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25일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 제69조에 의거하여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천명했다. 직무수행에 있어서 헌법과 국가안위 및 국민 신뢰를 배반하지 않는다는 구속력을 지닌 ‘헌법충성’(loyalty of constitution)의 책무를 밝힌 것이다. 기원전 487~416년 아테네 민주정은 70년간 투표에 의해서 독재자 11명을 국외로 추방했다. 이는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탄핵의 목적은 주권자의 신임에 반하여 권한남용으로 국가와 헌법에 위반한 공직자의 직무를 박탈하는 것이다. 영국은 1376년부터..
대통령은 거짓의 가면을 쓰고 ‘망국의 춤’을 췄다. 비선 실세와 문고리 3인방은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청와대 경제수석은 경제정책이 아닌 ‘기업 목조르기’를 설계했다. 일부 고위 관료들은 권력놀음에 취해 ‘최순실 부역자’를 자처했다. 재벌은 부패한 정권에 뒷돈을 대며 정경유착의 검은 고리를 찾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 그런 지난 4년은 야만의 시절이었다. 박근혜는 거짓으로 무너졌다. 2012년 대선 당시 “경제민주화와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공약부터 거짓이었다. 경제민주화는 취임 6개월도 안돼 폐기됐다. 기초연금·반값 등록금·4대 중증질환 100% 보장 등 복지공약은 파기 또는 축소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엔 틈만 나면 규제완화를 주술처럼 외쳐댔다. “규제는 암덩어리다. 단두대에 올려 규제 혁명을 ..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규명할 특별검사로 박영수 전 서울고검장이 임명됐다. 박영수 특검은 “수사영역을 한정하거나 대상자의 지위고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정파적 이해관계도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인 미증유의 사건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거부하고 혐의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시민들의 퇴진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의 행방을 둘러싼 ‘7시간 의혹’은 여전하다. 박 특검의 말처럼 진실 규명을 위해서는 수사 대상이나 범위에 성역이 있어서는 안된다. 박 특검은 무엇보다 시민들의 뜻에 부응해야 한다. 특검은 국정농단으로 금이 간 민주주의를 회복하자는 95%의 촛불 민심으로 출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때문에 ..
박근혜 대통령이 3차 대국민담화에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힌 후 탄핵 처리 기류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야 3당 대표는 어제 박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위한 여야 협상을 거부하고, 탄핵안을 예정대로 2일 또는 9일에 처리하기로 재확인했다. 그러나 탄핵안 처리의 열쇠를 쥐고 있는 새누리당 내 비박근혜계 일부가 탄핵에서 돌아서는 등 내부에서 견해가 갈리고 있다. 상당수 의원들이 박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위한 여야 협상을 지켜본 뒤 9일 탄핵 처리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2일 탄핵안 처리는 어려워지고 일부에선 9일 탄핵안 가결마저 장담하기 어렵다는 말까지 나온다. 박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어야 한다는 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이 교묘한 사퇴 선..
촛불 민심에 놀라 침묵했던 새누리당 친박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3차 대국민담화에서 “진퇴 문제를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떠넘긴 뒤부터다. 친박들은 개헌 추진 등 정국 전환을 시도하고, 촛불 민심을 조롱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비선 실세들 범죄의 공범이 되고 탄핵·퇴진에 몰리게 된 데는 친박 세력 책임이 가장 크다. 자숙해야 마땅한 이들이 또 돌격대인 양 나서고 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야당이 대통령 담화를 ‘꼼수’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국회 권능을 스스로 무시한 피해 의식”이라며 “국회가 역할을 못하면 ‘무기력 집단’으로 지탄을 받게 될 것이고, 국민은 절망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도둑이 몽둥이를 든 격이다. 친박계 조원진 최고위원은 “의원총회에서 (당내 비주류가 결성한)..
“피보다 더 진한 물도 있더라.” 2014년에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가 최순실씨를 가리켜 이렇게 한탄했다고 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가장 기이하고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은 왜 박 대통령이 40년 동안 친동생들마저 외면하고 최씨에게 그토록 집착했는가일 것이다. 청와대 안팎에 널리 퍼져 있었다는, “‘문고리 3인방’은 생살이고, 최순실은 오장육부다. 생살은 피가 나도 도려낼 수 있지만, 오장육부에는 목숨이 달려 있다”는 말도 박 대통령과 최씨가 피보다 더 진한 관계였음을 잘 보여준다. 흔히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는데, 과연 사실일까? 피를 나눈 혈연관계는 오랫동안 우정을 쌓아온 친구관계보다 본래 더 끈끈하다고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 그렇다. 일반적으로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2012년 ‘아미티지 보고서’의 일부다. “2012년 6월 미·일·한 합동해상훈련 참가는 분열적인 역사문제를 제쳐두고, 현재의 더 큰 위협에 대처하는 올바른 방향으로의 한 걸음을 의미한다. 덧붙여 한·일 간 체계적 대북정보 공유를 위한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과 군수물자 공유를 촉진할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등 계류 중인 방위협정 체결을 위한 신속한 움직임이야말로 3동맹국의 안보이익을 위해 유익한 실질적이고 실무적인 움직임이다.” ‘아미티지 보고서’란 미국 민주·공화 양당의 전략통들이 모여 만든 초당적 대일·대아시아 전략보고서다. 2000년, 2007년, 2012년 세 번에 걸쳐 발표되었다. 정권을 넘어선 미국의 대일·대아시아 전략의 청사진 같은 것이다. 보고서 참여자들은 조야를 넘나들..
현 대통령을 ‘최초의 여성대통령’으로 일컫는 것 자체에 불편함을 느끼는 여성들이 많다. 여성을 위한 정책을 제안한 적도 없고, 여성으로서의 의식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여성’을 단지 생물학적 범주로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적지 않음을 생각하면,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범주에 속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는 사실을 너무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 한때는 ‘단지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직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된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여자가 무슨 정치!’라고 공공연히 훈계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줄어들었다. 물론 현 대통령이 선출된 데에 여성이라는 요소는 크게 작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성이기 때문에’라는 생물학적 금기조차 무색하게 만드는 ‘아버지의 ..