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2년이 흘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여전히 박근혜 정부가 씌운 법외노조의 굴레를 벗지 못하고 있다. 수십명의 해직 교사들은 아직도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정부가 집권하면 우선적으로 (법외노조를) 철회하겠다”(2017년 2월)는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약속은 간데없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전교조는 박근혜 정부 때와 똑같은 ‘법외’ 처지다.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 국민의나라위원회와 민주연구원이 공동으로 작성한 국정운영 보고서(2017년 5월17일)에는 임기 초반 즉시 시행 가능한 ‘10대 촛불 개혁 과제’가 제시됐다. 대통령의 결단이나 행정부의 처분만으로 시행할 수 있는 개혁과 적폐청산의 목록이다.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자 인정, 교원노조 재합법화 선언, 세월호 선체 조사위..
-2018년 8월 1일자 지면기사- 북에서 남으로 넘어오는 것을 ‘귀순’이라고 부른다. 적이 마음을 바꿔 순종한다는 뜻이다. 의문이 생긴다. 그럼 북한 주민 2500만 모두가 적이란 말인가. 북이 남에서 북으로 넘어가는 것을 ‘의거’로 치켜세우는 것도 온당치 않다. 안중근 의사가 지하에서 혀를 찰 일이다. 국경을 넘는 행위는 망명이란 단어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그럼에도 과도하게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다보니 이런 모순이 발생한다. 얼마 전 남으로 왔다가 북으로 돌아간 북 출신 여성이 있었다. 남북 양쪽에 묻고 싶다. 그는 귀순자인가, 의거자인가. 누구든 국경을 넘는 것은 일생을 건 모험일 수밖에 없다. 자유의사여야 귀순과 의거가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남북의 치열한 체제 경쟁 속에서 이런 원칙..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지난해 4·13 총선에서 보수단체를 동원하려 한 사실이 드러났다. 청와대는 이런 정황이 담긴 옛 정무수석실 문건을 발견해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이 취재한 바로는 문건 작성 시점이 지난해 1월이고,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보수단체들이 힘을 모아 정부 지원 세력 역할을 충실히 하도록 독려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자유총연맹,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등 보수단체 이름이 문건에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박근혜 정권이 보수단체를 이용해 여론몰이에 나선 정황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국민의 대표를 뽑는 국회의원 선거까지 공작을 꾸몄다고 생각하니 모골이 송연해진다. 만약 박근혜 정권이 탄핵되지 않고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면 같은 일이 반복됐을 것이다. 청와대는 옛 정책조정수석 산하..
작년 12월23일자 경향신문 ‘시대의 창’ 지면을 통해 나는 ‘19대 대선이 18대 대선과 다른 이유’라는 칼럼을 게재한 바 있다. 핵심은 촛불정국을 겪으면서 각 정당 지지층이 모두 대거 이탈해 부동층이 전체 유권자의 절반을 넘게 되었으며, 이번 대선은 누가 그들을 설득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 대선과는 달리 진영대결이 아니라 국민통합이 화두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오늘은 조금 다른 맥락에서 그 이야기를 이어가보려 한다. 흔히 ‘이명박근혜’라고들 말하지만, 박근혜 정부 4년은 이명박 정부 5년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주변의 지식인과 정책전문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심각한 종말론적 위기감을 토로했다. 정권의 단물을 나눠 먹고 있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이념도 세대도 상관없는 위기감이었다. 이명..
한국이 국제사회의 동네북이고, 한국외교가 사면초가 상태라는 말은 더 이상 언론의 과장이 아니라 정확한 현실 저격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래 늘 내치에는 문제가 있어도 외교만은 잘한다는 식으로 평가되어왔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물론 그런 평가는 순방외교의 겉치레에 의한 가짜 이미지였다. 보수정부 9년 동안 철저한 외교무능으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외교 입지는 계속 좁아졌다. 부시 행정부의 애완견이라고 불릴 정도로 절대 친미를 고집하고,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가 악화되고, 일본과는 단절했으며, 진보정부 10년간의 남북관계 성과를 폐기함으로써 동북아에서 주도권은커녕 소외돼 버렸다. 이명박 정부의 친미대북강경책에 대한 비판과 함께 변화를 약속하며 집권했던 박근혜 정부는 시간이 갈수록 복잡한 동북아 국..
최근 많은 국민이 검찰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숨죽여 바라보고 있다. 오늘은 또 어떤 혐의가 나오고 어떤 비리가 더해질 것인지 검찰의 수사 하나하나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지금까지 검찰이 밝혀낸 것만 해도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일당의 범죄 혐의는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검찰 수사와 별개로 우리는 최근 드러나고 있는 사건들의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무엇 때문에 이러한 국정농단과 엄청난 비리가 일어났는지 근본 원인을 짚어봐야 하는 것이다. 민정수석은 청와대에서 민정, 공직기강, 법무, 민원을 담당하는 직책이다. 민정수석은 국가 인사에 관여하고 감시하며 사정기관들의 정보를 취합하기도 한다. 현재 확인된 여러 비리들은 민정수석이 제대로 된 역할을 했었다면 일어날 수 없었던 일들이지만..
박근혜 정부의 미스터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의미가 통하지 않는 발언들도 그렇지만, 앞뒤 맥락이 맞지 않는 수많은 정책들이 과연 누구에 의해 어떤 이유에서 나온 것인지, 심각한 물음표가 국민들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는 그 대표 사례 중 하나다. 첫째, 취임 초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유달리 강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취임 직후부터 한·일 과거청산에 관해 강한 발언들을 쏟아낸 박 대통령은, 2013년 10월29일에는 “문제가 하나도 해결 안된 상태에서, 일본이 거기에 대해 하나도 변경할 생각이 없는 상황에서 그 정상회담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정상회담 개최와 연계시켰다. 여성 대통령으로서 특별한 문제의식을 가졌기 때문일까? 설사 ..
국가가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국가의 행위가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을 전제로 한다. 중·고등학교 사회 시간에 배웠던 사회계약설의 개념이다. 사회계약설은 계몽사상의 핵심 논리로 근대 민주주의 사회를 형성하는 기반이 됐다. 구태여 사회계약설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적어도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줄 것이라고 믿어왔다. 그러나 우리는 역사에서 그런 믿음을 저버리는 국가의 행위가 있었음을 잘 알고 있다.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기는커녕, ‘국가’의 이름을 내세운 정치권력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탄압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 나치 독일이나 군국주의 일본이 그러했으며, 3대 세습체제인 북한도 국민의 인권을 탄압하는 행위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다. 1970년대 유신체제하에서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