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그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특위 위원들과의 접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말씀 발표 자료를 보내주면 최순실씨가 밑줄을 치면서 수정했다”고 말했다. 인사 발표 내용에 대해서도 “(최씨의) 수정을 받을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2015년에도 (자료를) 조금 전달한 게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사전 열람했다는 내용이 JTBC에 보도된 다음날인 10월25일 1차 대국민담화에서 “(최씨는) 지난 대선 때 주로 연설이나 홍보 등의 분야에서 개인적인 의견이나 소감을 전달해주는 역할을 했다.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했다. 그러나 정 전 비서관에 의하면 연설문 외에 인사 자료까지 최씨에게 건네졌고, 취임 3년차인 지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치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가 일단락됐다. 이번 국정조사에서 핵심 증인인 최순실씨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은 공개된 청문회장에 끝내 나서지 않는 등 시민 우롱으로 일관했다. 어제 국정조사특위는 19년 만에 구치소 현장 청문회를 했다. 최씨는 청문회장까지 나오기를 거부했고, 의원들은 수감동을 찾아가 비공개 신문을 했다. 검찰 출두 당시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울던 최씨는 이날 혐의를 부인하면서 계속 짜증을 냈다고 의원들은 전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아느냐”는 질의에 최씨는 “모른다”고 잡아뗐고, 미르·K스포츠 재단 문제에서 “나는 그런 아이디어를 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딸 정유라씨 부정입학 의혹에는 “딸은 이화여대에 정..
우아함이라곤 없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 말이다. 특히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 앉혔던 1차 청문회는 가관이었다. 신념이나 명예를 지키는 일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자들. 증인으로 출석한 자들은 ‘불법’보다는 기꺼이 ‘무능’을 선택한 것처럼 보였다. 비록 사회적 선(善)이나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자신의 믿음이나 철학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에게는 고상함이라는 것이 있는 법이다. 드라마 의 ‘정기준(윤제문 분)’을 떠올려보라. 그에게는 ‘악당의 기품’이 있었다. 하지만 증인석에 앉은 자들 중에 그 정도의 품위를 지키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들은 그저 “나는 모르오, 나는 무능하오, 나는 꼭두각시였소”를 읊조렸을 뿐이다. 나는 이 처절한 무능의 스펙터클 ..
새누리당 ‘친박근혜(친박)계’ 행보가 목불인견이다. 국회 국정조사의 위증을 교사하고, 당이야 깨지든 말든 ‘비박계’ 찍어내기에만 힘을 쏟고 있다. 선거가 코앞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을 자행하는 이들의 행태는 불한당과 다를 바 없다. 국정조사특위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인 이만희·이완영·최교일 의원이 위증을 교사했다는 보도는 충격적이다. 이들은 지난 9일 이완영 의원실에서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을 만났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상을 따지기는커녕 방해하려 한 것이다. 이들은 주요 증인인 고영태씨 발언의 신빙성을 깎아내리고 이를 보도한 언론사를 절도범으로 몰려고 했다. 일반 재판에서도 중대 범죄인 위증을 헌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들이 시도한 것이다. 그런데도 친박계가 장악한 새누리당은 어제 의원총회에서 해명..
국정농단 세력들이 전면적인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최순실씨는 그제 열린 첫 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의 공소사실 가운데 8가지는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했다는 것인데 공모 사실 자체가 없으니 무죄라는 논리도 폈다. “죽을죄를 졌으니 용서해 달라”며 검찰청에 들어서면서 머리를 조아리던 게 불과 50일 전 일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 낸 탄핵심판 답변서에서 ‘헌법·법률 위반은 모두 사실이 아니고, 최순실의 비리를 전혀 몰랐다’며 국회가 제시한 13가지 탄핵 사유를 모두 부인했다. 몇 차례 반성하는 대국민사과를 일방적으로 하고 눈물도 흘리는 듯하더니 이제 와서는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느냐’는 식이다. 갖은 비리에 찰떡궁합을 과시하던 두 사람은 기억상실증도 동시에 걸리는 모양이다. 최소한의 양..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인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 두 명이 최순실씨 측근과 질문·응답을 공모한 정황이 드러났다. 대통령 연설문 등이 들어 있던 태블릿PC가 최씨 것이 아니라는 심증을 주기 위한 것으로 청문회에서 실제 각본대로 이뤄졌다. 게이트 내부 고발자인 고영태씨는 지난 13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이 새누리당의 한 의원과 사전에 입을 맞추고 4차 청문회에서 위증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의 의원이 ‘최순실씨와 일하며 태블릿PC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으면 박 전 과장이 ‘최순실이 아니라 고영태가 들고 다니는 것을 봤다. 한번은 고영태가 태블릿PC 충전기를 구해 오라고도 했다’고 답하는 스토리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15일 열린 청..
전국에서 넘실대는 거대한 저항행동을 일단 ‘2016 촛불대항쟁’이라고 불러본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세계의 조롱거리가 되었던 한국을 경이로운 눈으로 다시 보게 한 것이 촛불대항쟁이었다. 바로 이 촛불시민이 야당은 야당대로 여당은 여당대로 주판알을 굴리던 국회를 내몰아 마침내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하게 했다. 촛불의 힘이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세우라는 촛불의 염원은 아직 미완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2016 촛불대항쟁은 이미 그 자체로 정치사적 의미가 되기에 충분하다. 외환위기 이후 점점 더 고단해진 시민의 삶은 민주주의를 아득히 잊어버린 듯했고 위임권력은 권력자들만의 것이 되었다. 이 황폐한 정치의 시대에 놀랍게도 2016 촛불대항쟁은 국민주권의 민주주의를 완전히 진화된 형..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를 두고 벌써부터 말들이 많다. 지난 9일 권한대행이 된 이후 그의 자세가 과거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 고건 총리가 대통령 대행을 하던 모습과 확연히 달라서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본분을 넘어 대통령 행세를 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만하다. 그제 유일호 경제부총리 유임을 국회와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한 게 대표적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황 대행이) 대통령이 된 것처럼 (국회) 출석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흘리는데, 대통령 된 게 아니다”라고 꼬집은 것은 이에 대한 불만의 표시다. 어제 보수 일색의 학계·언론계 인사들과 오찬간담회를 하면서 참석자를 밝히지 않다가 뒤늦게야 마지못해 공개한 것도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권한대행답지 않은 비밀주의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