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필자는 두 개의 원칙, 즉 게임전략과 협상 네트워크에 입각해서 지난 몇 달간의 진전을 지켜봐왔다. 주어진 입장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어내려는 전략을 게임전략, 주어진 입지 자체를 바꾸려는 전략을 네트워크전략이라고 한다. 먼저 게임전략을 보자. 트럼프는 게임이론의 교과서와 같이 행동해왔고, 따라서 대단히 예측 가능한 사람이다. 물론 그는 스스로 했던 말을 아무렇지 않게 뒤집어왔다는 점에서 예측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건 그가 한 말의 ‘내용’에 집중했을 때의 이야기이고, 그가 왜 말을 뒤집는지 ‘의사결정의 원칙’에 집중해보면 그는 매우 예측 가능하다. 그는 이미 20년 전에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금 구사하고 있는 대북 전략을 설명한 바 있다. 첫..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평양으로 돌아간 김여정 당 제1부부장 등 고위급대표단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이 14일 조간신문에 일제히 실렸다. 사진에서 김여정은 두 손으로 김 위원장의 팔짱을 끼고, 김 위원장은 김영남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의 손을 팔목째 껴안듯 잡고 있다. 김 위원장의 표정도 온화하다. 김 위원장이 어디 나들이라도 갔다온 삼촌과 여동생을 만나는 듯한 분위기다. 이복형을 암살하고, 고모부를 처형한 잔혹한 지도자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김 위원장의 ‘친근한 이미지’ 연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현지 지도에서 남녀 주민·군인들과 스스럼없이 팔짱을 끼는가 하면 핵개발 과학자를 등에 업어주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무표정한 얼굴에 여군과 팔짱을 끼고 사진 찍는 게 고작이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공식 초청하면서 남북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2000년, 2007년에 이어 3차 남북정상회담에 거는 기대는 크다. 전쟁위기설까지 나돌았던 한 달 전 분위기를 생각하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긴장 해소의 모멘텀이 된 것은 크게 반길 일이다. 이제 정부는 올림픽을 계기로 맞은 해빙의 기회를 잘 살려나갈 무거운 책임을 안게 됐다. 북핵 해법의 운전대를 잡은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여건을 하나하나 만들어 나가야 한다. 특히 북·미대화로 가는 길에 놓인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산적한 난제들을 풀어나가려면 남남갈등부터 해소하는 게 급선무다. 우리가 한목소리로 힘을 실어도 될동말동하다. 보수야당과 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평창 동계올림픽 고위급대표단으로 남한에 파견한다고 북한이 7일 밝혔다. 국가체육지도위원장인 최휘 당 부위원장과 남북 고위급회담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도 대표단에 포함됐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북한 최고권력 가문인 ‘백두혈통’이자 김정은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방남기간 동안 김 위원장의 대리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폐회식 때 황병서·최룡해·김양건 등 ‘실세 3인방’의 방남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치적 무게가 실려 있다. 김 제1부부장의 남한 방문을 환영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김 제1부부장을 파견한 것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의사를 밝히고,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평창 동계올림픽이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라면서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으며 이를 위해 북남(남북) 당국이 시급히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는 민족적 대사들을 성대히 치르고 민족의 존엄과 기상을 내외에 떨치기 위해서라도 동결상태에 있는 북남관계를 개선하여 뜻깊은 올해를 민족사의 특기할 사변적인 해로 빛내어야 한다”며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남북 간 군사적 긴장상태의 완화를 위해 남북이 노력해야 한다며 지난해 7월 남측이 제안한 군사당국 간 회담에 응할 가능성도 비쳤다. 각계각층 단체들과 개별적 ..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안보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4일 국회 본회의가 열렸지만 자유한국당은 불참했다. 국회는 북한 핵실험을 규탄하고 강력하고 실효적 제재 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대북결의안을 채택했지만 결과적으로 제1야당이 빠진 ‘반쪽 결의’가 됐다. 그 시간에 한국당은 MBC 김장겸 사장 체포영장에 반발해 국회 로텐더홀에서 “문재인 정권은 공영방송 장악음모를 중단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한국당은 “안보 문제만은 초당적으로 임한다”면서 이날 열린 국방위·정보위 등 안보 관련 상임위에 참여하긴 했다. 하지만 다른 의원들은 국회를 뛰쳐나와 고용노동부와 대검을 항의 방문하는 것으로 하루를 보냈다. 말이 앞뒤가 맞지 않다. 지금 우리는 북핵이 턱밑까지 다다른 최악의 안보위기에 처해 있다. ..
얼마 전 개봉되었던 영화 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북부 덩케르크 해변에 갇혀 있던 19만8000명의 영국군과 14만명에 이르는 프랑스, 벨기에군을 영국의 군관민이 합동으로 구출해내는 기적 같은 사건을 다루고 있다. 비록 전쟁의 서막에서 치욕적인 패배를 당했으나 철수 작전에 성공함으로써 영국은 결국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총력전(total war)의 시대, 전쟁이 벌어지면 온 국토와 전 국민이 전쟁의 참화로 고통받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력을 하나로 단합시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앞장서서 국민과 함께해야 한다. 전쟁 기간 중 조지 6세가 머물던 버킹엄궁은 7차례나 폭격당했지만, 국왕은 런던을 떠나지 않았다. 영국 정부는 궁이 폭격당하는 장면과 국왕의 건재함을 홍보영상으로..
분단 이후 한반도가 지니는 지정학적 의미는 강대국들 간 이른바 ‘그레이트 게임’(great game)에서 특정 국가에 의한 한반도의 독점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과 북으로 분단된 한반도를 두고 미국과 중국이 펼치는 힘겨루기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와 강제적인 기술이전 요구 등 부당한 무역관행을 조사토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사실상 무역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중국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중국 상무부는 15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다자간 무역 규칙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을 제소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자 극우 성향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나서서 “중국과의 경제 전쟁은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