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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기자

ㆍ대담 어땠나

진보진영의 대표적 이론가인 손호철 서강대 교수와 김호기 연세대 교수의 대담은 “잘 아는 사이”라는 김 교수의 인사말처럼 별다른 인사도 없이 멋쩍은 미소로 시작됐다. 목소리를 높이지도, 격렬한 대척점도 없었지만, 두 사람의 ‘소통’은 내내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진행됐다. 여태껏 진행된 어느 대담보다 웃음은 적었고, 말은 풍성했다. 두 사람의 대담은 지난 14일 오후 경향신문사에서 세 시간 동안 진행됐다.

진보신당을 지지하는 정치학자와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회학자의 만남은 한국사회 두 진영 간의 좌표만큼이나 가깝고도 멀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우리 사회 소통의 중요성을 생각 못했을 텐데 대통령이 큰 기여를 했다”(손호철 교수), “이명박 정부가 의도하지 않은 선물을 준 셈”(김호기 교수) 같은 우스갯소리도 대담이 본격화되면서부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두 학자는 범진보진영 간의 소통부재나 연대의 문제, 진보진영의 분화와 위기 등을 두고 많은 부분에서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그만큼 또 자주 부딪쳤다.

김 교수가 “범진보진영의 연대를 위해서는 비(非) 신자유주의 민주최대정치연합 등이 모색돼야 한다”고 주장하자 “결국 민주당을 해체시켜야 되는 거 아니냐”며 손 교수가 틈새를 노렸다. “민주당은 말로만 연대를 주장하지 진보진영과 진지하게 소통하려는 노력이 없다”는 손 교수의 비판에는 “정통 진보세력이 현실적 조건은 고려하지 않고 너무 원칙만 강조하다보니 아쉬움이 누적돼 불신이 쌓인 것”이라는 김 교수의 반격이 이어졌다.


두 사람의 토론은 세 시간을 빠듯하게 채우고 나서도 쉬지 않고 이어졌다. 손 교수가 시계를 쳐다보면서 “이 이야기를 아직 못했는데…”라며 아쉬워하자, 김 교수는 뭐가 문제냐는 듯 챙기던 서류를 주섬주섬 다시 풀어 토론을 이어가기도 했다.

공식적인 대담이 끝난 뒤에도 두 사람은 곧장 자리를 뜨지 않고 한참 동안 이런저런 ‘세상이야기’를 하며 담소를 이어갔다.

김 교수가 “손 교수님과 학문적 성향은 비슷한데 현실적 지형은 좀…”하고 말끝을 흐리자, 손 교수는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이다 “얼른 민주당 좀 좌경화하는 노력 좀 하시라”는 뼈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안토니오 그람시와 니코스 플란차스처럼 (손 교수는) 저에게 중요한 이론적 자원이고, 제가 알고 있는 한 저도 선생님께 중요한 이론적 자원일 것”이라는 김 교수의 너스레에 손 교수는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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