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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찰이 압수수색한 권모 LG전자 부장의 PC에서 나온 LG전자 내부문건엔 이 기업이 협력사 ‘미래지원’의 강모 대표를 괴롭힌 정황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LG전자의 목표가 ‘강씨 구속 수사’라거나, 그에게 혐의를 씌우는 과정에서 강씨의 친척을 매수하고 경찰에 수사를 청탁한 정황까지 나온다.

이 문건은 지금도 서울 여의도 LG전자 본사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건 내용대로 당시 미래지원 등에서 일하던 일부 직원들은 2009년 강씨가 1억4000만원대의 회사 돈을 횡령했다며 경찰에 고발했다.

검경은 이 ‘공작’의 실무 책임자로 권 부장을 지목했다. 권 부장이 미래지원과 또 다른 회사와의 거래내역(횡령 근거자료)을 강씨 고발 그룹에 제공한 점이 밝혀졌다. 물론 이 내역은 강씨 횡령과 무관한 것이었고, 심지어 금액 등이 3차례나 바뀌어 경찰에 제출됐다. 또 권 부장이 2억5000만원에 달하는 돈을 고발자 측의 개인 계좌로 지급한 사실도 확인됐다. 권 부장의 상관인 이모 그룹장의 캐비닛에선 내부 기안문서 다발이 나왔다.

LG전자 협력사 대표 청부고발 의혹 수사 일지_경향DB

강씨 고발 그룹 중 핵심인 김모씨는 양심선언도 했다. “LG전자에서 2억5000만원을 받고 강씨 죽이기 차원에서 사주 고발전을 펼쳤다”는 것이다. 경찰 수사기록을 보면 권 부장을 포함해 가담자 5명은 강씨의 횡령이 사실이 아닌 걸 알면서도 무고했다는 점을 시인했다.

경찰은 지난해 LG 직원을 포함한 관련자들을 무고와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며 검찰에 넘겼다.

검찰 내부 보고서도 ‘기소’로 결론냈다. 지난 2월 법원은 권 부장의 배임 혐의 유죄 판결문에서 “권 부장이 협력업체 죽이기에 가담한 정황도 엿보여 죄질이 좋지 않다”고 언급했다.

검찰도 최근까지 강씨에게 “곧 LG전자 임직원을 기소한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그러나 3일 창원지검 마산지청은 이 부분을 돌연 무혐의 처분했다. “강씨의 거래내역에 의혹을 제기할 만한 부분이 있고, 권 부장이 고발 그룹 측에 제공한 내역에 신빙성이 있는 등 무고 혐의를 적용하기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이러니 검찰의 기소권 독점 문제가 도마에 오르는 것이다.


홍재원 | 사회부 jwh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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