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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폐기’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지난 12월14일 경북 울진에서 신한울 1호기 준공식이 열렸다. 한국 토종 원전이라는 신한울 1호기에 친원전 진영에서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즈음 떠오르는 몇 가지 질문을 던지면서 나름 가지고 있는 답을 적어본다. 

첫째, 탄소중립을 위해 원전 확대가 필요한가? 원전이 탄소 배출이 상당히 적은 발전원인 것은 분명하지만 결국은 비용과 시간의 문제다. 원전은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가능에너지에 비해 더 이상 저렴하지 않을뿐더러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신한울 1호기는 착공부터 가동까지 12년이 걸렸고 앞으로 원전이 더 지어진다면 역시 10년 이상 걸릴 것이다. 그러나 기후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 티핑포인트를 막을 수 있는 ‘탄소예산’은 채 10년 분량도 남지 않았다고 본다. 그리고 원전이 탄소중립에 그렇게 중요하다면 윤석열 정부는 왜 겨우 신한울 3·4호기만 추가하려고 할까? 원전 산업계의 관심은 탄소 감축이 아니라 안정적인 먹거리일 뿐이다. 

둘째, 전력수급 안정에 얼마나 기여할까? 신한울 1호기 덕분에 동계 전력예비율이 1.6%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총전력설비를 늘려 블랙아웃에 대비한다는 패러다임 자체가 낡은 것이다. 경직성 발전원이 1.4GW(기가와트) 추가되기 때문에 1년 중 360일 정도는 낭비될 전기가 그만큼 많아지는 것이다. 전력예비율이 염려된다면 당장 수GW를 확보할 수 있는 수요관리 기법들을 동원하면 된다. 소박하지만 아주 효과적인 방법은 기업과 시민들에게 내일은 난방 온도를 조금만 낮추자고 요청하는 것이고, 유럽의 많은 나라가 그렇게 하고 있다. 

셋째, 원전 생태계 복원과 해외 수출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기실 ‘원전 생태계’라는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원전 산업의 기술인력과 일감을 지칭하는 것이지만, 더 넓은 에너지 경제 생태계 그리고 절대적인 지구 행성의 한계에서 독립된 원전 생태계는 존재할 수 없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가 원전 해외 수출의 방편을 노형, 기술, 유지관리 수출 등으로 다변화한 것도 앞으로는 아랍에미리트연합 원전 같은 대규모 수주가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원전 산업계가 앞으로도 원전만으로 먹고살겠다는 생각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넷째, 역시나 핵폐기물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유럽연합 택소노미도 사용후핵연료 해결 방안 마련을 조건으로 원전을 포함시킨 것이다. 한국의 사용후핵연료 처분은 10여년째 제자리걸음이고, 지금은 부지 내 중간저장이라는 미봉책으로 논란을 더하고 있을 따름이다. 게다가 원전은 한번이라도 핵반응을 일으키면 그 자체가 언젠가 처분해야 할 폐기물이다. 준공한 신한울 1호기와 건설 중인 신한울 2호기와 신고리 5·6호기 그리고 신한울 3·4호기까지 더해진다면 폐로해야 할 대상은 32기로 늘어난다. 

에너지 정책은 기회비용과 책임을 수반한다. 앞으로 그리 머지않은 시점에 극심해진 기후위기 속에서 미래 세대는 더 쓸 일도 없는 핵발전소 폐쇄와 폐기물 처분의 비용을 감당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미래 세대에게 이중으로 크게 미안한 일이다.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연재 | 녹색세상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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