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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전통적 제조부문 기술개발 소홀…자회사 키우다 ‘금융불똥’에 몰락
김재중기자
현대 금융자본주의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전통적인 제조업체가 금융업에 진출, 금융부문을 확대시켜 나가는 현상이다.
제조업의 금융화를 대표하는 사례는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GE)이다. 미국의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이 자신이 발명한 백열등을 비롯한 각종 전기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만든 에디슨제너럴일렉트릭과 다른 두 전기회사가 1892년 통합해 설립됐다. 그렇다면 현재의 GE도 여전히 제조업체일까. GE그룹이 올리고 있는 수익으로 보자면 반드시 그렇지 않다. GE의 금융부문인 ‘GE캐피털’은 금융위기 이전 GE그룹 전체 이윤의 40%를 차지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업체였던 GE의 금융화를 진두지휘한 인물은 81년부터 20년간 GE의 회장으로 재직했던 잭 웰치다. 웰치 전 회장은 ‘주주가 최고’란 구호를 앞세워 ‘주주 자본주의’를 이끌었던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회장에 임명되기에 앞서 77년 소비자 섹터 총괄책임자가 되면서 금융업도 함께 맡았는데 이때 금융의 잠재력에 눈을 떴다고 한다. 그는 2000년대 초 국내에 번역된 자서전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존의 사업들과 비교할 때 금융사업은 상대적으로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분야 같았다. 연구·개발(R&D)을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할 필요도, 공장을 짓거나 매일 같이 금속 따위를 제련할 필요도 없었다 … 금융사업은 자본을 가지고 돈을 버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잭 웰치 끝없는 도전과 용기> 중에서)
하지만 GE그룹의 덩치를 키워주던 GE캐피털은 금융위기가 발발하자 그룹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GE는 2008년 3·4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금융서비스 부분의 수익이 38%나 줄어들어 감소폭을 키운 것으로 분석됐다.
GE와 더불어 미국인들에게 ‘국민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자동차 회사 GM 역시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미국 재무부는 최근 GM이 49%의 지분을 갖고 있는 금융 자회사 GMAC에 6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금융위기 이전까지 GM에 22억달러의 수익을 가져다 주던 효자기업 GMAC가 금융위기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GM의 숨통까지 옥죄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김병권 연구센터장은 “GM은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 부문의 기술개발을 등한시하고 GMAC를 포함한 금융자회사를 키우는 데 열중하다 금융 쪽에서 부실이 발생했다”면서 “제조업은 경쟁력을 잃고 금융은 손실이 막대해서 부도 직전까지 온 경우”라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들의 금융업 진출도 이미 상당부분 진행됐다. 대기업들은 은행을 제외한 금융업 전반에 걸쳐 자회사들을 보유하고 있다. 대기업들의 금융업 진출은 사업다각화와 용이한 자금조달, 자사 제품 구매자에 대한 할부금융 제공 등 다양한 목적이 깔려 있다.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고 이명박 정부가 계승하고 있는 금융허브 전략도 이러한 분위기 조성에 한몫했다.
특히 2009년 2월 시행예정인 자본시장통합법이 증권사에 지급결제 기능을 허용하는 등 증권사의 활동범위를 넓혀주면서, 대기업의 증권업 진출 또는 증권 자회사 몸집불리기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현대자동차그룹의 신흥증권 인수, 두산그룹의 BNG증권중개 인수 등이 연이어 이뤄졌다.
그러나 기업의 과도한 금융화는 본업인 제조업 홀대로 이어져 경쟁력의 기반을 잠식할 것이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는 지난해 8월 금융감독원 초청 강연에서 “금융업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체는 주로 제조업체가 고객이다. 강한 제조업 없이는 강한 금융도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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