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문재인은 노무현 대통령의 ‘실패’를 가장 가까이서 줄곧 지켜본 사람이다. 분명히 그 경험은 그가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데 큰 자산이 될 것이다. 그 자신도 그 실패의 경험을 교훈으로 의식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실패’의 자산목록에 노동은 없는 것일까? 그는 과연 노무현 정부의 노동에 대한 실패에 어떤 입장일까?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은 모든 것이 드러나지 않았지만 매우 중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첫 업무지시가 비정규직 관련이었고, 비정규직 비율(곧 정규직 전환 비율로 해석될)을 적은 전광판을 집무실에 설치하기도 했다. 그리고 공공부문 중심으로 일자리를 수십만개 만들기 위해 무려 10조원 규모의 추경예산을 편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근데 여기에 노동은 없다. 연일 일자리와 비정규직 문제가 언..
최근 종영된 모 방송사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를 맡았던 가수이자 프로듀서 박진영씨의 마지막 멘트가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었다. 박씨에 따르면 오디션 프로그램 최종 우승자 중에서 한국의 중·고등학교 교육을 제대로 이수한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고 한다. 대부분 외국에서 공부했거나 홈스쿨링을 한 사람들이 우승했다고 한다. 그리고 박씨는 새로운 대통령에게 제대로 된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을 부탁한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말에 공감했다. 옛말에 ‘변방에서 장수 난다’라는 말이 있다. 주류사회는 장수를 키우기 위해 늘 노력하지만 실제로 주류문화에서 자란 사람들은 이미 주류문화의 한계에 갇혀 있기에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나갈 능력을 가질 수 없다는 뜻이다. 대선 기간에 많은 대통령 후보들이 ..
참 하기 싫은 수사였구나. 지난달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기소하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할 때 든 생각이다. 전직 대통령까지 구속된 역사적 수사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순간이라고 하기엔 너무 조촐했다. 달랑 9장짜리 보도자료에 특별수사본부 공보 책임자인 서울중앙지검 1차장의 비공개 브리핑이 전부였다. 지난해 11월 최순실씨 등을 기소할 때 이영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직접 발표하는 모습을 생중계까지 했던 것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검찰로서는 내키지 않았을 것이다. 입맛에 맞는 수사를 골라 의도대로 끌고 가며 나라를 들었다 놓았다 한 과거와 너무 다르다. 국정농단에 분노한 국민들의 거센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수사가 시작됐고, 그 수사의 최종 목표가 자..
“한 잔 더 하시죠.” 방금 한 잔 했는데 또 재촉이다. 그는 이미 혀가 약간 꼬부라져 있었다. “이런 때 아니면 언제 마셔요, 술 마시는 기분 나지 않아요?” 요즘 뉴스를 보는 일이 즐겁다는 사람들이 많다. 정치가 흥을 돋운다고 한다. 뉴스에는 대통령이 참모들과 함께 식사하고 산책하면서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초등학생이 사인 받을 종이를 찾느라 가방을 뒤적이는 동안 키를 낮춰 기다려주는 대통령도, 5·18 때 아버지를 잃은 시민을 안고 위로해주는 대통령도 볼 수 있다. 이런 일에도 시민들은 감동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말했듯이 “뭔가 특별한 일을 해서가” 아니다. 세월호·광주의 가슴에 생채기를 남기고도 무표정한 지도자, 비정규직을 숫자로는 이해해도 결코 그들의 아픔을 공감하지 못하는 로봇 같은 지도자..
법정에 선 박근혜와 봉하로 간 문재인. 같은 날 다른 두 장소에 선 전·현직 대통령의 모습을 보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돋았다. 박근혜가 탄핵되면서 세월호가 올라왔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8주기 추도식 날 박근혜의 첫 공판이 열렸다. 사필귀정이다. 연일 고공 행진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 때문에 U-20 대회의 축구 경기장이 썰렁하다고 한다. 적폐청산과 개혁 드라이브가 “슛! 골인”의 쾌감보다 더 짜릿한 까닭일 게다. 그럼에도 연일 매스컴에는 각계각층이 주문하는 개혁과제가 줄을 잇는다. 그 대열에 빠질 수 없는 주제가 인권정책의 과제다. 다른 건 몰라도 문재인 후보의 인권정책 공약은 별 생각나는 게 없다. 공약집에서 애써 찾아보니 문 대통령의 인권정책 공약은 10여개가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도·감청 남..
노무현 전 대통령이 떠난 지 만 8년이다. 9년 만의 정권교체로 3기 민주정부가 출범한 올해는 어느 때보다 그 의미가 남다르다. 추도식이 열린 23일 김해 봉하마을에는 역대 최다 인파가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노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우리가 함께 아파했던 노무현의 죽음은 수많은 깨어있는 시민들로 되살아났다. 그리고 끝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었다”고 했다. 모두 공감할 만한 얘기다. 노 전 대통령은 생전에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고 했다. 지난겨울 1700만 시민은 정의와 민주주의가 우선하는 새 시대를 열기 위해 촛불을 들었고, 기어이 불의의 시대를 종료했다. ‘노무현정신’은 소통과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4대강 보 상시 개방, 물 관리 환경부로 일원화, 4대강 사업 정책결정 및 집행과정에 대한 정책감사 착수 등을 지시했다. 청와대는 정책감사에서 명백한 불법행위나 비리가 나타날 경우 상응하는 후속처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지시는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 이전에 많은 시민의 바람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만시지탄이라 할 만하다. 4대강 보 상시 개방은 시의적절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대선후보들이 공약했고 녹조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는 여름철을 앞둔 요즘 필요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22조원이 투입된 4대강 사업이 수질 악화와 생태계 파괴 논란을 일으킨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녹조라떼’라는 오명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 개방은 수질..
이제 ‘촛불혁명’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나는 촛불혁명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당연한 진리를 국민들이 국민 대표들 앞에 당당히 확인시켜준 역사적 사건이라 믿는다. 임기가 남은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대선을 통해 새 대통령을 뽑았다고 이러한 촛불혁명이 완성된 것은 아니다. 촛불현장의 뜨거웠던 열기와 참여자들의 적극적인 모습을 떠올려볼 때,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헌법 제1조의 정신이 국민 모두의 머리와 가슴에서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그날까지 촛불혁명은 계속될 것이라 확신한다. 지난 19일에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개 정당 원내대표들이 만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한 대선 공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