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후보 간 경쟁이 정책 대결이 아니라 말꼬리 잡기와 흠집 내기로 흐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표창장’ 논란이 대표적이다. 문 후보가 토론회에서 특전사 복무 시절 사진을 보여주며 “전두환 여단장으로부터 표창받기도 했다”고 소개하자 민주당 안팎의 대선후보들이 융단폭격하듯 비판을 쏟아냈다. 비판의 여지가 없지는 않지만 그렇게까지 크게 문제 삼을 일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또 자유한국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조사 끝에 별문제가 없다고 발표한 문 후보 아들의 대기업 입사에 대해 연일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정책 토론은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 경제와 민생, 외교안보, 노동 등 해결이 시급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후보 간 치열한 토론을 통해 공약을 검증해야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계로 분류되는 양향자 최고위원은 엊그제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 전문 시위꾼처럼 귀족노조들이 자리를 차지하는 방식으로 한다”고 말했다. 전윤철 공동선대위원장은 “제조업은 한계에 직면했고 악성노조까지 감안하면 민간기업에서 일자리를 창출할 여력이 적다”고 말했다. ‘전문 시위꾼’ ‘귀족노조’ ‘악성노조’ 등의 발언은 노조를 혐오 집단으로 낙인찍는다는 면에서 종북몰이와 다를 바 없다. 앞서 안보 자문역으로 영입한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은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군인들은 아무 죄가 없다”고 했다. 발언이 문제가 되자 당사자들이 사과하거나 캠프를 떠났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유력 대권주자 주변의 발언이 이렇게..
대선 일정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유력 후보들이 공약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그제 정책 대담집에서 현행 21개월인 군 복무기간을 1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 때 18개월까지 단축하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면서 단계적으로 1년까지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한발 더 나아가 10개월로의 단축을 주장했다. 앞서 모병제 전환을 거론한 바른정당 소속 남경필 경기지사는 최저임금의 15% 수준인 사병 임금을 50%까지 올리는 방안을 추가로 제시했다. 그는 사교육 폐지도 공약했다. 같은 당 유승민 의원은 ‘육아휴직 3년법’을 대표 공약으로 제시했다. 조만간 현실화할 인구절벽과 그에 따른 현역병 자원 감소를 고려하면 현행 군 복무제도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
군중은 동일한 물리적 공간에 모인 다수의 사람들을 의미한다. 사회학자들은 군중의 유형을 다양하게 구분한다. 쇼윈도 앞에 모여든 ‘우연적 군중’과 스포츠 경기관람을 위해 모인 ‘관습적 군중’으로 나누거나, 강렬한 일체감으로 군무에 빠져드는 ‘춤추는 군중’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군중행동 가운데 언제나 주목되는 것은 집단저항이나 시위에 참여하는 ‘능동적 군중’이다. 능동적 시위군중은 자칫 충동적으로 변해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서구의 대규모 시위는 약탈과 방화가 없는 경우가 드물다. 시위군중의 폭력성은 자극에 대한 순간적 반응의 효과이기 쉽다. 생각할 틈도 없이 나타나는 ‘순환적 반응’인 셈이다. 반면에 사람들의 일상적 상호작용은 순환적이 아니라 상대의 말과 몸짓을 알아듣고 ..
최근 정의당 대표선거 후보로 나선 조성주 후보의 출마선언문이 SNS를 통해 화제가 됐다. 2세대 진보정치를 주창한 그의 선언문은 진보진영뿐 아니라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 입장에서도 새길 부분이 많아 보인다. 조성주는 양당 정치 구도의 ‘한국 민주주의가 외면한 이들’을 대변하겠다고 선언한다. 쌀과 김치가 있으면 부탁한다는 쪽지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젊은 작가, 수십 번의 취업실패에 절망하며 고시원에서 눈을 감아야 했던 청년이 그들이다. 현실이 암담한 젊은이는 이제 소수가 아니다. 청년 10명 중 1명은 백수이고, 대졸자 10명 중 4명은 비정규직으로 첫 직장을 구하고, 그 비정규직의 월급은 정규직의 절반 수준이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에 이어 인간관계, 내집마련, 꿈과 희망까지 포기한..
새정치민주연합 이 4·29 재·보선에서 완패한 뒤 문재인 당대표 사퇴론이 당 일부에서 고개를 든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사퇴론의 옳고 그름을 떠나 사퇴론 자체는 책임정치라는 차원에서 정상적인 정치과정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내 다수 의견은 사퇴가 아니었다. 대안부재 때문이기도 했고, 그에게 기회를 더 줘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래서 문 대표가 패배를 어떻게 수습할지 주목하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난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공갈친다”면서 동료 최고위원을 막말로 공격하고, 느닷없이 노래를 부르는 등 제1야당 지도부라고 믿기 어려운 행태가 속출했다. 패배한 당의 지도부가 신뢰와 권위까지 스스로 내팽개친 것이다. 정당에 선거 패배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다. 패배의 원인을 찾아내..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는 3가지 선택을 해야 한다. 먼저, 통합이냐 혁신이냐 하는 것이다. 짧게 반추하더라도 새정치연합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통합노선으로 치렀으나 패배했다. 그럼에도 계속 통합노선을 견지할 것인지, 아니면 혁신노선으로 터닝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다른 하나는 정당모델이냐 운동모델이냐 하는 것이다. 당명은 바뀌었지만 새정치연합은 2002년 국민경선부터 정당보다는 운동모델을 지향해왔다. 지구당을 없앴고, 당원보다는 시민의 참여를 더 강조했다. 지역대결 구도와 그로 인한 핵심 지지층의 구조적 열세 탓에 소수파로선 불가피한 선택이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운동노선 때문에 정당의 풀뿌리 조직이 약화된 건 사실이다. 지금 새정치연합은 어정쩡한 스탠스다. 둘 중에 어느 모델로 갈지 결정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 여부를 여론조사로 결정하자는 자신의 부적절한 제안을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문 대표는 제안 이튿날인 지난 14일 “국민에게 물어보고 국민 뜻에 따르자는 여론조사 제의에 대해 알레르기적 반응을 보이는 것은 국민의 지지에 자신이 없다는 것”이라며 새누리당을 비판했다. 여론조사로 인준 여부를 정하자는 제안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대여 전략으로 부적절하거나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그건 특정 정당의 유불리를 넘어서는 문제로 정치의 역할을 포기하는 반정치적, 비민주적 발상을 담고 있기 때문에 잘못인 것이다. 현대 민주주의는 대의제다. 시민들이 직접 법을 만들고 국정을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시민을 대표하는 정당이 경쟁을 통해 국회와 국가를 책임지도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