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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목·홍진수기자 jomo@kyunghyang.com

ㆍ대담 어땠나

하승창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과 홍진표 ‘시대정신’ 이사의 실험소통 대담은 지난달 20일 경향신문 인터뷰실에서 1시간30분가량 진행됐다. 두 사람 모두 1980년대 운동권 출신. 노동운동을 하다 시민운동으로 전환한 하 위원장과 통일운동을 하다 북한민주화운동으로 전향한 홍 이사 간 대담은 예전 각자가 몸담았던 PD(민중민주)와 NL(민족해방) 노선 못지않은 간극을 드러내며 대립각을 세웠다.


지난해 촛불집회로 말문을 연 두 사람은 정권 교체 이후 제기된 민주주의 후퇴 문제를 두고 오랜 시간 격론을 벌였다. 홍 이사는 ‘시대정신’에서 출간한 <광우병 촛불시위 추적보고서-거짓과 광기의 100일>을 거론하며 촛불집회는 허위에 기초해 벌어진 일이라고 공격했다. 하 위원장은 정부의 예방의 원칙과 민주주의 소통 문제를 거론하며 반박했다. 한 주제에 대해 한 대담자의 말이 끝나면 이어받아 견해를 밝혔던 여느 대담과 달리 대담 중간 단답형의 치고받기식 질문·반론이 잦았다.

홍 이사가 촛불집회 참가자 구속 등 법 집행 문제를 두고 “공권력의 엄격하고 원칙적인 법집행은 일종의 사회적 합의에 바탕한 것이고, 이게 바로 상식”이라고 하자, 하 위원장은 “그렇게 말씀하시니 좀 답답하다”고 반박했다. “사람과 사회를 보는 태도에 다른 지점이 있는 거 같아요”(하승창) “그 대목에 합의 안되면 도대체 이 사회가 운영될 수 있을지…”(홍진표)라며 끝내 평행선을 달렸다.


불통하던 두 사람은 보수단체와 뉴라이트 문제에 들어가서야 최소한의 합의 지점을 만들었다. 하 위원장이 “(보수쪽에서) 진보진영을 싸잡아 척결·배제 대상으로 본다”고 하자, 홍 이사는 “그 진단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홍 이사 같은 분은 저 같은 사람을 척결의 대상으로는 생각하지 않을 것 아니냐”(하승창), “그럴 의사도 능력도 없습니다”(홍진표)라는 말을 주고받을 때는 처음으로 웃음꽃이 피기도 했다.

두 사람은 종북 문제에 대해서도 “시민 대다수는 그런 논리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홍 이사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추종 세력이 조직적으로 움직인다”고 말하자, 하 위원장은 “근거없이 추론하는 것은 매카시즘일 뿐”이라며 “폭력적으로 공동체를 파괴하려 하면 현재 형법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며 간접적으로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했다.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분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홍진표 ‘시대정신’ 이사
진보적 통일운동서 전향뉴라이트 진영 활동가로

홍진표 ‘시대정신’ 이사는 민족해방(NL) 계열 운동권 출신이다. 1983년 학내 시위로 강제징집됐다. 북한의 대남 방송 ‘구국의 소리 방송’을 청취·배포하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1년간 복역했다. 서울대 총학생회 사무국장을 시작으로 전민련 조국통일위원회 부장, 범민련 간사, 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 조직국장을 지내며 진보적 통일운동에 매진했다.

96년 ‘말’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붕괴 가능성과 남한의 흡수통일 가능성을 거론하며 전향했다. 통일운동에서 북한민주화운동으로 전환했다. 98년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창립에 참여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책실장, 자유주의연대 집행위원장 등을 맡으며 뉴라이트 운동 진영의 대표적 소장 활동가로 이름을 알렸다.




하승창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경실련서 사회개혁운동‘밑빠진 독상’ 제정하기도

 
하승창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1980년 연세대에서 학생운동을 하다 82년 구속되어 실형을 살았다. 출소 후 인천·부천 등지에서 노동인노련, 삼민동맹 등에서 노동운동을 이어갔다. 90년 삼민동맹 사건으로 다시 구속됐다.

92년 경실련 정책실 간사로 시민운동에 발을 들여놓았다. 경실련 조직국장, 정책실장으로 일하며 사회개혁운동을 했다. 경실련 내분 사태가 벌어지자 사직한 뒤 2000년 함께하는시민행동 창립에 참여했다. 사무처장으로 있으면서 예산감시운동, 기업감시운동, 정보인권운동을 했다. 예산 낭비 사업을 고발하는 의미로 ‘밑빠진 독상’을 제정한 것으로 유명하다. 전문 분야에 집중하는 시민운동을 통해 차세대 시민운동가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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