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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목·이호준기자




대담 평가 설문에 응한 경향신문 소통 기획위원 4명은 손호철 서강대 교수와 김호기 연세대 교수의 대담에 대해 “소통이 잘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개혁진영과 진보진영 소속 지식인 간 성찰·반성을 전제로 한 진보진영의 갈길이 모색됐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각론에서 진보주의 시각 틀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두 사람의 대담은 소통이 잘되었다고 생각된다”며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의견대립이 팽팽한 부분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문제는 두 사람은 서로 충분히 이해하고 소통하고 있지만 대담을 읽는 사람이 두 사람의 대담을 이해하기 쉽지 않은 점이 있다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모든 사안을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 등 진보주의자들의 관점, 또는 진보주의 프레임에서 설명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부사항에서의 이견을 보면 다소 완고한 사회주의와 다소 유연한 진보주의의 차이가 느껴진다”고 평했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그동안 보수와 진보는 각각 서로를 지적하며 불통의 책임을 묻는 경향이 있었다”며 “그러나 이번 대담은 진보가 진보를 바라보며 소통 부재와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 고조의 원인을 찾아보려고 했다는 점에서 신선하면서도 솔직한 자리였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줄곧 야당 신세로 머물렀던 과거 시대와는 달리 지난 10년간 집권을 했던 진보진영의 정책에 대한 평가를 통해 현 정부의 어려움과 문제점을 되돌아보려는 시각도 높이 평가할 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이런 점은 변화하는 정치 현실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진보 세력이 새로운 대안 세력으로 등장하기 위해서도 매우 필요한 점”이라며 “뼈아픈 자기 성찰의 기회를 통해 진보진영부터 스스로를 열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두 분 다 합리주의자이면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정치운동에 대한 성찰을 전제하고 논의를 진행했다”며 “실천지향적 이론가로서의 확신과, 자기 진영에 대한 냉철한 자체 반성이 결코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 좌담”이라고 평했다. 윤 교수는 “지식인이 빠지기 쉬운 자기확신의 과잉이 독선과 독단으로 흐르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입장에 대한 비판적 거리두기를 항상 실험하는 태도가 요청된다”며 “이 대담은 이에 근접한 경우였다고 생각된다”고 했다. 그는 “소통이 반드시 합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고유한 입장을 선명하게 밝히고 그것의 객관적 정당화를 위해 최대한 노력한 뒤 접점은 확대하되 이견은 존중하는 게 소통의 공식”이라며 “이 좌담은 진보진영 내부의 지형과 분화, 문제의식과 전망 등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진솔하고 계발적인 토론이었다”고 말했다.

지만 “두 분의 화두는 결국 ‘진보개혁진영’의 헤게모니 즉 그람시적인 의미로 ‘시민들의 자발적 지지와 동의에서 나오는 주도권’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로 귀결되는데, 별다른 처방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조흡 동국대 교수는 “그동안 소통 특집 대담을 통해 보여준 것은 어느 한 진영과 다른 진영 사이의 이견을 제시하고 어떻게 이 차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그러나 이런 노력에서 부족한 것이 있다면 소통의 진정한 주체가 누구인가의 문제를 뚜렷하게 제시하지 못한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대립하는 진영들의 공통분모를 도출하는 것이 최선의 소통방법이라는 전제에서 기인한 결과라고 할 수 있고, 이는 또한 소통의 진정한 주체라고 할 수 있는 일반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관한 고민이 별로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소수 엘리트의 정치철학만을 일방적으로 나열하고, 이를 반대하는 진영의 논쟁적인 또 다른 의견과 어떻게 타협할 것인지가 소통 문제의 주된 관심사였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이 대담이 돋보이는 것은 소통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노동조합, 사회적 약자, 남북관계 등과 같은 다양한 이슈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자유진영과 진보진영 사이의 소통 문제를 다루면서 이를 진영 간의 차이의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각 진영과 시민 사이의 소통적 층위에서 대안과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호기 - 민주당 비판적 지지 ‘중도 진보’성향 사회학자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취임사 준비위원회 위원을 지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지식인이다. 열린우리당, 민주당에 이르기까지 현 야권의 외곽에서 정치담론 형성의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친민주당’이라고 규정하기 어려운 비판적 지지자다. ‘중도진보’ 성향인 그의 민주당에 대한 관심은 중도 또는 보수를 오가는 민주당의 불안정한 좌표를 진보 쪽으로 옮기는 데 있다. 최근에는 ‘비(非) 신자유주의’론을 내세우고 있다.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을 지내고, 1990년대 시민사회운동 담론에 큰 영향을 끼쳤다. 좋은정책포럼 운영위원장을 맡는 등 민간싱크탱크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독일 빌레펠트대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손호철 - 71년학생운동 ‘71동지회’ 진보신당 지지 정치학자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서울대 문리대 시절 학생운동을 하다 1971년 10월 제적당한 바 있다. 많은 이들이 사회 진출과 함께 학생 시절의 진보적 관점을 포기하지만, 그는 일관된 진보주의자로서 활발하게 진보담론을 생산하고 있다. 71년 박정희 정권의 위수령으로 제적당하거나 강제징집된 ‘71 동지회’ 중 대다수가 중도·보수로 전향한 것과 대비된다. 민교협과 교수노조를 주도적으로 이끌며 정치적 실천도 병행하는 대표적 진보 지식인으로 꼽힌다. 보수진영은 물론 진보진영 내부의 문제에 대해서도 가차 없이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미국 텍사스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한국정치연구회 회장, 한국정치학회 이사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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