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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목·홍진수기자 jomo@kyunghyang.com

ㆍ하승창 “자의적 법해석 등 권력 운영방식이 문제죠”
ㆍ홍진표 “원칙적 법집행을 민주주의 후퇴로 보면 안돼”


홍진표 ‘시대정신’ 이사 = 요즘 이명박 정부가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고 하는데, 민주주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할 때가 있어요. 제도로서의 민주주의 핵심은 국민에 의해 정권을 견제하는 장치이고, 곧 직선제로 대표되는 1987년 개헌입니다. 자의적으로 임기를 연장할 수 없고, 5년 하면 내려와야 하는 거죠. 제도 변화 없이 어떻게 민주주의가 후퇴할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두번째, 미네르바 사건을 민주주의 후퇴의 증거로 많이 거론하는데, 검찰의 과잉수사일 수는 있지만, 이를 가지고 정권 전체의 행위로 규정하려는 시도는 지나친 비약입니다. 쉽게 말해서 대통령이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닙니다. 또한 검찰의 기소에 대해 재판부가 무죄라는 결론을 내려 삼권분립에 따른 견제가 작동했고, 이를 사회적으로 존중하잖아요.

하승창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 권력을 구성하는 방식과 절차에 관한 민주주의 제도는 후퇴하지 않았죠. 권력 운영 방식이 문제입니다. 시민들은 이전보다 민주주의가 제한받고 있다고 느낍니다. 미네르바 구속은 기본적으로 말하는 자유에 관한 겁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조갑제씨가 정부 전복 같은 더 심한 말을 해도 구속되지 않았어요. 불법적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기 때문이죠. 권력의 기본권에 대한 태도 문제, 검·경의 자의적이고 편의적인 법해석을 보며 이전과 다르다는 걸 느끼죠.


        홍진표 ‘시대정신’ 이사(왼쪽)와 하승창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이 지난달 20일 오전 경향신문사 자료실에서
        실험소통 대담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정근기자


홍진표 = 미네르바 구속은 개별적 사건일 뿐입니다. 전체적으로 점검하지 않고 후퇴라고 보편화하는 걸 지적하는 겁니다. 검찰권 남용이라지만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민주주의 후퇴는 후퇴라고 할 만한 현상이 지속적으로 반복되어야 하는데, 근거가 취약해요. 독특한 감각이고, 정서가 아닐까요. 예컨대 최루탄이 등장하면 민주주의 후퇴라고 얘기할 것 같아요. 그러나 최루탄하고 민주주의 후퇴하고 연결시킬 수 있을지는 상황을 봐야 합니다. 아주 심각한 폭력 시위가 있으면 동원될 수도 있는 거니까요. 또 과연 말을 못하게 하나요. 압박감을 느낀다는데 진짜 그런 것이 있습니까. 이해할 수 없어요. 실제로 아주 심각한 허위를 얘기하지 않는 이상 그런 것을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있습니까.

하승창 = 미디어법이나 인터넷 실명제, 구글의 사례가 있죠. 익명성은 표현의 자유 확대와 관계 있죠.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일반 시민들을 수사한 것은 과도하지 않나요. 일반 시민을 상대로 과거 군사정권 때와 같이 민주주의를 제한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습니까.

홍진표 = 촛불집회도 집시법 등 근거가 있는 법률에 따라 처리한 겁니다. 현재 위헌신청이 돼 있지만 야간집회 금지 같은 건 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현존하니까 유효한 것 아닙니까. 현행법에 따른 공권력이나 법 집행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죠.

하승창 = 법 집행이 상식적이고 통상적인 범위를 넘어서니까 과도하다는 거죠.

홍진표 = 미국산 쇠고기 문제 제기는 정당하고 공적인 행동이기 때문에 실정법보다 우위에 있고 제약을 덜 받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 탄압이나 압박이라고 말씀하시는데요. 사법부에서 정상참작을 할 때, 집회에 나온 목적 같은 건 고려할 수 있지만 공권력의 법 집행은 원칙적으로 할 수밖에 없죠.

하승창 = 야간집회 금지 같은 경우 현재 법이 사회적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제약이 되고 있으니까 사법부가 위헌신청을 한 거 아닙니까. 법원이 법 운영 방식의 절차를 문제 삼아 기각하는 이유를 잘 봐야죠.

홍진표 =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에서 판단합니다. 최종적 판단은 사법부의 몫입니다. 그러나 검·경이 정치적인 이유냐 위헌신청이 된 걸 고려하면서 법 집행을 한다면 사회의 안정성이나 예측 가능성이 훼손되죠.

하승창 = 문제 제기를 위해 스스로 법을 위반해서 잡혀가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 법을 위반하고 처벌을 받는 것으로 헌법적 틀내에서 살아가는 거잖아요. 기계적으로 접근해선 안되죠. 다음 주제인 뉴라이트로 넘어가죠. 뉴라이트라 불리는 그룹도 여러 가지라 통칭해서 말하기 힘든 구석도 있습니다만, 좀 걱정스러운 것은 진보진영을 배제, 척결 대상으로 보는 극단적인 태도입니다. 노무현 정부 때 진보진영에서 조갑제씨 발언을 척결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죠. 지금은 전혀 달라요. 제가 최근에 청와대 관계자 한 분을 만났더니 ‘이명박 정부를 타도하려는 거냐’고 하더군요. 한쪽 흐름만 가지고 전체를 봐요. 심지어 어느 분은 경실련도 좌파라고 하더군요. 경실련 출신 인사들이 현 정부에 얼마나 많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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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창 "보수·진보 낡은 구도 못넘으면시민단체 권위 인정 못받아">

홍진표 = 척결론의 반대에 대해선 저도 공감합니다. 서로 극단의 흐름으로 전체를 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요. 진보나 보수가 단일한 조직에 의해서 중앙집권적으로 운영되는 것도 아닙니다. 서로 소통이 없기 때문에 언론에 나오는 극단적인 흐름, 선정적인 몇 마디로 판단하는 거죠. 배제하거나 척결하는 태도는 찬성할 수 없죠. 경쟁해야죠. 자기 뜻을 펼치고,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으면 되는 거죠. 다만 진보나 보수의 극단적인 부분은 그리 크지 않다고 봐요. 쟁점이 생기면 극단론이 전면에 등장하니 그렇게 보이는 것이죠.

하승창 = 소수라 하더라도 압도당하니까요. 과거 경실련은 진보와 보수 인사들이 함께 했던 경험도 있잖아요. 배제·척결로 공동체가 유지되지는 못합니다. 다름을 전제로 해서 공동체를 운영해야 합니다.

홍진표 =
‘시대정신’도 소통과 국민통합을 모토로 내걸었는데요. 이념과 성향을 떠나서 한국의 헌법체계를 존중하는 전제하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봐요. 존중하지 않으면 곤란하죠.

하승창 = 헌법이 20~30년 전에 비해 민주적 질서나 기본권을 얼마나 반영하느냐도 사회적 논의를 해야죠.

홍진표 = 구체적인 조문을 절대시하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민주주의체제, 시장경제체제의 대목을 이야기하는 거죠. 종북·친북 문제를 이야기해 볼까요. 종북세력의 문제는 의회민주주의 질서 안에서 자기 뜻을 펴려는 게 아니라 혁명주의를 견지하는 것입니다. 두번째로는 북한 김정일 체제를 추종하는 세력의 독립성에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북에서 하라는 대로 움직이고 생각하면 어떻게 대화를 할 수 있느냐는 거죠. 진보 쪽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유일한 세력입니다.

하승창 = 예전 노동운동할 때 북한 노동당 노선 이야기를 들으면 이해하기 힘들긴 했어요. 분단체제 아래서 하나의 정치적, 운동적 흐름으로도 있을 수 있다고 보는데, 동의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근거 없이 다 그럴 것이라고 추론하는 건 매카시즘입니다. 고백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만드는 분위기는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죠. 뉴라이트와 정치 문제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정치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기존 (이전 정권의) 시민운동에서는 그 세력, 단체가 정치적 지지를 표명한 적은 없죠. 개인적으로 진출한 것일 뿐이고요. 예전 뉴라이트 진영에서 노무현 정부에 참여한 인사 통계를 내고 비난했던 사람들이 현정부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뉴라이트에서 이들을 비판하지 않으면 편의적 잣대인 거죠. 정치적 중립이 무엇인지 재검토가 필요하고요. 시민단체 외피를 쓰고 사실상의 정당활동을 해선 안된다고 봅니다. 뉴라이트 전국연합인가가 비슷한 모습을 보였잖아요.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솔직하게 드러내야 합니다.



홍진표 = 실제 정치운동인데 시민단체의 형식을 빌리는 게 가장 문제죠. 진보 시민운동이면,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 100% 다 잘못됐다고 항상 느끼지는 않겠죠. 마찬가지로 우파, 보수 시민단체라고 해서 과거 노무현 정권의 정책이 100% 다 맘에 안들 수는 없죠. 그때 그때 잘한다, 못한다는 태도를 표명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됩니다. 기존 여야구도에 포섭돼 있다는 느낌이 들고, 실제 그런 행동들도 하는 것 같아요.

하승창 = (진보 시민운동은) 사실 그렇지는 않아요. 노무현 정부 때 참여연대나 경실련 같은 단체들이 대부분의 정책에 반대했죠. 개인적인 정치 진출이나 김대중·노무현 정부 정책 중에 시민단체 주장이 수렴된 것이 있어서 정치적 흐름이 같다고 느끼시는 거 같습니다.

홍진표 = 많은 정책에서 부딪힌 건 압니다. 한통속이란 뜻에서 얘기한 건 아니고요. 뉴라이트 용어 문제도 짚어보죠. 더 이상 단일한 가치를 공유하는 집단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기는 어렵게 된 거 같아요. 그러나 여전히 뉴라이트라고 씁니다.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이 8·15 논평에서, ‘현정권과 뉴라이트의 유착’ 같은 표현을 쓴 논평을 냈는데, 공상 수준의 접근입니다. 뉴라이트가 마치 상당한 지분을 갖고, 이념적으로 이니셔티브를 갖고 과거 부시 정권의 네오콘처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근거 없는 이야기입니다. 참여연대 사람들이 노무현 정권에 많이 진출했지만, 참여연대의 조직적인 참여는 아니잖아요. 마찬가지로 명단이 모아질 수 있지만, 정권 장악 같은 건 아닙니다.


<홍진표 "시민단체 형식 빌린 정당운동기존 여야구도에 포섭된 느낌">

하승창 = 그런 논평이 나온 것은 구별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보수쪽 인사들이 나라 걱정 하는 걸 많이 들었습니다. 가치지향은 다르지만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같이 느끼는 거죠. 합리적인 보수인사들이 좀 드러나야 하고, 보수진영 안에서도 구분되면 좋겠어요. 촛불집회가 던진 메시지 중 하나가 시민들이 기존 정당이나 시민단체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이명박 대통령 공격만 있는 건 아닙니다. 뉴라이트에 ‘뉴’자가 붙었다고 하지만 이미 낡은 구도로 보고 있어요. 보수든 진보든 낡은 구도를 넘어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야죠. 최근 이명박 정부가 중도, 실용을 표방하는데 변화가 있다고 보나요.

홍진표 = 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실용은 원래 표방했고, 중도가 워낙 모호한 말입니다. 탈이념이나 좌우 양 극단은 좀 곤란하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항상 중간세력은 존재하는데, 지역적으로는 충청권, 정치적으로는 무당파 유권자 층을 더 확보하겠다는 취지 같기도 합니다.

하승창 = 정책 능력 문제, 즉 사회적 조건에 맞게 집행하거나 구성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4대강 같은 경우에는 가치에서도 부딪치고, 한나라당 안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정책 집행 절차도 무시되고 있습니다. 중도실용 입장하고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홍진표 = 노무현 정권도 이라크 파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의료 민영화를 추진했습니다. 정권을 잡으면 현실적인 정책을 펼 수밖에 없습니다. 진보 측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신자유주의 정권이라고 비판했는데, 이명박 정권에 대해서 접근할 때는 과거와 완전히 단절된 상황에서 평가하려는 게 있습니다. 보수 쪽에서 보면 이명박 정권이 공기업 민영화 등 자유주의 정책을 철저하게 해주길 바랐는데, 포퓰리즘 쪽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어요.

하승창 = 남북관계는 6·15나 10·4 선언에 대한 존중에서 출발해야 하는데, 이번 8·15에도 그 얘기는 안 했죠. 북이라고 왜 풀겠다는 생각이 없겠어요.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불러들이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면담도 그런 차원이고요. 6·15나 10·4 선언은 정부가 맺은 건데, 어떻게 존중하느냐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갈 수도 있죠.

홍진표 = 남북관계는 일방주의가 안되죠. 현 정권이 이렇게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닙니다. 현 정권이 능동적으로 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진행되어 온 것 같아요. 남북관계 악화는 북한이 혼자서 핵개발하면서 간 탓이 큽니다. 핵개발 얘기가 나오면 이명박 정권이 처음부터 포용정책으로 갔으면 핵실험까지는 안 갔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버락 오바마 정권이 특별히 건드린 것도 없는데 북한이 혼자서 치고 나갔어요. 그런 걸 인정해야죠. 자꾸 책임을 이명박 정부에 전가해선 안되죠.

하승창 = 북한이 핵개발을 잘하고 있다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북한정권을 상대로 남한에서 싸우는 것은 아니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요구와 견제를 하는 거죠.


홍진표 = 마지막으로 진보에 대한 바람을 말할게요. 총론에서 벗어나 각론과 정책논의를 하면 좋겠어요. 총론으로 얘기하면 소통이 안 돼요. 예를 들면 무상의료를 해야 한다고만 하면 더 이상 할 얘기가 없을 거 같아요. 현재 작동되는 의료보험 체계가 어떤지,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좀 땅으로 내려와 논의하면 좋겠어요. 정책적 수준에서 논의하면 진보·보수 상관없이 현실 문제를 얘기할 수밖에 없어요. 또 결국 수치 문제로 가고요. 감세 문제는 몇 퍼센트 올리거나 내리거나 숫자로 논의할 수밖에 없고, 서로 방향은 다르더라도 적당한 선에서 타협할 수 있죠.

하승창 = 서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구체적 정책, 의제로 가는 게 맞다고 봐요. 시민운동은 그런 강점이 있는 곳이었는데, 노무현·이명박 정부로 이어지면서 이념구도가 압도하는 면이 있고요. 또 시민운동 스스로 돌아보면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자신의 정책이 일정 반영되면서 취약해진 측면도 있어요. 우리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창의적 의제, 정책을 더 풍성히 만들어내지 못했죠. 성찰해야죠. 정책을 놓고 보면, 아까 기본적인 태도를 두고 다투었잖아요. 촛불이나 법 집행 같은 구체적 사안을 얘기할 때 더 치열할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치열하게 논의를 전개해 폭을 좁혀 가면, 사회적 갈등은 줄일 수 있다고 봅니다. 서로 이야기 못할 상대로 낙인찍으면 불가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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