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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평중 한신대 교수

<소통기획위원 평가>
ㆍ노동운동·정책문제 대립땐 특정 사실 회피·침묵
ㆍ정당노선 대변하는 정치인으로서의 한계 보여

시간이 흐르면서 경향신문 소통 특집의 성과가 가시화하고 있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도 확장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는 소통을 우리 시대의 화두로 만들고 있을 정도다. 경향신문의 기획 의도가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포착한 것이다. 일차적으로 소통은 당사자들의 합의나 동의를 반드시 의미하는 건 아니며, 어떤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되 접점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만나고 차이점에 대해서는 서로 존중하는 태도로 정의할 수 있다. 노회찬·정두언 좌담은 이런 소통의 기본정신에 비교적 충실한 토론이었다고 생각된다. 둘 다 자기 진영에서 합리적인 인물이라는 점도 좌담의 생산성을 높였다.



좌담이 순조롭게 진행된 다른 요인은 두 사람 모두 민심의 흐름을 민감하게 의식할 수밖에 없는 직업정치인이라는 데서 비롯된다. 사회 현안에 대한 정치인의 공식적 견해는 지지층의 견해를 반영하게 마련이며 두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그것도 국민여론이라는 큰 틀 안에서만 운신이 가능할 뿐이다. 이건 인기를 먹고 사는 대중정치인의 운명이다. 그 결과, 제도정치권 안에서 가장 급진적이라고 할 수 있는 진보신당의 ‘스타 정객’인 노회찬 전 의원은 진보신당의 원칙과 정강을 상당히 순화(또는 변형?)시킨 입장을 취하고 있다. 가장 보수적인 정당인 한나라당의 ‘차세대 유망주’ 정두언 의원도 한나라당 소속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들릴 수 있는 파격과 과격의 언어를 구사하기도 한다. 그 이유는 이들이 스스로의 정치적 미래를 염두에 두고 발언의 파장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이런 정치적 태도와 외교적 수사(修辭)가 산출하는 효과는 이중적이다. 한편으로 좌담이 부드럽게 진행되고 상호 접점이 확대될 수도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좌담에 임하는 논자의 지적 정직성이 훼손되는 부담이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예컨대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서 이들이 쉽게 동의할 수 있었던 것은 진정성의 표출이기도 하겠지만 평가의 정치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서일 수도 있다.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 의혹이나 임기가 보장된 공공기관장 쫓아내기 등 이명박 정부의 ‘오버’에 대해서 양자의 공감대가 쉬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차기 선거에서의 당선 여부가 정치생명을 좌우하는 직업정치인의 특성상 여론의 향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터이다. 여론이 곧 정치현실의 일부이므로 직업정치인이 그것을 중시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여론 자체가 즉자적 정당성을 갖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민심이 천심이라는 원칙은 정치의 근본이지만 때로 민심은 변덕스럽고 종잡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좌담이나 토론에서 관철되는 담론의 원칙은 다중의 위력보다 논변의 일관성과 설득력을 더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담론의 논리와 정치의 논리는 날카로운 긴장관계에 서 있는 것이다. 이것은 여론정치일 수밖에 없는 민주정치의 근원적 딜레마를 함축한다. 노회찬·정두언 좌담은 이런 딜레마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정 정당의 노선을 반영하는 정치인으로서 양자의 입장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면서 동시에 이 좌담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노동조합과 노동운동에 대한 각자의 상이한 해석이다. 노 전 의원은 노동운동이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편향을 견제함으로써 사회적 차원에서 노동의 유연화라는 망국병을 저지하고 있다며 전투적 노동운동의 정당성을 역설한다. 이에 반해 정 의원은 과격한 강성노조가 조직원의 이익에 집착한 결과 노동의 유연성이 담보되지 않아 비정규직 문제나 소득 양극화 등이 더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의 노동현실에 대해 정반대의 진단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두 사람은 양보할 의사가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나는 둘 다 일면적인 얘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강력한 노조가 진보운동의 견인차였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대기업·공기업 노조의 이익은 대다수 중소기업 노동자의 이익과 더 이상 함께 가지 않는다. 갈수록 증가하는 실직자나 구직 희망자들에게 대기업·공기업 노조는 배타적 기득권의 성채일 뿐이다. 노 전 의원은 이 부분에 대해 침묵한다.

노동 유연성의 확보가 탄력적 시장경제의 기초라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사회적 안전망이 태부족인 우리 상황에서 이런 원론은 공허하게 들린다.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경제의 원칙을 대기업과 공기업부터 잘 지키지 않는 현실에서 노동구조 왜곡의 큰 책임은 자본에 먼저 묻는 게 순리일 것이다. 정 의원은 이 문제를 회피하고 있다.

두 사람이 왜 이런 태도를 취할까. 진보신당은 대기업·공기업 노조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데 반해, 한나라당은 대기업의 이해관계를 대표하는 데서 나온다는 게 내 추측이다. 이 부분에 대해 두 사람이 좀 더 솔직한 태도를 취하면서 역지사지했더라면 더 생산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민주노동당 창당 주역 17대 총선때 국회 입성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고교 1년 때인 1973년 ‘박정희 타도’ 유인물을 제작·배포하다 이듬해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수배됐다. 대학 입학 이후에는 노동운동을 했다. 82년 고려대 졸업식에 가지 않고, 용접기술을 배웠던 서울기계공고 부설 직업학교 졸업식에 간 일화도 있다. 서울·부천·인천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다 87년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을 창립, 2년 뒤 구속됐다.

민주화 이후에는 진보정당 건설에 매진했다. 97년 국민승리21 기획위원장을 지냈고 민주노동당 창당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17대 총선 때 국회에 입성, 권영길·심상정 의원과 함께 ‘진보정치 3인방’으로 불렸다. 2007 대선 이후 민노당 내 자주파의 친북 및 패권 문제를 지적하며 탈당, 진보신당을 창당했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
행정고시로 공직 입문 서울 정무부시장 지내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했다. 정무장관실, 국무총리실 등을 거쳤다. 17대 총선에서 탄핵 바람을 뚫고 2000여표 차로 당선됐다.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정무부시장을 지냈고, 17대 대선 때 전략기획 총괄팀장을 맡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지난해 ‘권력 사유화 발언’ 등으로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 갈등했다. 올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정국 때도 지도부 완전 퇴진 등 강경 쇄신을 주문하며 청와대와 대립했다.

‘끼 있는’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당구장을 운영한 부모 덕에, 초등학교 5학년 때 당구실력이 200점이었다. 공직에 있을 때 KBS 드라마 배우공모에 응시한 적도 있다. 음반을 3장 냈고, 트로트 음반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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