것들을 사회적 문맥 속에서 정합성을 갖게 해주는 게 중요한데 이것을 정치하고 행정이 담당하고 있다고 봐야죠. 이게 잘못되면 사회적 갈등을 일으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기업인으로 입신하셨기 때문에 쉽게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말을 쓸 수 있어요. 그런데 사회는 공정성이나 통합 같은 또 다른 중요한 가치가 있잖아요. 대통령의 첫번째 구호로 나올 수 없는 거예요. 특정 입장에서는 바람직하지만 다른 구성원들은 섭섭해하거든요. 발언의 2차, 3차 파급 효과를 계산해야 합니다.


김상조 =
지금 한국사회 문제는 신자유주의의 과잉과 구자유주의의 결핍이거든요. 20 대 80의 사회라든지 또는 기업국가 같은, 시장의 절제 없는 경쟁이 강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조절하는 사회제도는 따라가지 못하는 모순이 있습니다. 구자유주의적 질서 중 가장 대표적인 게 법치주의입니다. 보수진영이 수구꼴통이라는 표현을 듣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도 법치주의를 비롯한 구자유주의적 질서를 만드는 책무를 방기하거나 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병호 =
MB정부가 등장했을 때 공권력의 정당한 행사, 법치주의의 확립, 이런 것을 몇대 과제라 해서 나왔죠. 그런데 사면권을 행사하는 걸 보고 저는 완전히 접었어요. 비자금이 축적되고 분식이 행해진 상태에서 정권이 등장하자마자 사면권을 남용하는 게 있을 수 있느냐는 거죠. 성탄절 사면도 충분히 가능했거든요. 사회적 약자에게 뭔가를 요구하려면, (권력이) 10~20배 정도의 정당성이 있을 때 공권력도 투입할 수 있고 밀어붙일 수 있는 거예요. 세상의 다수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 늘 만나서 밥먹는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훨씬 힘이 없고 보통사람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그런 행위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 말이죠. 자정능력을 회복하지 못하면 수구라는 이야기를 듣는 거죠. 굉장히 억울한 건데, 조금 더 명심해야 되지 않나 생각해요.


김상조 =
우리 사회는 내부고발자가 전달한 내용을 보는 게 아니라 그 메신저가 누구냐는 식으로 내용을 왜곡하는 일이 굉장히 많았죠. 삼성 사안이 아니라 다른 기업 사안이었으면 이렇게 판결이 났을까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게 계속 이어졌습니다. 법치는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고 엄정한 법의 집행이어야 하는데, 제일 안 됐습니다. 진보진영도 반성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봐요. 인류가 지금까지 개발해온 이해관계 조정 메커니즘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모델이 시장이라고 본다면, 시장을 좀더 합리적인 방향으로 만들어 가는 노력도 진보의 중요한 과제일 수 있습니다.


병호 = 지금 문제되는 기업형 슈퍼마켓(SSM) 같은 건 불가피하죠. 구멍가게가 패미리마트나 GS마트로 바뀌는 것과 같아요. 효율성 관점에서는 홈에버, 홈플러스, 이마트가 그냥 무제한적으로 들어와야 됩니다. 그때 정부가 조정 기능을 발휘해서 효율성 외에 단기적으로라도 보통 사람을 설득시킬 수 있는 알파, 즉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정도면 굉장히 성숙된 자본주의입니다. 내가 협회장 정도의 위치에 앉았다면 총 매점 수의 100개 정도 중 20%를 자영업계에 프랜차이즈를 주겠습니다. 배려하는 자본주의나 인간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의 문제는 비정규직 문제 등 여러 요소들과 다 연결돼 있습니다.


김상조 =
최근 대통령이 재래시장을 방문한 돌발영상을 보면서 굉장히 안타까웠어요. 가게 주인이 대형 할인점 때문에 어렵다고 하니까 대통령이 ‘정부도 고민하고 있지만 규제했을 때 업계에서 헌소를 내면 우리가 질 거다, 그래서 못한다’는 식으로 답했어요. 국정책임자가 그렇게 얘기하면, 밑에 있는 공무원들은 아무도 그 일을 안하죠.


공병호 =
쌍용자동차 문제도 좀 보죠.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진 거 아닙니까. 경영진들이 과도하게 스프츠 유틸리티(SUV) 차를 밀어붙인 면도 있고요. 생산성이 3분의 1 정도니까 구조조정을 통해서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 재건을 도모해야 될 입장이죠. 그러나 저렇게 노노 간의 계속적인 갈등을 하면 청산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아닌가요. 시장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살고 죽는 것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체제 아니에요. 나는 혈액순환처럼 유통이 원활해지면 잘산다고 보거든요. 그런데 공장을 점거하고 그냥 너트·볼트 날리고 하고 있습니다. 이번 정부는 공장 점거에 대해 대안이 나올 수 있지 않나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아요. 앞으로 3년 정도는 저렇게 (갈등하면서) 갈 것 같아요.


김상조 =
쌍용차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진행되는 국내적·국제적 자동차산업의 구조개편 차원에서 진로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파산법과 파산법원에 의해서 해결하겠다는 건데, 결국은 문을 닫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게 아닌가요. 그러니 노조는 가장 극단적인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노사정의 대화구조의 한계로부터 나오는 필연적인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공병호 =
전체적으로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인데, 윤증현 경제내각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일을 참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국정이 난마처럼 많이 꼬였지 않습니까. 대통령의 리더십의 위기입니다. 겸허하게 내부에서 원인을 찾느냐 아니면 바깥에서 찾느냐 하는 문제가 향후 3년 정권의 성패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을 해요. 언행을 좀더 신중히 하고, 향후 정국운영 방향 설정에 관한 문제를 점검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통령이 정치를 해야죠. 대통령이 지방자치단체장이 해야 할 일을 하는 거 아니잖습니까. 대통령이 바쁜데 왜 유아원에 가서 책을 읽어주느냐는 거예요. 또 정치인이라는 것은 공감·소통능력, 매력 이런 부분이 있어야 합니다. 조금 더 관대하고 포용력을 가져야죠. 버락 오바마를 보시기 바랍니다. 어제까지 피 튀기게 싸운 사람을 국무장관에 임명하잖습니까. 우리 국무위원들 한번 보세요. 잘 아는 사람, 편한 사람, 나이 비슷한 사람만 죄다 앉힌 거 아니에요. 인선을 보면 전혀 감동이 없어요.


김상조 =
대통령께서 취임하자마자 촛불집회라는 큰 위기를 당면하고 난 다음에 다시는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라는 생각을 했을지 모르겠어요. 촛불집회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마음 자세가 용산사태를 푸는 것을 막는 게 아닌가라는 느낌이 들어요. 대통령이 충분히 대중들의 마음을 위무할 수 있는데도 그런 활동을 못하게 하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공병호 =
시위집단에 법을 엄정하게 집행하겠다 하면 보수 스스로 엄정해져야 합니다. 스스로 대우받을 수 있을 정도의 좀더 신뢰받는 보수, 좀더 정직한 보수, 자정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보수가 되기 위한 노력이 있어야 될 것 같습니다. 또 외연을 확장해야 합니다. 감세논쟁은, 원칙적으로 감세가 올바르죠. 그러나 상황이 바뀌어 문제가 발생했는데 도그마로 작용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죠.


김상조 =
감세·증세 문제는 어느 쪽이 옳으냐를 합의하기 굉장히 어려운 정치적·이념적 이슈가 됐어요. 이 대통령께서 2007년도에 대선 캠페인을 하면서 감세를 내세웠고 유권자 선택을 받았지만 이후에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이 진행되면서 2007년과는 다른 상황이 왔습니다. 계속 감세를 고집하는 것은 국민을 분열시키는 길이라고 봅니다. 보수로서 감세 이슈를 포기하지 못하겠지만 정책 우선 순위를 보면 밀고갈 과제는 아닙니다.


공병호 =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국가부채도 증가하겠지만 근로빈곤층도 증가할 것입니다. 사회적 갈등도 좀더 커질 것입니다. 그때는 작전상 퇴각이 불가피하지 않을까요. 증세 논의에서 억울한 부분은 기존 비용에 대한 감축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복지비 지출을 하니 생기는 겁니다. 예를 들면 보수진영이 내놓을 카드라는 것은 기존의 간접비 성격을 좀더 다이어트하면서 세금을 약간 증액시켜 나눠주는 부분에 대해 오케이하겠다 정도의 합의는 있어야겠죠. 녹색성장이니 이런 걸 보면 참 거품이 많을 것 같아요. 4대강 운하도 건설업자들만 배불려주는 게 아닌지….


김상조 =
진보·보수의 쟁점으로 개방 이슈가 있어요. 한국만큼 개방을 통한 잠재성을 현실화한 나라가 없다고 생각해요. 1960년대 이래 한국의 경제성장은 개방을 선택한 결과라고 보기 때문에 진보진영이 어떤 의미에서는 과거의 민족경제론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개방을 반대하는 태도로는 국민 마음을 얻기가 어려울 거라고 생각해요. 개방이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중요한 전략의 하나라는 것은 진보진영도 일정 정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다만 지금 농산물이나 금융서비스쪽 개방은 제도 변화가 있거든요. 그 충격을 얼마만큼 공정·공평하게 집행할 수 있는가 하는 차원에서 보면 굉장히 위험요소가 남아있다는 거죠. 두번째는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우리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려는 파트너인 미국이나 유럽연합(EU)이 우리와의 FTA 체결에 여유를 가질 수가 없는 상황이 됐다는 거예요. 자국산업을 보호하고자 하는 정치적 압력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죠. 개방 기조에 대해 동의하지만 이렇게 성급히 추진하고 갈 일이 아니라고 봐요.


공병호 =
김 선생님 말씀하신 부분에서 저는 약간 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데요. 97년도에 금융자유화를 통해서 비용을 많이 지불했죠. 상당부분 내성이 좀 돼 있어요. 개방을 수용할 수 있는 관리능력이 있느냐라는 문제에 대해서도, 실물 외의 금융파트나 교역 모든 파트에서 개방의 순기능을 충분하게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정도의 성장 단계에 도달해 있다고 판단해요. 좀더 적극적으로 현 개방 노선을 세게 밀어붙여야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합니다.



ⓒ 경향신문 & 경향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