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의 없는 대통령의 행보만으로도 ‘세상이 달라졌다’며 반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을 견디고 대통령까지 탄핵시킨 시민들이다. 대통령의 일상에도 이리 들뜨는 마음의 뿌리에는 ‘다른’ 대한민국을 향한 열망이 담겨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이 대담해야 하는 이유이다. 쉬운 일은 아니다. 저출산, 고령화, 동반성장, 일자리, 교육 등 모두 고난도 숙제들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출산장려책이 시행되었는데도 출산율이 오르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아동수당을 도입하고, 신혼부부에 주거를 지원하면 출산율이 의미 있게 오를까? ‘88만원 세대’ 단어가 뜬 게 2007년 대선 때이다. 10년 동안 여러 청년정책이 도입되었는데도 여전히 막막하다. 절박한 심정에 청년수당이라도 붙잡아보지만 이것으로 상황이 풀릴 수 있는 걸..
북한의 미사일 도발의 파장이 거세다. 갓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 주는 타격이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은 북한 문제에 대해 제재와 대화의 병행 노력을 공언해왔지만 북한은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탄도미사일로 도발했다. 대화의지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문 대통령의 대북 문제 정책적 공간과 운신의 폭이 상당히 좁아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미국 본토를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수준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미국 본토와 태평양 작전지대가 타격권에 들어왔다”고 공언했다. 이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순 없지만 이대로 간다면 조만간 현실이 될 수 있다. 북핵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게 되면 이는 한반도를 둘러싼 전략적 지형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대책이 필요하다. 북핵..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엿새째인 15일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의 일시적 가동 중단 및 폐쇄를 내용으로 하는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했다. 30년이 넘은 노후 발전소 8곳은 내달 한 달 동안 일시적으로 가동이 중단되고, 내년부터는 3~6월 4개월 동안 정례적으로 같은 조치가 시행된다. 노후 발전소 10곳은 임기 내 모두 폐쇄된다. 또 대통령이 미세먼지를 챙기는 미세먼지 대책기구가 설치된다. 새 정부가 출범 초기에 국민적 관심사인 미세먼지 문제를 주요 국가 의제로 설정하고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보여준 것은 시기적절하면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전체 미세먼지가 1~2%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절감 효과가 크지 않고 대선 공약의 재탕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실천 가능한 대책..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지난 25일 열린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동성애에 반대하느냐”는 질문에 “반대한다”며 “합법화를 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토론 말미에 문 후보는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된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인권변호사 출신이라는 점이 무색할 정도로 성소수자 문제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동성애는 찬반 사안이 아니다. 이성애를 놓고 찬반을 따질 수 없는 것과 같다. 인권 선진국가라면 문 후보의 동성애 반대 발언은 혐오 표현으로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만에 하나라도 문 후보가 사회의 다수인 이성애자의 표를 얻기 위해 성소수자를 폄훼했다면 민주주의 사회의 지도자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문 후보가 동성애와 동성혼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대구에서 유세를 시작했다. 그의 첫 유세 장소는 2·28민주운동 기념탑 광장이다. 특별한 메시지가 있는 것 같다. 2·28민주운동은 1960년 2월28일 이승만 독재정권에 대한 최초의 저항운동이었으며 4월혁명의 ‘출발’이었다. 이승만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은 대구의 2·28에서 시작하여 마산의 3·15를 거쳐 서울의 4·19에서 절정을 이루었던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출발이 대구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환기하면서 대구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촛불민심의 대변자로서 이번 대통령 선거에 임하는 자신의 마음가짐을 보이려 하는 것 같다. 이런 문재인 후보의 노력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대구는 민주화 이후 한번도 민주당을 밀어주었던 적이 없기 때..
문재인·안철수 전 대표가 각각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나도 참여해서 한 표를 던졌다. 두 사람 외에는 사실상 유력 후보가 없다 하니 어쨌든 정권교체가 확실하고, 그러면 이제 ‘촛불혁명’의 2단계란 것도 달성되는 건가? 그런데 뭔가 매우 찜찜하고 부족하다. 굉장히 익숙한, 김 빠진 국산맥주를 종이컵에 부어 들이켜는 듯한, 외려 더 목마르고 답답해진 이 느낌은 도대체 뭘까? 호사가 ‘아재’들이나 종편은, 매일매일 몇 자 구도, 여론조사 산수놀이에 열을 올리고, 별 논쟁거리도 안될 논쟁을 만들어내는데 왜 이런가? ‘아름다운 경선’이었다 자찬들도 하는데, 나 자신 지난달 자동응답(ARS) 전화투표 참가 신청할 때와 마음가짐이 달라져버렸다. 이른바 ‘어대문’ 상황이라 그런가? 그렇진 않다.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됐다. 민주당은 어제 서울 고척스카이돔 구장에서 마지막으로 수도권·강원·제주 지역 순회경선을 치른 결과, 누적 투표율 57%를 기록하며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을 압도적인 표차로 제친 문 후보를 대통령 후보로 선출했다. 오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선출되면 원내 5개 정당 대선후보들이 모두 정해지면서 19대 대선 본선이 시작된다. 두 번째 대선 도전에 나선 문 후보는 어제 대세론을 확인하면서 대선 경쟁의 선두에 섰지만 그와 민주당에 주어진 과제는 무겁다. 우선 문 후보에게는 대선 본선을 정책 중심의 레이스가 되도록 이끌어야 할 책무가 있다. 촉박한 대선 일정으로 정책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서 그랬겠지만, 후보들이 국정운영의 방향을 놓고 제대로 ..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와 정운찬 전 국무총리,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이 29일 전격 회동했다. 정 전 총리는 “우리나라가 이래 갖곤 안되겠다, 좀 더 잘 만들기 위해선 정치구도, 지형이 어떻게 됐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화합과 통합으로 가야 한다. 통합·공동·화합정부를 하는 것에 대해 얘기해 봤다”고도 했다. 김 전 대표는 대권 도전 결심을 굳히고 다음주 대선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총리도 출마 선언 이후 독자 대선 행보를 하고 있다. 홍 전 회장은 이번 대선에서 ‘킹 메이커’ 역할을 할 것이란 얘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회동에서 세 사람은 나라 걱정을 했다고 한다. 결국 보수·중도 대연합의 필요성을 공유했을 것으로 사람들은 보고 있다. 이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