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정부가 제시한 국민연금 개편 방안을 놓고 여러 가지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명확한 사실은 현 시점에서 그리고 앞으로도 일반 시민의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제도로 국민연금을 대체할 만한 것을 찾아내는 것이 무척 어렵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에 대한 다양한 논쟁이 벌어지는 이유는 그만큼 국민연금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국민 모두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이에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국민연금을 만들어 가기 위한 5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국민연금의 국가 지급 보장 명문화이다. 기본적으로 국민연금은 기금이 소진되는 방식으로 설계된 것으로, 초창기에 쌓여 있던 기금이 줄어들고 매년 걷는..
문재인 대통령이 연금개혁안의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연금 논의가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보건복지부가 보고한 방안에서 “보험료 인상 부분이 제일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란다. 당황스럽다. 국민연금법에 따른 재정계산은 소득대체율 40%를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이 대체율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보험료율 인상이 요청되고, 대체율을 상향하겠다는 대통령의 공약까지 감안하면 더더욱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한데 이를 되돌려 보내다니. 대통령의 눈높이에 맞는 연금 개혁은 무엇일까? 대통령의 반려 소식을 듣는 순간 2015년 연금 논의가 떠올랐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인상하는 원칙에 합의했다. 대체율 인상이 내키지 ..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유리.” 최근 국민연금공단이 시민 홍보자료에 담은 문구이다. 사회복지학계에서 국민연금을 소득재분배 제도라고 평가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정말 그럴까? 본격적인 연금개혁 논의를 앞두고 꼭 점검해야 할 주제이다. 우선, 연금공단의 이야기는 맞다. 보통 국민연금은 소득대체율이 40%라고 소개되지만, 이는 평균소득자 기준이고 계층별로는 누진적이다. 40년을 가입하면 하한소득자(월 30만원)는 자신의 소득 대비 100%를, 상한소득자(월 468만원)는 30%를 받는다. 국민연금의 독특한 급여산식 덕택이다. 국민연금액은 자신의 소득에 연동된 비례급여가 절반,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에 연동된 균등급여가 절반으로 구성된다. 대부분 선진국에선 대체율이 소득에 완전 비례해 계층별로 동일하지만, 우리..
연금개혁에 두 시각이 존재한다. 진보와 보수, 공보험과 사보험 쪽 이야기가 아니다. 친복지 진영에서 상충하는 두 시각이다. 노무현 정부 연금개혁에서 시작된 둘의 차이는 깊어져왔고,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발표한 복수의 개편안 역시 두 시각을 반영한다. 한쪽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5%로 올리자고 주장한다.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이 모인 공적연금강화행동과 여기와 교류하는 사회복지학자들이 핵심 주체이다. 우리 사회 친복지세력의 전통적 시각으로 볼 수 있다. 다른 쪽은 현행 40%를 유지하자고 말한다. 연금재정의 지속 가능성이나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을 주목하는 전문가들이 주로 내놓는 비판적 시각이다. 사실 대체율 5%가 연금액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다. 노후보장, 노후빈곤을 가르는 선도 아니다. 그럼에도 연금..
말레이시아 슈퍼리그. 말레이시아 프로축구리그의 이름입니다. 2017년 통계를 보면 총관중이 87만2108명이었습니다. 경기당 평균 6607명이 관람한 셈이죠. 2014년부터 우승을 휩쓸어온 조호르 다룰 탁짐(JDT)의 수치를 보면 작년 총관중이 18만7557명으로 경기당 1만7051명의 관중을 불러모았습니다. 비슷한 팀이 한국에도 있습니다. FC서울로 총관중 수 31만61명, 경기당 평균 1만6319명이었죠. 흥행이 비슷하다 싶지만 속사정은 너무 다릅니다. 서울 인구는 990만명, 수도권까지 합치면 2500만명입니다. JDT의 근거지 조호르바루 인구는 160만명, 조호르주는 300만명 정도입니다. 광역인구를 비교해 보면 서울이 8배 큰 셈이죠. 한국과 말레이시아 축구 열기가 비슷하다면 서울 평균 관중 수..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와 제도발전위원회가 제4차 국민연금 장기재정 추계결과와 제도개선안을 발표했다. 국민연금 제도가 변화 없이 현행대로 유지될 경우 2042년에 적자로 돌아서고, 저출산·고령화의 여파로 적립기금이 당초 예상됐던 2060년보다 3년 빠른 2057년에 소진되는 것으로 추계됐다. 연금고갈을 막기 위해 내놓은 개편안은 두 가지로, 첫번째는 2028년까지 40%로 낮아질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올해부터 45%로 고정시키고, 현재 9%인 보험료율을 내년부터 11%로 올리는 방안이다. 두번째 방안은 보험료율을 2029년까지 13.5%까지 올리고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를 2043년까지 67세로 높이는 게 골자다. 어느 쪽도 가입자들의 부담이 커진다. 세대 간 이해도 엇갈린다. 국민연금은 1988년 ..
건강검진을 받은 후 ‘아무 이상 없습니다’라는 말처럼 반가울 때가 없다. 올해가 국민연금 재정상태를 건강검진하는 해이다. 결과는 ‘이상 없습니다’가 아닌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네 차례의 건강검진이 있었는데 진보정부이건 보수정부이건 결론은 항상 똑같았다. 기금이 고갈되니 보험료 더 내고 연금 덜 받는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품위 있는 노후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연금을 보장하겠다는 말은 나온 적이 없다. 사정이 이러니 각자 알아서 노후를 준비할 테니 정부는 손 떼라는 국민연금 폐지론까지 나온다. ‘기금고갈’이라는 한 단어가 국민들의 뇌리에 너무 깊이 박혀 있다. 정부가 뭘 잘못해서 기금이 고갈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국민연금은 처음부터 기금고갈을 전제로 설계되었다. 시기는 조정할 수 있지만..
며칠 전 국민연금 가입내역 안내서를 받았다. 향후 받게 될 ‘예상연금월액’은 현재가치 기준 71만4000원이었다. “작년보다 좀 올랐네!” 우리 부부는 마주 보고 씁쓸히 웃었다. 친절하게도, 안내서에는 노후에 필요한 적정생활비가 나와 있다. 본인 기준 월 145만원, 부부 기준 월 237만원이다. 당장 내년도 최저임금을 적용해보아도 시간당 7530원, 월 157만3770원이니, 우리집 예상연금월액은 이리 보나 저리 보나 어림없는 숫자인가 보다. 지켜야 할 전제와 조건도 있다. 현재 내고 있는 수준의 보험료를 만 60세까지 중단 없이 납부해야 하며 지급은 만 64세부터 받을 수 있다. 만약 공단에서 만들어준 시나리오대로 살아간다고 가정하면, 은퇴 후 벌이도 없고 연금도 없는 3년간을 어떻게든 버텨내야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