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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진수기자 soo43@kyunghyang.com 

 지난 6월7일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등 걸프지역 산유국 4개국은 ‘걸프통화협정’에 서명했다. 유럽연합(EU)의 유로화 같은 역내 ‘단일통화’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다. 서명한 4개국은 모두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들이다. 나머지 회원국인 아랍에미리트연합과 오만이 통화협정 참여를 일단 유보했지만 걸프회의는 지난해 이미 공동시장을 출범시킨 상태다. 걸프회의는 이르면 2010년에 단일통화를 만들어 유통시킨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지난해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각 지역의 경제블록들은 무역대금 결제시 달러화 대신 자국 통화를 사용하거나 새로운 통화를 만드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신용이 떨어진 달러화를 사용할 때 따라오는 ‘불안정성’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미에서 지역연합을 주도하고 있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무역대금 중 일부를 자국 통화로 결제하고 있다. 파라과이와 우루과이도 내년 말부터 자국 통화를 무역결제에 사용키로 했다. 칠레와 콜롬비아는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홍콩은 지난 7월부터 위안화로 무역결제를 하고 있다. 달러화나 유로화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위안화는 조금씩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도 지난 7월6일 르완다와 부룬디가 동아프리카공동체(EAC) 관세동맹에 가입하면서 역내 단일통화 추진을 시작했다.


지역 경제블록들은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세계 금융위기를 교훈삼아 역내 단일통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 의존하고 있는 현 경제체제에서는 서구의 경제위기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다자간 무역협상이 큰 진전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변 국가들과의 교역에 더 큰 무게를 두겠다는 의미도 있다.


1999년 출범한 EU의 유로화가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것도 나머지 경제블록 참가국들에 희망을 주고 있다. 유럽은 ‘공동시장’과 ‘경제통화동맹’을 거쳐 ‘완전 경제통합’으로 가고 있다. 2007년 12월 서명된 ‘리스본 조약’이 최종 비준되면 초국가적 정치공동체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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